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사람들에 둘러싸인 테이블 위에 칩이 놓여있다. 슬롯머신이 빠르게 돌아가고 포커 카드와 마작 패가 오간다…
이곳은 카지노가 아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테마로 한 일본 노인 요양시설이다. 여기에 모인 이들의 평균 나이는 80세다.
일본 혼슈(本州)의 요코하마(橫浜) 외각에 있는 유사 카지노 시설이 지역 은퇴자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시설 이름도 ‘라스베이거스 스즈키’(Las Vegas Tsuzuki)다.
WSJ에 따르면 일본에서 이처럼 노인을 위한 유사 카지노 시설이 지난 1년간 60여 곳이 등장했다. 물론 이들이 실제 돈으로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카지노 도박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런 유사 카지노 노인시설에서 오가는 돈은 진짜 화폐가 아니다. 물론 공짜도 아니다.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노인들은 운동을 해야 하고 미국 여가수 레이디 가가 음악에 맞춰 ‘베이거스 스트레치’를 해야 한다.
또한 게임에 나서기 전에는 혈압과 체온을 꼭 측정해야 한다. 또 게임에서 이기면 인센티브 대신 영예의 트로피 등을 주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안된다.
노인시설은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사업 중 하나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 정부가 시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시설이 현재 약 4만개로 2010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는 점도 이같은 인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카지노를 테마로 한 노인시설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의 경제 살리기 계획과도 관련이 있다.
카지노 노인시설이 활성화하면 고령 가족을 돌보기 위해 경제활동에 나서지 못한 이들이 노동을 시작할 수 있고 이는 경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 가족을 돌보기 위해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인력은 매년 약 10만명에 이른다. 아베 총리는 2020년까지 이 수치를 제로‘0’으로 떨어뜨릴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는 80세 이상 초고령 노인들이 1000만명에 달한다. 2055년에는 일본 전체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물론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카지노라는 테마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고베(神戶)시(市)는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며 카지노 형 노인시설을 금지했고 효고현(兵庫縣)도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연령별 인구 비중 변화. *2055년은 추정치. (자료=유엔/FT)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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