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얀마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의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되면서 대대적인 민주화 바람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남중국해에서 대치 중인 미국과 중국의 또 다른 신경전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워싱턴에서 김범현 특파원입니다.
[기자]
미국과 중국은 일찌감치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미얀마의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야당의 압승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정권 교체까지 이뤄진다면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세기 이상 미얀마을 통치해온 군부 독재정권은 체제 특성상 그리고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에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대응해 왔습니다.
하지만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민주화 시대가 열리면, 미얀마는 무게중심을 미국 쪽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당장 미국은 이번 총선 결과를 반겼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수치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총선 승리를 축하하고 "역사적인 선거"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악관은 한발 더 나아가 군부의 장기 집권 토대 해체와 수치 여사의 대통령 선출을 위한 개헌을 촉구하면서, '미얀마'라는 국명 대신 미얀마 민주화 세력이 선호하는 '버마'라는 명칭도 사용했습니다.
[조시 어니스트 / 미국 백악관 대변인] "지난 일요일 총선은 버마의 민주 개혁 과정에서 있어 중요한 진전을 상징합니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견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얀마를 인도양 진출의 관문으로 삼는 중국이 대국굴기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영 환구시보는 "미얀마의 정권교체로 양국 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에 치우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까지 보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도 미얀마 외무장관과 만나 중국은 역대로 미얀마에 대해 우호정책을 펼쳐왔고 이것은 미얀마의 정치 상황이 변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해양 패권을 놓고 충돌한 미국과 중국이 달라질 미얀마를 놓고 또 다른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TV 김범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