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본인. (사진= 중국 인민일보)
일본에서 열린 제12회 ‘엽서 전국 콩쿠르’에서 98세 할아버지가 지난날 가장 후회했던 순간을 엽서에 담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27일 산케이신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날 최우수상을 수상한 니가타현에 사는 이마이 가네가즈(98) 할아버지는 70년 전 자신에게 미소를 건네며 친절을 베푼 한 여성을 도둑으로 의심해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고, 주최 측은 ‘진정한 사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 원문
당신의 따뜻한 친절을 잠시 의심했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쇼와 21년(1946년) 봄 나가사키현 사세보에서 재향열차를 타고 니가타 역으로 출발. (도중) 오사카역에서 장시간 머물렀을 때 개인에게 지급된 백미를 한데 모아 밥을 해준다고 해 (순간) "도망치면 어쩌지"라고 의심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흰 쌀밥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이마이 가네가즈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여 보면 1946년 전쟁이 끝난 후 이마이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가던 중 오사카에서 한 여성을 만나게 된다. 당시 재향군인 전원에게 백미가 지급됐고 여성은 굶주리고 지친 병사를 보며 밥을 해준다고 친절을 베푼다. 하지만 전후 먹을 것이 귀했던 당시 할아버지는 여성이 쌀을 훔쳐 달아나면 어쩌나 의심을 하게 되고 70년이 지난 최근까지 그때의 실수를 기억하며 고뇌하듯 사과한다. 마지막 이마이 가네가즈는 할아버지 이름이다)
할아버지는 수상소감에서 "오사카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장사를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지방 출신인 내가 '쉽게 속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하지만 나와 동료에게 따뜻한 밥이 돌아왔을 때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마음에 눈물이 북받쳐 그녀를 의심했다는 사실이 가장 후회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은 두 번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내몰지 마라. 언제나 평화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할아버지는 지금은 할머니가 됐을 여성을 떠올리며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 미소 지었다"고 기억했다.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당시를 떠올리며 전쟁과 어려웠던 시절 얘기를 했다. 하지만 엽서에 적힌 내용은 지금껏 그 누구도 몰랐다고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산케이신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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