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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를 둔 친구가 부럽나요?

[기타] | 발행시간: 2015.11.07일 14:55
[한겨레] [토요판] 김경락의 초딩 이코노미

(8) 성장과 불평등

심각한 불평등은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갉아먹는다. 타워팰리스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무허가 주택촌이 공존하던 2004년의 서울 강남구 포이동 수정마을 모습.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퀴즈. 다음 중 부당함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경우는? ①피부색이 다른 친구는 시험 시작 30분 뒤에 교실에 들어오게 한다. ②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상을 준다. ③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다음 시험 문제 절반을 미리 알려준다.

정답으로 가장 많이 고른 번호는 ①번이 아닐까 싶어요. 출발점에 차별을 뒀으니까요. 그다음은 ③번.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앞으로도 무조건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크잖아요. 역전 자체가 어려운 거죠. ②번은? 부당함을 느낀 학생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정도는 ③번만큼은 아닐 거예요. “나도 더 열심히 해서 상 타야지” 다짐과 함께 상을 받은 친구에게 박수 보내는 학생도 있을 거예요.

①번은 기회의 불평등을 말해요. 우리는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피부색이 다르다고 시험 치를 시간을 줄인다는 데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얼마 없을 거예요. 기회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을 때 사람들은 분노도 해요. 이런 명백함 덕택에 우리 사회는 기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쪽으로 발전해왔어요. 5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선 피부색이 검으면 시내버스를 타기 어려웠어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버스 탈 기회를 주지 않은 거예요.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성인 여성은 투표할 권리도 없었어요.

②번과 ③번은 결과의 불평등을 말해요. 그럼에도 ③에 부당함을 느끼고, ②에는 그런 느낌이 덜 드는 것은 결과에 대한 보상의 수준과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실제로 결과의 불평등은 그 자체만으로 ‘부당하다’ ‘정당하다’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기회의 불평등보다는 결과의 불평등은 그 부당성이 명백하지 않다는 뜻이죠.

이번 회에선 ②번 혹은 ③번에서 본 결과의 불평등이 갖는 의미와 효과를 살펴보려 해요. 특히 취업이나 사업 등 경제활동의 결과물인 소득 불평등을 집중적으로 알아볼 거예요.

우리 사회는 기회 불평등과 달리

결과의 불평등에는 관대해요

하지만 심각한 불평등은

사람들의 희망을 갉아먹고

경제발전 장애가 될 수 있어요

상위 1% 소득비중은 97년 7%에서

2012년 12.4%까지 뛰었어요

상위 10% 소득비중은 45.5%래요

10명 중 1명이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는 말이에요



보상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논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성과에 따라 보상은 달리해야 한다는 원리에 기대고 있어요. 기회의 불평등과 달리 결과의 불평등에 관대하다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열심히 노력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은 서로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죠.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아요.

보상에 차등을 둬야 열심히 일을 하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더 나은 보상을 기대하며 학생은 더 열심히 공부하고, 기업가는 더 많은 투자를 한다는 믿음이지요. 금메달을 향해 운동선수들이 고된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 것과도 같은 이치랍니다.

실제 이런 ‘열심히’가 모이고 모여서 우리 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발전을 해왔어요. 거꾸로 조선시대처럼 타고난 신분이 낮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적절한 보상을 기대하기 힘든 사회는 발전이 매우 더뎠어요. 한마디로 결과의 불평등은 경제 발전을 위한 동력이에요.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며, 더 많은 발전을 위한 자극제라는 뜻이죠.

다만 이런 결과의 불평등도 다소간 조정은 필요하다고 봤어요. 특히 극심한 가난과 그에 따른 사회 불안은 결과의 불평등도 한계선은 그어둬야 한다는 생각을 일깨웠지요. 사람들은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누려야 한다’란 생각을 하게 됐고, 나아가 ‘이대로 방치했다간 전체 사회가 급격한 불안에 빠질 수 있다’란 우려도 적잖이 나왔지요.

그 결과가 바로 오늘날 넓은 의미의 복지제도라 할 수 있어요. 일을 하면 최소한의 돈은 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최저임금제가, 누구나 아프면 병원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에서 건강보험제도가, 아무리 가난해도 기본적 생계는 사회가 유지시켜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만들어졌죠.

하지만 이런 복지제도의 탄생과 발전은 결과의 불평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요. 복지 수준이 높은 나라에도 성과에 따른 보상에 차이를 두는 것은 마찬가지랍니다. 복지의 출발은 사회 안정과 통합, 빈곤의 퇴출에 있지, 결과의 평등에 있지는 않아요.



좌절을 부르는 기득권

하지만 불평등 수준이 날로 커지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능력에 따른 보상 수준은 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로 사람들 간의 소득 차이가 너무 벌어지면서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예상됐기 때문이죠.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요? 우선 심각한 불평등은 더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갉아먹어요. 희망이 없으면 누군들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을 하겠어요? 나아가 좋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기 마련이죠. 결과의 불평등이 더 열심히 살게 하는 자극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더구나 좋은 성과와 보상의 바탕이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집안 환경과 같은 기득권에 있다고 하면 문제는 좀더 심각해지죠. 기득권이 있는 쪽에 속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기보다는 기득권을 지키는 데 더 힘을 쏟게 되어요. 반대쪽에 속한 사람들은 열심히 해도 더 나은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기 십상이죠.

이렇게 어느 쪽이든 열심히 일하고 공부를 하지 않고 투자하지 않으면 경제는 발전할 수가 없어요. 경제 발전은커녕 부패나 범죄가 늘고 심지어는 우리 사회의 토대인 민주주의마저 위협받게 되어요.

심각한 불평등은 전혀 다른 형태로도 경제 발전에 장애가 될 수 있어요.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선 소비가 늘어야 해요.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져야 더 많은 물건을 만들게 되고, 더 많은 물건을 만들기 위해 기업들이 투자도 늘리고 사람도 더 뽑을 수 있기 때문이죠.

거꾸로 사람들이 쓸 돈이 부족해서 소비를 늘리지 못하거나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에 말한 것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어요. 공장에는 팔리지 않는 물건이 쌓이고 기업들은 투자와 사람을 뽑는 일도 주저하게 되죠. 소득 불평등이 심해져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면 소비는 줄고 경제 발전은 느려지거나 후퇴할 수 있어요.

‘돈이 많은 사람이 소비를 늘리면 되잖아요?’ 그렇긴 해요. 그런데 소비는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서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요.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비싼 밥은 먹을 수 있어도 하루 열 끼는 먹지 못할 거 아니겠어요? 여행도 매일 다닌다고 해도 1년은 365일밖에 되지 않으니 무한정 다닐 수 없지요. 부자들의 소비엔 한계가 있다는 뜻이에요.



왜 자살률은 높고 출산율은 낮죠?

적당한 불평등은 경제 발전의 자극제가 되지만 심각한 불평등은 외려 방해물이 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적당함과 심각함의 기준은 어디쯤일까요? 누구도 정확히 말할 수 없죠. 하지만 다른 나라와의 비교나 과거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불평등 수준을 가늠해볼 수는 있어요.

여기선 사람들이 세금을 낸 자료를 토대로 소득 불평등 수준을 따져본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연구를 소개해요.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여간 상위 1%의 소득 비중이 매우 빨리 증가했어요. 1997년 이전까지는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7% 정도였다고 해요. 그런데 그 이후 소득 불평등은 매우 빠르게 확대됐어요.

2005년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0%, 2012년엔 12.4%까지 뛰었죠. 상위 10%로 범위를 좀 넓혀보면 2012년 이들의 소득 비중은 45.5%라고 해요. 10명 중 1명이 전체 소득의 절반을 가져간다는 거죠. 이런 수준은 선진국 중 가장 불평등 수준이 높은 미국(48.1%)에 가까워요. 물론 프랑스나 독일, 일본보다 높아요.

이 정도 불평등 수준이 곧바로 우리나라 경제나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지는 뚜렷하지 않아요. 하지만 뛰어난 학자들이 지목한 소득 불평등의 부작용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것만큼은 사실이죠.

일단 자살률이 선진국(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아요. 출산율은 또 가장 낮죠.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죠. 앞에서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잃게 된다고 했던 거 기억나죠?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서 나타나기 쉬운 부패 수준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견줘 높다는 평가가 적지 않아요. 또 기득권을 지켜려고 하는 움직임도 매우 강하죠. 심각한 불평등의 또다른 부작용으로 설명한 소비 부진도 우리나라에선 수년째 나타나고 있죠. 여러분도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여러번 “가계가 지갑을 닫는다”는 내용의 소식을 보거나 들었을 거예요. 우리나라 경제는 2009년 이후 크게 성장하지도 그렇다고 추락하지도 않는 정체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배경 중 하나로 소비 부진이 꼽히고 있죠.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불평등을 줄이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다만 나라마다 불평등의 성격이나 사회 문화적 여건에 따라 효과가 있는 치료법은 조금씩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본다고 해요. 불평등을 줄이는 여러 방법마다 강약이나 시기 조정을 나라별 상황에 맞춰 해야 한다는 뜻이죠. 환자의 체질에 맞춰 약을 처방하듯이요. 다만 큰 틀에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들은 이런 거예요.

일단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해요. 반칙을 하거나 편법으로 돈을 벌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가령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힘으로 중소기업의 몫을 뺏어 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해요. 그러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돈벌이 차이도 줄어들 수 있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월급 수준이 다른 것도 앞으로 줄여나가야 할 부분이죠.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필요해요. 교육은 여러 가지 구실을 하지만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통로라는 역할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제때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죠. 언제부턴가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사교육 시장이 불어난 것과, 부자 엄마 아빠를 둔 친구들이 더 좋은 학교에 가는 비율이 늘어난 것도 서로 무관하지 않을 거예요.

무엇보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을 펴야 해요. 재분배는 두가지 방식으로 이뤄져요. 세금과 복지죠. 소득을 많이 올리는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걷고, 그렇게 마련한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제공하는 거지요. 과잉 복지는 경제를 망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어요. 선진국들 중에 우리나라는 복지 수준은 매우 낮고 세금도 매우 조금 걷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재분배를 할 여력이 많다는 이야기이니 그만큼 소득 불평등을 줄일 희망도 있다는 기대를 해봅니다.

김경락 경제부 기자

김경락 경제부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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