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왕 서거로 추모 열기가 뜨거운 태국에서 다소 과격한 추모 강요 행위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상복을 입지 않는다고 비난하거나 왕실을 모독했다면서 위협하는 행위가 잇따르자 자성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콕에서 김상훈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태국 방콕 시내에 모인 사람들이 갖가지 색깔의 옷을 검정색 염료가 든 통속에 넣습니다.
염색을 마친 옷들은 검은색 상복으로 변합니다.
푸미폰 국왕 추모 열기 속에, 상복으로 쓰이는 검은색 옷값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자, 자원봉사자들이 새 옷을 사지 않고도 상복을 마련하는 방법을 고안해 낸 겁니다.
최근 태국에서는 검은색 상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SNS 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상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국왕을 존경하지 않는다거나, 태국 국민도 아니라고 몰아세우기도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수백명이 국왕 일가를 비난한 사람을 찾아가 집단 항의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습니다.
[현장음] "이 나라에서 왕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대체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어!"
왕실을 모독한 혐의로 기소된 한 여성이 주민들의 성화에 경찰서 앞마당에 끌려나와 무릎을 꿇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지나친 집단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태국 정부는 국민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도 사설과 기고문을 통해 자국민을 공격하는 현실이 애도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70년간 국민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푸미폰 국왕에 대한 태국 국민의 애정은 각별합니다.
그러나 자칫 지나친 존경심의 표현이 애도 분위기를 흐리고, 불안한 태국 정국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방콕에서 연합뉴스 김상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