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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과 더불어 영원할 동기의 정

[기타] | 발행시간: 2016.09.07일 14:35
심조2중 76기 졸업 40주년 모임 측기

문운룡


요즘 세월은 교제를 해도, 일을 처리해도 밑바탕에는 항상 계산이 깔려있기마련이다. 저 사람과 사귀여 나한테 도움이 될가, 이 일이 과연 나한테 수지가 맞을가 등등...날따라 삭막해가는 인정세태속에서도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 있으니 바로 순순한 학창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자 만나는 동기들의 모임이다. 그것도 졸업 40년만에 이루지는 모임이라면 어떨가?

처음 심양시조선족제2중학 76기 졸업 40주년 모임을 조직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딘가 막막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주비위원회 회의에 여러번 참석하며 차츰 륜곽이 잡히는것이 보이기 시작해서부터는 슬슬 기대감과 더불어 설레는 감정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거늘 강산이 네번 변할수 있는 세월 우리 동기들은 과연 어떻게 변모되였을가? 물론 졸업후 자주 마나는 사람도 있지만 한번도 상봉못한 동기들도 적지 않다. 60살 턱밑까지 달은 나이인만큼 진한 세파의 흔적이 몸과 얼굴에 력력할것은 뻔할것이지만 그래도 머리속에 떠올려지는 그림은 20살 미만의 앳된 모습들이니 만나서 알아볼수나 있을런지...

드디여 모임의 날이 왔다. 9월 3일, 출발대기장소의 한곳인 서탑 년화국제호텔 대청에 이르러 조금 있으니 흰 양장 차림을 산뜻하게 한 녀성이 들어왔다. 십중팔구는 우리 동창이겠다 싶어 먼저 말을 건네니 자기는 4반의 곽상금이라고 소개를 했다. 서로가 한참을 기억을 더듬어서야 대방의 현재 모습과 20대 미만 시절의 인상을 매치시키는데 가까스로 성공, 열정적인 악수를 나누었다. 동기들사이에 자아소개를 해서야 알아볼수 있을만큼 그동안 우리 동기들은 너무도 만남이 적었고 세월은 많이 흘렀다. 감동적인것은 그가 이번에 동기모임에 참석하려 수년간 거주중인 일본에서 우정 귀국했다는 사실이였다. 후에 알고보니 이번 동기모임에 참석하려 국외에서 달려온 사람은 그뿐이 아니였다. 1반의 한인옥을 비롯해 7-8명 동기들이 우정 한국 등 국외에서 달려왔다. 한번 떠남으로써 보게 되는 경제상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동기모임을 찾는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깊은 학우애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고 코등이 시큰해졌다.

조금 있으니 소가툰과 만융촌 대기장소에서 오른 동기들을 실은 뻐스가 년화국제호텔 앞에 도착, 세 갈래의 동기들이 뻐스에 합류하니 뻐스안이 삽시간 들끓으며 난리법석이였다. 환성, 포옹, 악수 등으로 한동안 복새통을 이루던 뻐스가 마침내 서서히 오늘의 활동지인 기반산풍경구의 벽월담(碧月潭)호텔로 향하였다. 아침에 구질구질 내리던 가을비도 동기들의 부픈 마음을 헤아린듯 멎어버렸고 하늘이 차츰 개이기 시작했다.

행사장에 들어서니 "반갑습니다, 동창여러분", "생각납니다, 그때 그시절" 등 문구들로 이루어진 현수막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뭉클해지는 가슴과 더불어 동기들로 하여금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76기는 "문혁"이란 10년 동란의 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불행아"들이다. 인생의 배움의 시기를 정치운동의 구호속에서 흘러보냈고 금싸락 같은 시간을 방공호를 파는데 허비하였다. 76년 방금 졸업을 하니 "문혁"이 종결됐고 77년도에 대학입시제도가 회복, 운명이 고의로 76기와 엇박자를 놓는듯 했다. 그래도 인생의 길은 개척해가야 했고 시련앞에 물러설수 없었다. 76기 졸업생들은 력사로 말미암은 "선천적인 부족점"을 극복하고 각자 맡은 일터에서 끈질긴 노력으로 당당히 사회의 역군으로 자리잡을수 있었다. 경제, 교육, 문화, 언론 등 분야에서 우리 76급 동기들의 활약상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동기모임은 이번 행사의 성사를 위해 로고를 아끼지 않은 "집행관"이라 할수 있는 김천희동기의 "인사의 말씀"으로 막을 올렸다. 그는 이번 모임이 조직되기까지의 준비과정을 주비위원회 사무국장의 신분으로 소개하고나서 이번 동기행사가 우리의 인생에 잊을수 없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모임 주비위원회 회장직을 맡고 행사 진척을 위해 묵묵히 힘써온 박덕규동기가 주비위원회를 대표하여 이번 동기모임이 교류의 장, 친목의 장, 추억의 장이 되기를 미리 기원했다.

이번 모임에 참가한 동기들은 도합 46명으로 활동의 편리를 위하여 4개 조로 나누었는데 식사나 유희때 조별단위로 움직이도록 했다. 점심식사를 마친후 오후에 본격적인 유희활동이 벌어졌고 그 "치렬"정도는 방금 결속된 브라질올림픽대회가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쪽지에 적힌 사람 찾아 함께 달리기", "남녀가 고무풍선 끼우고 달려가 터치우기" 등 취미성적인 항목이 다수였으나 참가자들은 정식경기에 림하는 자세로 접어들었다. 모두가 60고개를 바라는 나이를 잊은듯 마치 학창시절의 반급 대표선수로 착각하는듯 했다. 응원소리, 박수소리, 웃음소리로 일관된 장내는 마치 옛날 교정의 운동장을 방불케 했다.

유희의 마지막 크라이막스는 윷놀이였는데 한팀에서 한사람이 대표로 장악해야 할 말을 서로가 제 주장을 우기며 쓰려 하니 흔히는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꼴을 연출했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 요행 우승한 팀은 또 로또에 당첨된마냥 광희(狂喜)를 주체못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개구쟁이였다.

이날의 저녁만찬과 더불어 펼쳐진 오락판은 동기모임의 분위기를 고조에로 끌어올렸다. 낮에 각자가 동기모임에서 흔히 볼수 없는 "자아소개"의 장면을 보여줄 때만 해도 약간은 서먹해하였으나 오후의 유희를 통해 간격히 쑥 좁혀졌고 저녁에는 거의 "혼연일체"로 되버리였다. 따지고보면 우리 76기는 4년간 지역별, 전업별 등 반급을 여러번 개편하다보니 거의 모두가 한번쯤은 같은 반급에서 지내본적 있는 동기동반급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이러한 우리들이 "자아소개"를 통해 대방을 떠울릴수 있을만큼 그동안 너무도 긴 세월이 흘렀고 우리 동기들사이에는 소통이 적었던것 같다. 하긴 자식 키우고 부모 보살피고 고달픈 인생살이에 각자가 바쁘게만 살다보니 누군들 유여로움을 누릴 겨를조차 있었을가. 이날만큼은 모든 시름과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려는듯 모두가 흥에 겨워 손에 손잡고 빙빙 돌아가며 마음껏 즐기였다. 밤이 깊을수록 "벽월담(碧月潭)"의 "풍악"소리는 무르익어갔고 76기 동기들의 학우정은 꽃펴만갔다.

이튿날 오전 10시까지는 자유활동시간으로 끼리끼리 풍치 수려한 호수변을 거닐며 담소도 하고 사진을 남기기도 했는데 포즈들을 취하는 폼이 모두가 모델이였고 배우였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동기모임이 이날 점심 기반산 부근의 한 농가원(農家院)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마친후 결속짓는걸로 되였으나 전날의 여흥이 채 가시지 않은듯 그곳에서 재차 유희판이 벌어졌고 잇달아 이대로는 헤여질수 없다며 우리가 공부했던 고장이기도 한 소가툰으로 자리를 옮기기에 이르렀다. 어느 한사람의 결정이라기보다 모든 동기들의 바람이였다는것이 더욱 적절할듯 하다. 이동하는 뻐스에서 지목되는 사람이 리유 불문하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종목이 있었는데 "감독관" 김의훈동기의 에누리없는 집행으로 각자의 무반주노래 실력을 "검증"할수 있는 계기가 되여 또한 즐거웠다.

이날 소가툰에서의 연회도 좀처럼 끝날줄 몰랐다. 노래방에 이어 또다시 자리를 옮기기를 반복하며 동기들은 헤어지기를 싫어했다. 직장이야기, 국외체류 이야기, 자녀에 관한 이야기 등 이야기보따리는 풀고풀어도 바닥나지 않았다. 주요 화두중 또 한가지가 이러한 모임을 자주 갖자는 내용이였다. 지금까지는 너무 앞만 보며 숨차게 달려왔다면 이제부터는 숨을 고르며 보다 여유로운 삶을 즐기며 인생의 가을을 다채롭게 수놓자는것이였다.


이렇게 동기들은 40년 세월을 이틀에 압축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새로운 만남을 약속하며 각자의 삶터로 돌아갔다.

2016년 9월의 만남, 76기 동기들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오래도록 기억하리!



출처: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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