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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얻은 것과 잃은 것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6.08일 08:53
(흑룡강신문=하얼빈) 한 중년 사나이가 사는 것이 힘들고 사업압력이 너무 커 승려를 찾았다.

  승려는 그에게 빈광주리를 넘겨주었다. 저 앞을 걸어가면서 보이는 돌멩이를 하나하나 광주리에 주어 담으며 어떤 느낌이 오는가 생각해보라고 했다. 사나이는 시키는 대로 돌멩이를 하나하나 주어 담았다. 광주리는 채울수록 당연히 무겁기만 했다. 이때 승려가 입을 열었다.

  “인간은 누구나 이 세상에 올 때는 빈 광주리처럼 홀몸으로 왔소.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이나 하나하나 주어 담다보니 그처럼 무겁고 힘든 것이요.”

  “그럼 무슨 방법으로 부담을 덜 수 있습니까?”

  사나이가 물었다.

  “사람이 진정 부담을 덜려거든 자신의 명성, 재부, 허영, 권력 따위를 내려놓을 줄 알아야하오.”

  “스님은 살아오면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겼습니까?”

  승려는 크게 웃고 나서 말했다.

  “내가 버린 것은 몸밖에 것이요. 얻은 것은 깨끗한 마음뿐이라네.”

  사나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었다.

  조선족은 일찍이 90년대부터 거액의 장리 돈을 써가며 해외진출을 강행했다. 그것이 위험천만한 일인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 뭉칫돈을 벌기만 하면 도시에다 아파트도 살 수 있고 자식 대학등록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푼 희망에 둥둥 떠 있었다. 이들은 아슬아슬한 단속을 피해가며 열심히 일해 돈을 벌었다. 이렇게 피와 땀을 흘리며 돈을 버는 부모의 고통을 모르는 자녀들이 많다. 물론 고생스레 일하며 돈을 버는 부모를 아끼고 불쌍히 여기는 자식들도 있다.

  지난 달 중국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에 가서 외사촌처제네 집에서 며칠 묵은 일이 있었다. 처제 남편은 98년도 한국에 가서 십여 년간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 보람으로 도시에다 새 아파트도 샀다. 후에 처제도 한국 나가 5년을 벌다가 남편과 함께 귀국했다. 돌아와서 또 아파트 한 채를 사서 한족처녀와 결혼한 아들 녀석한테 주었다. 그런데 처제 남편의 건강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하루 종일 무기력해 있는 상태다. 처제는 남편이 일에 지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했다. 남편이 저렇게 된 데는 아들딸이 속을 썩이고 있는 것과 무관할 수 없다고 했다. 처제는 이전부터 나하고는 아무런 말이나 솔직하게 말하는 그런 타입이다.

  원래 공부 잘하던 처제아이들은 한족초중을 마치고는 공부하기 싫다며 일찍 사회로 나왔다. 사회로 나온 후 사립학교에 보내 영어공부, 기술공부를 시켜봤지만 모두 시작만 떼놓고는 끝을 보지 못했다. 후에 처제가 한국 나가면서 아들딸에게 집에서 놀기만 하는 것보다는 청도나 천진에 있는 친척집에 가서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신신 당부했던 것이다. 딸 녀석은 그래도 옷 장사 같은 것을 조금씩 하는데 아들 녀석은 그렇지 않았다. 식당일 같은 것도 며칠 해 보고는 힘들다고 집으로 꽁무니 뺏다. 그 뒤 한국에서 부모가 벌어서 보낸 돈을 넙적넙적 받아먹기만 하고 마작이나 놀면서 허송시간을 보낸 것이다.

  아들 녀석이 한국에 가니 부모 속은 더 타들어가기만 했다. 처제부부가 한국에서 돌아온 후 세 번째 되는 해에 장가든 아들 녀석이 무연고동포 방문취업제 추첨에 당첨되어 한국으로 떠났다. 한국입국 3년이 됐지만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중국에 가서 있는 시간이 절반이 넘는다. 그러니 부모가 아들 녀석으로 하여 기분이 엉망이고 아들 녀석의 돈을 바란다 것은 소가 웃다 꾸러기 터질 일이다.

  처제부부는 한국에 체류하면서 가정을 위해서 아껴 먹고 아껴 쓰며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남편은 몇 십 년을 피워 온 담배도 건강보다는 돈이 아깝다며 떼여버렸다. 한 달에 쉬는 날이 별로 없이 시골에서 하루 12시간이상의 강노동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아파트 두 채도 살 수 있었던 게다.

  “아무리 많이 벌었어도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기분이에요.”

  남편의 병든 모습을 보고 아들 녀석이 하는 꼬락서니를 두고 한숨을 짓는 처제다.

  “아글타글 피땀 흘리며 일해 온 나 자신이 부끄럽소.” 처제 남편도 긴 한숨을 뿜었다.

  처제는 아들 녀석이 누굴 닮아 저런지 모르겠다며 눈꿉을 찍었다. 그러면서 아들 녀석이 저렇게 된 데는 부모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남편이 돈을 벌어 집으로 척척 보내니 자식들은 호의호식했다. 자식들이 ‘왕자’, ‘공주’로 바뀌어 버렸다. 배부른 고양이는 쥐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근심 걱정 없이 돈을 쓰게 되면서 공부하려는 의욕, 일하려는 욕망마저 사라졌다. 부모가 골병들게 돈은 벌었지만 자식은 자기밖에 모르며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부모는 돈 벌고 재부 쌓는 욕심에만 급급해 말고 자녀를 염두에 두고 자녀교양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자녀가 잘나가지 못하면 아무리 많이 모아 둔 재산도 ‘공중누각’이 되고 마는 법.

  우리 5~60대 세대는 정성을 다하여 부모님께 효도했다. 오늘 자식한테 효도는 받지 못 할지언정 자식이 자립하며 지나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 가정을 영위해 나갔으면 하는 것이 오늘 부모들의 선량한 기대이다.

  오늘 세대에 자식농사 망쳐먹고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럼 다음 세대는 이런 비운이 재현되지 말아야 한다. 자식이 계속 게으르고 불효, 불충으로 나간다면 자식의 자식도 그대로 본받을 확률이 높다. 유전이 100%로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한 것만큼 그대로 돌아온다’는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는 똑 같으며 불가항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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