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부산, 인천의 주요 지역에 가서 현장 답사를 했다. 중국 관광객이 지역 개발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국제적 전망을 현장에서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의 국가 네임벨류가 사상 최고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은 곧 이윤창출의 주요 키워드로 인정받고 있다. 얼마전에 만난 중국 CCTV 아나운서는 한국의 특정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 자체가 중국시장에서는 有名 브랜드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달 20일 부산시는 완다그룹과 함께 1천억원의 영화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31일에는 텐센트가 YG에 1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랴오디그룹은 당진 마리나항만 사업에 2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 여행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 단오절 연휴에 중국인이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한국, 가장 가고 싶은 도시는 서울이었다.
한국의 국가적 경제가치는 급속도로 증대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수 및 국제화와 비례해서 말이다.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는 한국 자체 시장에 대한 기대가 아니다. 중국 관광객을 따라서 중국 자본이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은 중국발 경제변화와 관련한 구체적 예를 들면 부동산 분야를 거론할 수 있다. 과거 국내 부동산은 명문고, 역세권 등 교육 및 시장 활성화 정도 등의 국내요인에 따라서 부동산 시세가 정해졌다. 그런데 근년들어서 문화관광, 국제화 등의 요인에 따라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에만 집중됐던 국내 부동산 시장의 핵이 제주도, 부산, 인천으로 확대되고 있다. 제주도 세인트 포 골프장에 2천 세대의 리조트, 신화역사공원 리조트 2천 세대, 부산 해운대 101층 엘씨티 빌딩, 부산 송정리 콘도형 리조트 등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들 개발 프로젝트는 모두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혜택을 내세우며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의 국제화 초창기인만큼 아직은 서투른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국내 부동산 개발 마인드의 연장선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중국인 상대로 분양한 가격은 5억 이상 정도였다. 5억 이상 현금 투자할 경우, 영주권을 제공하는 법규에 근거한 가격이다. 하지만 10억 이하의 분양상품은 내국인을 상대로 하는 분양상품이지 국제시장에 내놓을 분양 상품은 아니다.
상하이 최고가 아파트는 5백억 짜리가 있으며 홍콩에는 1~2백억 짜리 아파트가 거래 된다. 베이징 근교의 호화 빌라촌의 한 채가 수십억원(30억 이상) 수준이다. 해외 부동산 상품에 관심을 갖는 중국인을 상대로 한다면 기본 30억 이상의 호화 저택에 집중해야 한다.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내국인 상대의 부동산 사업과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상대의 부동산 사업은 성격이 다른 문제이다. 전자는 실용성, 편리성을 근거로 한 합리적 가격이 중요한 반면, 후자는 독창성, 미래적 가치를 근거로 한 비싼 가격이 중요하다. 단적인 예로,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5성급 이상의 호텔로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같은 발상의 전환이 쉽지 않다. 첫째, 한국의 미래시장 및 국제적 가치에 대해서 불명확하고 둘째, 국제시장의 실태에 대해서 불분명하고 셋째, 부호층 문화에 대한 이해와 사업 경험이 부족하고 넷째,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은 땅 위에 상상을 그려내는 작업이다. 5억 짜리 상상은 5억 짜리 가치를, 백억 짜리 상상은 백억 짜리 가치를 지을 수 있다. 제주도, 부산 해운대 같은 잠재적 가치가 무궁무진한 땅 위에 5억 짜리 주택을 지어서 외국인에게 내어주기는 너무 아깝다. 이는 우리 스스로 한국의 자산 가치를 깎아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아시아의 부호를 상대로 하는 부자 도시로 만들 것이냐, 아니면 중국인 투자를 표면적 명분으로 삼고 실제는 내국인 투기를 목적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5억 짜리 리조트를 짓고 분양에 성공했다는 말은 사실 거짓이다.
어떻게 짓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팔 것인가이다. 어떻게 팔 것인가는 어떤 상상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실은 뭘 만들든 불안한 것 같다. 아시아 부호들의 이목을 끌어서 큰지갑을 열게 할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알 리가 만무하다.
고부가가치는 실용성과 편리성으로 불가능하다. 예술성과 명품 브랜드로 무한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이같은 귀족 마케팅은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주도해왔다. 아시아에서 우리도 이를 주도할 때이다.
소위 하층업체 피 빨아 먹는 사업 마인드로는 결코 귀족 마케팅은 불가능하다. 국제적 이슈를 주도하며 가치를 배가해서 이윤을 극대화 할 때, 국가경제도, 국민경제도 살 찔 것이다.
부산에서 한일간 해저 터널 관련 기사를 보았다. 한일간 해저터널이 만들어지면 부산의 도시 가치는 고속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는 불가능하다. 우리 경제가 망하더라도 일본이 잘 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국부의 크기는 국민 생각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이다. 국부를 키울 생각은 않고 하나 같이 어떻게 해먹을까 혈안이 된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까? 우리는 오늘 5천만 내수시장에 연 1억의 관광소비가 더해지는 미래경제를 준비할 때이다.
김병묵님 작성
백화림의 천하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