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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 칼럼] "한"의 민족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5.19일 08:46
작성자: 권진홍

  (흑룡강신문=하얼빈) 우리 민족은 명칭이 많다. 조선민족(한민족)을 제외하고도 백의민족, 배달민족, 아리랑민족 그리고 또 하나의 이름 “한”의 민족… 우리는 세계속에서 한의 정서가 민족공동의 정서로 자리잡고있는 민족으로 통한다.

  “한”은 마음의 욕구, 의지가 좌절되여 원통함, 원망, 억울함 등의 감정이 쌓여 이루어진것이다. 이러한 “한”의 정서는 어제오늘 형성된것이 아니라 수천년이란 긴긴 려정을 걸어오면서 억압당하고, 략탈당하고, 쫓겨나고, 빼앗기고, 처참히 짓밟히는 과정속에서 슬픔, 원한, 비애, 회의, 무기력이 쌓이고쌓여 오늘날의 전 민족의 정서로 되여버린것이다.

  력사속의 우리 민족은 강국들속에 끼여 많은 시련을 겪었다. 외래 억압은 민족 전체의 집단무의식속에 한이란것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내부의 계급분쟁, 신분차별 또한 민중들에게 뿌리깊은 한을 남겼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한”의 민족으로 통하고있고 전통예술에서도 그러한 정서가 잘 표현된다. 우리의 전통무용은 통한을 뽑아버리려는듯 온몸을 한껏 밖으로 뻗치면서 손끝으로 탁 떨쳐도 보지만 다시 한껏 움츠리고 끌어안으며 한을 내면으로 주워담아 삭이려는듯한 몸짓으로 아픔과 모순과 갈등을 보여주고 그속에서 해탈하는 해소의 미를 그려준다. 우리 가요는 구성짐과 애절함을 함께 담고있는것이 그 특징이라 할수 있겠다. 석쉼한듯 갈리는듯 꺽꺽한듯, 하지만 그속에 천공을 뚫는듯함을 동반한 목소리로 토해내는 가요를 들을 때면 마음 한구석이 얼얼하게 아려나면서도 친근한 느낌이 들고, 가슴이 텁텁뻐근하면서도 어딘가에서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시원함, 통쾌감, 절절함을 느끼면서 눈물범벅이 된 미소를 짓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 민족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박혀있는 정서-“한”, 명실공히 우리민족의 집단무의식으로 자리잡고있다. 융의 리론에 의하면 집단무의식은 개인무의식과는 구별되는것으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다. 집단무의식은 세계를 경험하고 세계에 반응하는 소질 혹은 잠재적가능성이며, 유전되기때문에 새로 학습할 필요가 없는것이다.

  우리의 “한”의 정서가 바로 그러한것이다. 누군가에게 소외되고 기시당하고 짓눌리고, 그것을 힘이 없어 복수할수도 없고 소리내여 울분을 토할수도 없어 속으로 삭여야만 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과정에 전 민족의 정서로 “한”이란것이 자리잡게 된것이다. 힘이 없고 자신감이 없고 비운속에서 한탄하기만 무한반복하면서 내안에 “내”가 없이 살아온 결과이다.

  민족의 정서는 국경이 없다. 중국으로 이주해와서 한세기 반을 훌쩍 넘겼지만 조상들의 “한”의 정서를 우리는 그대로 이어받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력사를 쓰는 과정에 또 새로운 한이 루적되기도 했다.

  한이 우리의 보편적인 정서로 되는 과정에는 여러가지 원인들이 많았겠지만 우리의 삶의 태도도 크게 한몫 했다. 약육강식이란 살벌한 세상속에서 우리 선조들은 “생존”이란 기치를 들고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아왔다. 우리는 늘 갈대처럼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바람이 부는대로 따라 움직이고있다. 아주 먼 옛날을 운운할 필요도 없이 최근 20여년간의 력사만 되돌아봐도 충분하다. 중한수교이후 한국붐이 일어나니 우리 민족의 청장년들은 너나없이 한국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로인, 아이들만 남겨놓고… 심지어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음에도 그냥 갔다. 한국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며 한국행을 유일한 동아줄로 생각했었다. 그 유일한 동아줄붐으로 70~ 80년대에 태여난 사람들중 일부는 고아 아닌 고아가 되기도 했다. 부모들이 한국 가면서 아이들을 이집저집에 맡겨놓는 바람에 그때 한창 사춘기였던 아이들은 마음 붙일 곳이 없어 헤매다가 방황하고 그러다가 일찍 사회인의 행렬에 들어섰다. 그들은 안정된 생활을 찾기까지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그렇게 한국바라기로만 살아오던 어느날, 별안간 중국이 갑자기 너무 놀라운 속도로 커져가면서 세계속에서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해지고 한국은 점점 작아지는듯 했다. 그러자 이젠 왜 꼭 우리말을 배워야 하느냐에 갈등하고 서슴없이 민족을 잊어가고있다. 더군다나 원래의 공동체가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말을 공부할수 있는 환경도 깨여지고 있던차였다.

  이처럼 우리는 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고 지키려는 신념도 없었으며 그냥 눈앞에 보이는것에만 좌우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부모들의 손길이 필요할 때 부모사랑을 받지 못한 한, 그리고 한국행의 선두에 섰던 부모들에게는 동포라는 미명하에 받았던 수모의 한이 깊숙이 패여져있다. 그리고 중국의 “하해”붐속에서는 자맥질도 배우지 못하고 무작정 뛰여들어 진정 바다의 격랑속을 헤쳐나온 사람은 너무 소수였고 대부분 부평초마냥 떠돌다가 거센 파도에 저멀리로 뿌리워져나갔다.

  늘 잘살아보려고 숨 가쁘게 달려왔던 삶들은 일시 좋아보이는듯한 가상을 만들었을뿐 우리는 고유의 문화를 지키고 새로운 도약을 하지 못한 대가로 점차 자신을 망각하는 자아가 없는 민족으로 되어가고있다.

  유태인은 인구가 그리 많은 민족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 정치, 과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유태인들이 빛을 발하고있으며 세계 사람들은 유태인을 존경스러운 민족이라고 한다. 유태인은 나라를 잃고 2000여년을 떠돌이 생활을 하고 처참한 살육을 당했지만 끈질기게 살아남았고 꿋꿋하게 유태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면서 자기들만의 문화를 꽃피워왔고 지금은 세계에 그 영향력을 과시하고있다. 한으로 치면 우리보다 더 두텁게 쌓였을수 있지만 그것을 쌓기만 한것이 아니라 수난의 력사를 후대에 가르치면서 수난을 거듭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고 강구하여 전수했던것이다. 가장 어렵고 참혹했던 력사속에서도 유태인은 유태인임을 부정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했으며 자기들만의 문화를 창조해냈다.

  유태인들의 민족자부심은 멸족의 위기를 모면하게 했고 본민족의 문화계승은 세계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여 세계인들의 존경을 자아냈다. “가장 민족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인것이다”라는 말을 상기시킨다.

  “내”가 서양사람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고 중국의 다른 민족도 아닌 조선족으로 태여난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자연이 정해준것이다. 대자연의 섭리를 어느 누구도 어길수 없음을 인정하듯이 먼저 나, 우리를 인정하고 나와 우리를 함께 지키고 이어나가는것을 첫자리에 놓는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를 지켜서 “우리”를 만들고 “우리”속에서 더 떳떳한 “내”가 될수 있다.

  한 민족을 지키는 힘을 얻을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강유력한 무기는 바로 언어, 문자가 아닐가 싶다. 세계에는 문자가 없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있던 문자가 소실되여가는 민족도 있다. 그래서 타민족의 문자를 빌려 기록하는 민족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문자를 만들고있는 민족도 있으며 사라져가는 문자들을 지켜보려고 아둥바둥 노력하는 민족도 있다. 그만큼 문자가 한 민족의 문화발전에 중요함을 증명하는 일환이라 하겠다.

  말과 문자 속에 한 민족의 력사가 있고, 문화가 있고 그 민족의 사유방식이 있다. 어느 한 학생의 일기내용이 생각난다. 한국말에는 존경어가 있어서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례절이 밝은 모양이다 라는 내용이다. 겨우 몇달 공부한 학생이 쓴 일기라 말을 매끄럽게 다듬진 못했지만 언어로부터 례의범절까지 이어간 학생의 일기는 나에게도 아주 인상적이였다.

  또 요즘 우리 어르신들은 손자손녀들의 우리말 인사말을 한두마디 들으시면 너무나 좋아하신다.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히 주무세요”, “잘 주무셨어요?” 아주 간단한 인사말이다. 그것도 외국어 하듯이 어수룩하게 한다. 어눌한 이 한마디가 뭐 그리도 좋으시냐고 하겠지만 이건 단순한 문자적인 의미에 지나는것이 아니다. 손자손녀들은 이 말을 할 때만큼은 공손해지고 어르신들은 언어적으로 표현할수 없는 묘한 정감속의 뉴대로 이어질수 있는 순간에 큰 기쁨은 얻는다. 오직 “우리”만이 느낄수 있는 감정이다.

  물은 어디서든, 어떤 형태로든 근본이 변하지 않는다. 강에서도 호수에서도 작은 계곡에서도 바다에서도, 수증기로 되여서도, 얼음이 되여서도 주성분은 그대로이며 그래서 만물의 생명의 근원이 된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치와 된장은 시간이 오래 될수록 깊은 맛이 난다고 한다. 원초적인 맛에 숙성의 맛이 가미된것이 그 매력적인 맛의 원인일것이다.

  집단무의식은 천부적 재능을 나타나고 창조성, 깊은 통찰의 원천이 되기도 하며, 동물적본성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한”의 개념은 사전적 뜻으로 보면 “원한”, “한탄”의 의미이지만 수천년간의 삭임속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정”과 어우러져 긍정적 희망과 가치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새 세대들에게도 우리민족의 “한”의 정서는 류전되여오지만 우리의 말과 글, 력사를 모르는 아이들은 이것이 어떠한 정서인지를 모르며 그것을 누릴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이 승화되여 새로운 창조력을 발휘할수 있는 기회도 재능도 잃어버리게 된다. 뼛속에 베여있는 “한”의 정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새로운 “한”을 심어주는것이야말로 진정 전 민족의 비애일것이다.

  말과 문자를 아는것으로부터 문화를 잇고 부단히 새로운것을 창조하여 더 자랑스런 “우리”가 있게 되고 그 뒤심으로 나는 한결 더 나다운 “내”가 될수 있는 민족으로 거듭나는 날을 그려보고싶다.

  【권진홍 략력】

  이름: 권진홍(权震红)

  소속: 북경련합대학교

  전공: 언어학, 조선

  학력: 연변대학 문학 박사

  연변대학 문학 석사

  연변대학 조문학과 학사

  주요론저:

  저서: 《한국어 비서술성 명사의 논항연구》(역락출판사, 2010)

  편저: 《관광한국어》(知识产权出版社,2011)

  론문: “윤동주 ‘서시’에 대한 기호론적 분석”, “보조동사 ‘-말다’와 ‘버리다’의 의미차이 분석’ 등 10여편 론문 국내외 학술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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