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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이야기라서 주목받는 거 반갑지만은 않다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5.11.20일 07:59

조선족 작가 금희.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짬] 소설집 첫 국내 출간한 조선족 작가 금희

중국 장춘에서 활동하는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36)의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이 출판사 창비에서 나왔다. 중국 동포 작가의 책이 국내에서 출판된 적은 여러번 있었지만, 창비 같은 주요 문학출판사에서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희는 단편 ‘옥화’를 <창작과비평>(2014년 봄호)에 발표하면서 한국 독자들에게도 알려졌으며 올해 여름호 <실천문학>에도 단편 ‘봉인된 노래’를 실었다. 주요 문예지에서 조선족 작가의 작품을 실은 것 역시 금희가 처음이다. 책 출간에 맞춰 한국을 찾은 금희를 18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변서 ‘퇴짜’맞은 탈북여성 소재

단편 ‘옥화’ 국내 문예지 실려 ‘화제’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창비서 출판


2006년 ‘윤동주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00년대초 3년간 한국생활 경험도

“조선족사회 해체중…앞날 비관적”





“탈북 여성을 주인공 삼은 ‘옥화’는 원래 연변 조선어 문학잡지 <도라지>에서 청탁을 받아 쓴 소설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탈북자들 얘기를 별 생각 없이 쓴 거죠. 정치 얘기가 아니라 인간 얘기로요. 그런데 민감한 소재라고 잡지사 쪽에서 퇴짜를 놓더군요. 조선족 문단이 워낙 작아서 웬만하면 퇴고(退稿)하는 일은 없거든요. 완성된 작품을 발표할 수가 없다니 아깝더라구요. 한국에서라면 이 작품을 어떻게 볼까 궁금하기도 해서 몇 달 뒤 ‘창작과비평’에 무턱대고 투고했어요. 다행히 잡지에 실리고 그게 인연이 돼서 이렇게 책까지 나오게 됐네요.”


‘세상에 없는 나의 집’에는 ‘옥화’와 ‘봉인된 노래’를 비롯해 중·단편 7편이 실렸다. ‘옥화’는 북한을 탈출한 여성이 중국에서 간난신고를 겪은 끝에 다시 한국으로 건너가는 과정을 조선족 여성의 눈으로 지켜본 이야기다. 중편 ‘노마드’에도 한국에 와서 일하는 조선족 동포와 탈북자 여성의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거꾸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중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한국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봉인된 노래’나 표제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월광무’ 같은 나머지 작품들은 조선족 동포들의 지난 삶과 지금의 조선족 사회 현실을 통해 이주와 정착의 미묘한 관계를 파고든다.


한국에 와서 일하는 조선족 동포나 탈북자는 이제 한국 소설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족 동포의 눈에 비친 탈북자 이야기는 새롭다. 중국이 탈북자들의 1차 경유지인 만큼 조선족 동포 작가들에게 탈북자가 익숙한 소재일 법하지만, 탈북자 소재 소설은 아직 중국에서는 금기에 묶여 있다. ‘옥화’가 발표된 뒤 <문학동네>가 ‘리뷰좌담’에서 조명하고 계간 아시아출판사의 ‘케이(K)픽션’ 시리즈로 한·영 대역 출간되는 등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그런 희소성 덕분이다. 그러나 정작 작가 자신은 그런 관심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투다.


“저는 사실 탈북자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재에 너무 치우치기 쉽기 때문이에요. ‘옥화’를 처음 쓸 때도 한국 독자를 의식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게 크게 반갑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반응은 일종의 과정이자 절차라고 생각해요. 나중에는 그냥 소설로 봐 줄 때가 오겠죠. 저는 그저 제 소설을 쓸 뿐입니다.”


2006년 <연변문학>이 주관하는 ‘윤동주신인문학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한 금희는 2013년 첫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를 냈다. 2000년부터 3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경험도 있다는 그는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 갔다가 차별받거나 이혼하는 등의 이야기는 워낙 많이 나와 있다”며 “‘민족’과 ‘상처’ 차원에서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내 소수민족 작가 대부분이 제 겨레 말을 버리고 중국어로 글을 쓰는 데 비해 조선족 동포들이 한글 잡지를 중심으로 조선어 문단을 꾸려 활동하는 것은 가상한 노릇이다. 그러나 워낙 독자층이 한정되다 보니 원고료나 인세 수입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단·중편 하나 쓰면 고료가 중국돈 2천원인데 그걸로는 한달 생활비도 안 된다”며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작가들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지금은 조선족 사회 자체가 거의 무너지고 해체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어요. 문학이란 게 사회적 토대 위에 서는 것인데, 이렇듯 아래가 흔들리니 조선족 문학의 미래 역시 불투명합니다. 제가 40~50대가 된 뒤에도 조선족 문학이란 게 남아 있을지, 저로서는 비관적이에요.”


금희는 “김동인, 이상, 김동리의 소설과 소월의 시를 읽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중국 소설이 전통적으로 사실주의에 치우친 데 비해 내가 읽은 근대 한국 소설들 가운데는 특히 인간의 근원을 건드리는 자연주의 경향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당대 한국 작가들 작품에 대해서는 꼬집기도 했다.


“한국 작가들 소설은 너무 주관적인 경험에 치우쳐서 공감을 얻기 힘들어 보여요. 그렇다고 내면을 투철하게 파고드는 것 같지도 않고요. 일본 소설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소설은 역시 서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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