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절 엄마 손을 잡고 읍내로 따라갔다 장터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국밥 한그릇을 몸속까지 따끈해나게 먹고 돌아오는 날이면 동네 조무래기들 보기 바쁘게 자랑을 늘여놓군 했다. 소박하면서도 사람사는 냄새 다분히 느낄수 있는 장터의 먹거리들, 먹을것이 풍요로와진 오늘에도 한결같이 우리의 침샘을 자극하는것은 별스럽지 않은 그 친숙한 맛때문이 아닐가!
일년 사시절 장냄새 김치냄새 풍기는 서탑재래시장엔 “아리랑”이라 이름한 음식점이 있다. 강한 맛으로 자꾸자꾸 생각나게 하는 맛집들과 달리 왁자지껄 떠드는 시장속을 구경하며 익숙한 음식들을 더 친절한 마음으로 먹고가는것이 “아리랑 풍미” 이다.
음식점들이 다 그렇겠지만 시장에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리는 11시부터 오후 2시는 “아리랑”도 어김없이 행복한 “전쟁”을 치르는 시간이다.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도 접대해야지만 쟁반에 뜨거운 시래기갈비탕이며 김치찌개들을 담어들고 복무원들은 인파속을 비집고 시장사람들에게 점심밥 배달을 뛰느라 정신없이 돌아친다.
종일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장터사람들이 이곳에서 때워야하는 점심 한끼가 가장 걱정거리이면서도 기다려지는 시간임을 잘 알고있는 아리랑주인은 번거롭더라도 꼭 식기에 음식을 정성스레 담아 배달해주고 시간을 맞춰 그릇들을 거둬온다. 이로 재래시장에선 구수한 장냄새 만큼이나 장단지가 오가는 우리들만의 아름다운 풍경선을 볼수 있다.
토실토실하게 삶아진 순대며 기름에 튀겨낸 말린 고추랑 명태를 함께 무쳐 만든 술안주, 매운 힘줄무침이여 망둥어찜, 그리고 숯불에 자르르르~ 구워먹는 불고기들… 시장이 한집두집씩 문을 닫을 때면 하루일에 지친 장터사람들은 다시 아리랑에서 술 한잔으로 하루의 피곤을 나누곤 한다.
점점 치렬해지는 서탑상권에서는 깨끗한 환경과 서비스, 맛으로는 더이상 즐거운 “전쟁”을 맞을수 없을만큼 경쟁이 살벌하다. 장터의 북적북적한 분위기속에서 느껴보는 평범함과 친숙한 맛, 그리고 장터사람들의 후한 인심을 느껴보려면 아리랑의 따뜻한 식사 한끼를 추천하고싶다. .
정봉화기자
출처:로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