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적십자사는 은진이의 다지증 수술비를 지원키로 했다. "목에 탯줄이 감긴 채로 태어난 은진이 때문에 병원 전체가 혼비백산 했지요" 엄마 김난영(가명.36)씨가 그 날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엄마 난영 씨와 아빠 왕정우(가명.40)씨가 처음으로 은진이를 품은 날. 아이의 탄생으로 온 세상이 아름다웠던 두 부부의 행복은 잠시, 하늘은 이 부부의 온전한 행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조선족 신분으로 일용직 일을 하며 살아왔던 부부는 비자가 만기되기 전 중국으로 귀국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방법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이로 인해 뱃속의 태아도 힘에 부쳤던 모양인지 은진이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날, 목에 탯줄을 감고 있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한 것이다.
감고 있던 탯줄 때문에 산소 공급이 부족했던 은진이의 심장은 가냘프게 떨렸고 없는 살림이라도 아이의 생명을 위해 수술을 결정했지만 또 한 번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은진이가 '다지증(6손)' 진단을 받은 것이다.
▲ 다지증(6손)과 선천성심장질환 앓고 있는 1세 영아 은진이. 다지증이라도 생후 1년 이내에 수술하면 감쪽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부부에게는 은진이 말고도 3살 난 은진이의 언니가 있었기에 수술은 잠시 미루기로 했다.
이후 부부는 은진이의 다지증 수술비 마련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또 다시 비자 만료가 임박해져 왔다. 비자가 만료되면 비자갱신을 위해 중국으로 3개월간 나가 있어야하는데 이는 곧 아이들과의 '생이별'을 뜻한다.
수술은 커녕 생계도 버거운 이 가족을 위해 울산적십자사는 은진이의 다지증 수술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울산적십자사(회장 김명규)는 13일 은진이가 어여쁜 숙녀로 성장해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수술비용 300만원을 전달했다.
▲ 울산적십자사는 은진이의 다지증 수술비를 지원키로 했다. 엄마 김난영 씨는 "외국인이라 지원 못한다는 곳이 많았다"며 "적십자사에서 우리 은진이의 다지증 수술비를 지원해주신다는 소리에 세상 모든 것들이 다시 희망차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벅찬 감정을 표현했다.
아빠 왕정우 씨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려고 겪는 성장통인가 보다"며 "잠시 다녀오는 그 순간도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 도와준 적십자사를 잊지 않을 것이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에서는 국가의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과 위기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신섬미 기자
울산종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