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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수연례(寿筵礼)를 통해 보는 전통문화의 현주소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6.07.27일 09:35
작성자: 리화

  (흑룡강신문=하얼빈) 아이가 태여나서 1년이 지나면 부모가 돌잔치를 열어 자식의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덧 그 부모가 60세가 되는 시점에 이르면 장성한 자식들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 건강과 장수를 축원하는 효심을 담아 환갑잔치를 치러드린다.

  이른바 환갑이란 사람이 태여나서 60년이 지나면 간지(干支)가 한번 되돌아온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말이며 “회갑”(回甲), “화갑”(花甲) 혹은 “주갑”(周甲), “환력”(还历)으로도 불린다. 영조(1694년-1776년) 이래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환갑례는 한 개인이 중년으로부터 로인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년령집단으로 신분전환을 이루는 통과의례적 성격뿐만아니라 자식들의 부모에 대한 효 실천의 중요한 장으로 인지되여왔다.

  같은 맥락으로부터 만 60세가 지난후 장수를 축원하는 일련의 의례를 수연례라 하는데 여기에는 칠순(70세), 희수(77세), 팔순(80세), 구순(90세), 백수(99세) 등이 포함된다. 이렇듯 부모와 자식 간에 행해지는 일종의 교환의례로서의 환갑례를 선두로 하는 수연례는 돌잔치, 혼례, 상제례와 더불어 수백년의 긴 세월동안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일생의례로 쭉 자리매김해왔다.

  그러하다면 이미 100여년의 이주생활을 경험해온 우리 조선족의 수연례는 오늘날 어떠한 문화적 지속과 변용을 보여주고있으며 전통문화의 전승에 있어서 민족구성원으로서의 우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은 무엇인가.

  우선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것이 수연례 주기의 연장과 종류의 다양성이다. 의학기술이 상대적으로 락후하고 생활여건이 렬악했던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았고 60세를 넘기면 장수했다고 간주되였기에 환갑례가 굉장히 중요시되였으며 만 60세 생일에 맞춰 환갑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특히 근래에 들어서서는 그와 정반대로 환갑례를 지내는 집안이 손꼽을 정도로 드물어가고 칠순이나 팔순 심지어 구순, 백수 잔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는 "환갑을 쇠면 빨리 죽는다", "인생 륙십이 청춘" 이라는 표현으로부터도 알수 있듯이 로인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인식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즉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환갑례가 갖고있던 로인•장수의 의미가 퇴색했으며 그에 따라 조선족사회에서는 환갑례의 희소화와 더불어 칠순, 팔순 등 다양한 수연례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것이다.

  다음으로 수연례 장소의 변화와 그에 따른 역할변화가 주목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족의 환갑례는 보통 집안이거나 집 앞마당에서 행했다. 그러나 1989년에 연길시 성흥혼례청사의 개업을 계기로 혼례를 비롯한 돌잔치, 환갑례 등 의례들이 가정집으로부터 례식장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례식장이 보편화되기전 환갑과 같은 의례는 특히 농촌에 있어서 마을행사로서의 성격을 뚜렷하게 띠고있었으며 여러 집을 빌려서 손님을 맞고 음식상을 차리고 거의 모든 마을녀성들이 일군으로 동원되는 등 주민들의 참여도가 아주 높았다. 그러나 례식장 의례의 보급은 이러한 사람들의 역할을 크게 개변시켰다. 즉 이웃들은 단순한 하객, 구경군으로 역할전환을 하였고 그 참여도가 현저히 떨어졌으며 친척들 역시 례식장에서의 의식 및 식사가 끝나면 바로 그 자리를 뜨는데 이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오락을 하면서 잔치를 벌이던 예전의 환갑례와 큰 차이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례식장의 출현은 동시에 의례절차와 내용의 변화를 가져왔다. 수연례 상차림으로부터 시작하여 의례의 진행절차와 세부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이제 더는 가족이 아닌 전문업체와 사회자, 촬영기사 등 전문종사자들에 의해 좌우지되게 되였다.

  물론 례식장 수연례에 있어서 기본골격을 이루는 것은 의연히 "효"중심의 문화적의미와 도덕적가치임이 틀림없다. 이는 그러한 전문업체들에 의해 조선족의례의 전통이 상당정도 보존되고 전승되고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례식장 의례는 전통의 인위적인 변용을 가져오기도 하며 더 중요한것은 많은 문제점을 동반하고있다는 점이다. 특히 의례의 진행을 주도하는 관련업체와 전문종사자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의례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거나 자격증을 소유하지 못한채 단순히 직업적특성을 우세로 림하기때문에 의례가 자칫하면 고유의 문화적의미를 상실한 그냥 “웃기는 쇼”로 전락할 위험성이 많으며 또 그 의례에 참석한 타민족들에게 왜곡 된 “우리 문화”를 보여주는 우를 범하게 되는것이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의 교육과 체계적인 관리도 필요하겠지만 의례전문종사자들 역시 단순한 상업목적의 추구가 아닌 일개 민족문화의 전승자로서의 자각과 사명감을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부조형식의 변화를 들수 있다. 1980년대까지는 현금이나 옷, 음식으로, 그리고 그뒤로는 현금부조가 우세를 점했다. 그러나 근년에 이르러 환갑례를 치르지 않고 칠순, 팔순잔치를 치르는 풍조가 짙어짐에 따라 예전처럼 하객을 넓은 범위에서 초대하지 않고 친척과 부모님 동년배의 로인들만 청하여 대접하며 부조를 받지 않는 가족들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가족을 단위로 하는 과시는 종종 주위사람들에게 가족원들 사이의 우애와 화목 그리고 효도라는 긍정적인 가치평가를 부여받으면서 “잘난척이 아닌 자랑해도 되는 일”로 비쳐진다. 따라서 부조를 받지 않고 로인들을 정성껏 대접하며 거기에 선물까지 드리는 무부조 수연례는 자식들의 효심을 충분히 표출하는 도덕성 및 사회적인 신분과 성공을 과시하는 장으로서의 성격을 한층 강화하고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오늘날 조선족수연례는 박제 된 전통문화의 표본이 아닌 문화적 지속과 변용이 공존하는 력동적인 모습으로 살아 숨 쉬고있으며 이제는 의례주체이자 소비자로서의 우리들 자신이 전통에 대한 리해를 더 깊이하고 의례의 문화적의미에 대한 인식을 한층 높임으로써 의례의 실천현장에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는 진정한 주체가 되며 또 그속에서 전통의 보존과 전승이라는 민족의 일원으로서의 책임을 짊어져나가야 할 때가 온것이다.

  【리화 략력】

  성명: 리화 (李华)

  소속: 연변대학교 사회학과

  전공: 문화인류학, 초국가적 이동과 가족, 조선족 생활문화

  학력: 일본 동북대학교 학술박사

  연변대학교 정치학 학사

  주요 론저:

  저서 《조선족사회의 변동과 가족생활》 (2015, 한국학술정보) 외 다수 론문을 국내외학술지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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