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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대문 점령한 '메이드인 차이나' - 위기의 섬유·의류산업,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02.03일 09:19
시들해진 한류 열풍, 섬유업체들 위기감.. 관련산업 고사 위기

외국인 도매상 절반 급감, 대기업도 국내 디자인 외면

中企 "국내 생산기반 붕괴" 종사자도 50대 이상 고령화

제직·연사·사이징 공장 등 일감 떨어져 줄폐업 우려


지난달 30일 새벽 기자가 방문한 서울 신당동 소재 동대문 패션 타운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외국인 도매상들이 자주 찾던 쇼핑몰은 텅텅 비었다. 판매하는 옷도 온통 메이드인 차이나 제품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섬유 산업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외국인 도매상들이 자주 찾는 동대문 쇼핑몰 '유어스'가 방문객이 없어 한산하다.

■외국인 도매상 발길 '뚝'

외국인 도매상들이 주로 드나드는 쇼핑몰 '유어스'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건물 밖 환전소 옆에는 외국으로 짐을 직접 보낼 수 있는 전용 부스가 있지만 중국, 일본 바이어들 1~2명 뿐이었다. 원래는 한국의 옷을 자국에 갖다 팔려는 도매상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곳이었다. 점주들은 외국인 도매상들을 전담하기 위한 조선족 아르바이트생까지 기용하며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도매상들의 발길이 부쩍 줄어들었다. 유어스에서 일하는 조선족 아르바이트생은 외국인 도매상들이 과거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수준이라고 했다.

이는 한류 열풍이 시들해진데다 중국, 일본 등의 경기까지 나빠진 탓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 등 신흥개발도상국의 경기성장 둔화가 직격탄이 됐다. 판매하는 옷도 온통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만 가득했다. 패션.주얼리 업체 A대표는 "대기업 유통에서 싼 재료로 만든 패션 제품만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국내 디자이너들이 설 자리는 없어지고, 저가의 중국산 제품들만이 패션타운을 장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80년대 후반 부터 시작된 노사분규 사태 이후 생산 단가가 오르면서 바이어들이 모두 떠났다. 이에 섬유 공장들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로 옮겼다.

부산 녹산공단에서 45년간 섬유 공장을 운영해온 B대표는 "수출은 예전에 하다가 지금은 내수 쪽만 하고 있다"면서 "바이어가 들어오질 않아서 수출은 엄두도 안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동대문 시장의 옷들은 전부 중국에서 만드는 것들이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이를 담당하면 다시한번 부흥기를 맞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부 차원에서 인력을 밀어주고 섬유 산업을 육성, 발전시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지적이다. B대표는 "기계 도입, 자금 등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중국과 가격을 맞추게 되면 성공한다"면서 "관공서에서 나서서 일감을 중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엔 기초가 되는 국내 섬유 및 패션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A대표는 "해외에선 저가 상품이 아니라 우리만의 디자인과 품질을 가진 제품을 선호하는데 정작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패션 디자이너들은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로 인해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길거리로 나 앉고 있는 게 현실"이면서 "국내 섬유류의 수출을 위해선 이런 섬유 패션 업계의 잘못된 생태계부터 뜯어고쳐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생산기반 붕괴 위기

지난해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섬유.의류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섬유.의류산업 중소기업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현장인식' 조사에 따르면, 섬유 및 의류 중소기업의 46.7%가 '국내 생산 기반이 붕괴될 우려가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특히 '제직.편직류'제조업체와 내수기업 50% 이상이 국내 생산기반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현재 섬유 산업 업종에 종사하는 인력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고령자다. A대표는 "섬유 생산기술자가 신규로 양성이 안된다"면서 "섬유 관련 전공 학생들이 학교 졸업하고 나면 졸업장만 갖고 있지 말고 연관된 산업계에서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대구 성서공단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C대표도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했다. 그는 "수출을 해야 산업이 활기를 띄는데 인력이 없다"면서 "일거리가 있다고 해도 사람구하는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인턴사원을 고용하면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인턴사원 지원자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C대표는 중동지역에 섬유를 주로 수출한다. 중동 지역은 유가하락으로 경제가 고사위기에 처했다. C대표는 "기름값이 워낙 떨어지다보니 그 나라에 돈이 없다"면서 "발주가 지난해 3분 1이나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쟁까지 맞물려 더욱 어렵다"면서 "매년 누리던 라마단 특수도 올해는 기대하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대문 쇼핑몰 '유어스' 밖에 모인 중국과 일본 바이어들이 각국으로 보낼 짐을 점검하고 있다.

국내 섬유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해외법인이 가격이 싼 현지 원부자재 대신 본사의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 본사의 수출을 늘려서라도 추락하고 있는 매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중국 법인장으로 나가 있는 패션업체 L 상무는 "중국 내수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예상보다 힘들다"면서 "이에 판로를 찾다 최근엔 중국 브랜드를 만들어 공략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그나마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웃도어 시장이 죽다 보니 한국 본사의 경우 매출이 30~40% 가까이 줄고 있다"면서 "이에 중국 법인에선 본사에서 원부자재를 받아 제품을 완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법인의 중국 수출을 위해 중국산 원부자재가 아닌 본사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C대표는 "그나마 섬유업체 형편은 나은 편"이라며 "제직, 연사, 사이징 공장들은 앞이 안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공장이 60%밖에 안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폐업하는 공장 등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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