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사람 유니온' 인기
(흑룡강신문=하얼빈) 얼마나 잘났는지를 경쟁하는 시대에 한국에서는 ‘못남’을 자처하는 이들의 온라인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겨레 등 현지언론이 전했다.
'~못하는 유니온' 이란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선 ‘잘남’과 ‘행복’을 뽐내는 대신 ‘얼마나 못 하는지’를 서로 고백하며 공감과 위로를 주고 받는다.
2014년 7월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일못유) 페이지가 만들어진 뒤, 페이스북에는 ‘운동 못하는 사람 유니온’, ‘영어 못하는 사람 유니온’, ‘연애 못하는 사람 유니온’ 등 ‘못하는’이란 이름을 내건 모임 페이지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14일 현재 700명의 회원이 있는 운동 못하는 유니온엔 ‘몸짱 사진’ 대신 퇴근 후 스트레칭을 한다는 수준의 운동 일기 등 자신이 얼마나 운동을 못하는지 인증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운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푸념의 글엔 “쉴 때도 있어야죠”라는 격려 글과 함께 야식을 부추기는 짓궂은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못남 유니온’의 첫 시작이 됐던 일못유에는 직장 상사의 부당한 요구나 과도한 노동 강도 등에 공분하는 글이 하루에 수십 개씩 올라온다. 1년 반 만에 회원 수가 6700여명을 넘어섰다. 일못유를 만든 직장인 여정훈(32)씨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자신이 못 미친다고 생각해 위축되던 사람들이 막상 남도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위로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회원들은 서로에 대한 공감을 넘어 ‘소수자 감성’을 배우고 나누기도 한다. ‘~못하는’이란 이름 대신에 현재에 만족한다는 취지로 만든 ‘만족하는 사람 유니온’(만족유)에선 회원들이 오프라인 독서 모임을 꾸렸다. 지난해 10월 이 모임에서 연 ‘전태일평전 읽기모임’에 참여한 대학생 황성필(28)씨는 “만족유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넘어서 ‘사람으로서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까지 공유하는 곳이다. 여기서 글을 읽거나 쓰면서 무뎌진 나의 인권 감수성을 다듬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명수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못남 유니온 같은 온라인 모임이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현상에 대해 “경쟁 위주의 문화에 짓눌려 정신적으로 황폐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하위문화가 나와 사회의 건전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