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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잡담] “불량”에서 명품이 된 엄마들의 이야기

[기타] | 발행시간: 2016.10.28일 10:44

[신화망 베이징 10월 28일] 얼마전에 친구가 내게 푸념했다. "뭣하러 아이를 키우는지 모르겠어. 육아란 날 잃는 일 같아서 싫더라고." 난 그에게 드라마 "불량엄마백서"를 추천했다.

나는 요즘 이 드라마를 다시보기 중이다. 썬옌(沈嚴) 감독의 "불량엄마백서(辣媽正傳‘HOT MOM’, 2013)는 쑨리(孫儷,샤빙(夏冰) 역), 장이(張譯, 위안바오(元寶) 역), 우쥔메이(鄔君梅, 리무쯔(李木子) 역), 장천광(張晨光, 뤄텐(洛天) 역)dl 펼쳐가는 생활밀착형 드라마로 초호화 캐스팅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받아온 작품이다. 혼전 임신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한 젊은 샤빙이 결혼과 양육의 스트레스를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점차 “슈퍼맘”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 이 드라마는 2013년에 첫 방송을 타면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의 자화상으로 평가되었다.

출산 후에도 여전히 개성을 추구하며 장미빛 인생을 그려가는 당당한 엄마들을 두고 핫맘이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워킹맘쯤 되겠다.

여기 샤빙이라는 핫맘 1호가 있다. 좌충우돌 유아독존이긴 하나 누가 봐도 예쁘고 유능했던 샤빙의 곁에는 위안바오가 있다. 훈남이었던 첫사랑에게 복수하느라 위안바오와 연애했는데 실수로 덜컥 임신해버리면서 샤빙에게는 결혼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놓여진다.

드라마에는 또 리무쯔라는, 핫맘 2호가 있다. 대단한 아우라다. "꾸미지 않는 여자는 상대할 가치가 없어!"를 웨치며 일을 목숨처럼 여기는 그녀, 하지만 뷰티잡지사의 이 유능한 편집장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면 “극복되지 않는 불임”이다. 이에 극도로 예민하던 리무쯔에게 드디어 천사가 찾아오면서 삶 전체가 달라진다.

사실 2013년 9월의 나에게 이는 힘겨운 드라마였다. 내 아이가 3개월에 접어들었던 그 무렵은 모유와 분유, 워킹맘과 육아맘... 등 미비와 인정 사이의 촘촘한 경계에서 헤매고 있던 혼란의 시기였다. 우유병과 행주로 뒤죽박죽인 주방과 알 수없는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사이를 오가며 24시간의 전투육아를 치르다보면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하는 것이 나에게는 위로와 탄식이 혼재하는 일이었다. 한숨이 돌려짐과 동시에 꾀죄죄한 거울 속 어수선한 내 모습에서 열등감이 북받쳐 울기도 했다.

그래서 사랑스러운 도도녀 샤빙이 생활 속에서 움츠러드는 모습에 동질감보다는 암울함을, 날 환호케 했던 리무쯔가 엄마가 된 뒤로는 아예 가시밭길만 가는 모습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 특히 뤄텐의 바람으로 리무쯔가 힘겨워하는 씬에서는 “남자의 바람이란 숙명일까?”하는 회의가 느껴지더랬다.

어쩌면 “삶은 더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다. 핫맘들의 변화는 감동적이었으나 그렇게 살고싶지는 않았다. 왜서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하는지, 왜서 치매에 걸린 시부모를 당연하게 봉양해야 하는지, 왜서 관계란 움켜질수록 더 흩어지는 것인지, 왜서 엄마란 그렇게 피곤한 삶을 살아야 마땅한 일인지… "진짜 저렇게 살려면 암에 걸리겠어. 차라리 싱글맘으로 살고말지." 드라마에 대한 당시의 내 리뷰라면을 솔직히 그랬다.

흐르는 세월 속에 위안바오는 변한다. 호적상 남편이 되더니, 죽으라면 바싹 엎디던 연애 때하고는 판판 다르다. 물질적으로 큰 풍요도 주지 못하면서 샤빙에게 쏟는건 속사포식 불만 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어머니마저 치매에 걸려 온 집안이 충격에 휩싸이며 모두가 힘들다. 리무쯔는 또 어떤가. 힘들게 가진 아이를 호호 불면서 키우겠다는데 남편은 시큰둥, 아니꼬움, 분노 등 3단 변화를 보이시더니 급기야는 바람나버렸다.

그해로부터 3년이 흐르고 3살배기 아이의 엄마로 된 시점에서 “불량엄마백서”는 다르게 읽힌다. 드라마는 우리의 삶을 닮았다. 결혼이란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닌 또다른 현실의 시작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천사와의 동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인내가 필요한 중노동이 더 맞다. 삶은 어렵다. 그러나 언젠가 마주할 가족의 질병 앞에서 쓰러질 새란 없다. 사랑은 밥먹여주지 않으며, 내가 애써 다듬고 영위해가야 지속 가능한 무엇이다. 골자는 “여자의 독립”이다. 그래서 두번째로 드라마를 볼때 샤빙의 행동마다에 수긍이 갔고 변해버린 위안바오의 모습이 아니꼽지 않았다. 꽤 억지스럽게 노력하는 리무쯔의 모습에 거부감도 들었지만 가정을 지키려는 결심이 뇌리에 진하게 남았다. 그렇게 핫맘들은 진짜 어머니로 되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상 자료 사진)

이 시대 여자들의 일과 육아라는 이중주를 그리는 드라마- “불량엄마백서”는 결국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 답은 아직도 모르겠다만, 살아보니 그랬다. 결혼은 마냥 행복한게 아니었고 삶도 마냥 예쁘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삶에는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마음과 태도가 필요하다. 평범한 일상속에서 누군가는 내일을 살게할 행복을 얻고 누군가는 한잔 술로 영혼을 만취한 채 잠이 든다. 치열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게 차려진 한뙈기 땅이라도 정성껏 가꿔가는 책임지는 자세”가 아닐까? 이런 마인드야말로 최고의 정신적 보험이라고 감히 총화해본다.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내 엄마의 20대를 상상했다. 내가 본 것은, 내 존재가 없었던 시절에 아무 것도 들지않은 가벼운 빈손의 사진 속 젊은 여성이 전부다.엄마가 관통해온 삶의 깊이가 얼마만큼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헬 수 없이 많았을 속터지는 순간과 어지러운 방황 속에서 “아픔”도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배우고, 나이 육십쯤 되어서는 번민과 고뇌, 갈등들을 지혜로운 솔로몬의 경구처럼 휙휙 흘려보낼 줄 아는 내 엄마로 됐음을 알 뿐이다.

여자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며 핫맘의 삶은 더구나 그렇다. 하지만 이 모든 고뇌가 어찌 필요없다고 할 수 있을까. 내 얼굴을 닮은 아이를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행복이며 문화차이로 발생할 파편화된 갈등들은 나를 더 강하게 세워준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샤빙과 리무쯔도 결국에는 행복했다.

“불량엄마백서”라는 38회 분량의 드라마는 여자들의 힘겨움을 그리고 핫맘들의 애환을 성토하며 그보다는 삶의 목표가 어디까지나 “소소한 행복”이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한다. 물론, 여기서 “책임감”이 진앙지다.

나에게도 딩크족을 꿈꾸던 시절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나이가 선물해준 연륜으로 이제는 쉽게 그 초조함을 달랠 수 있게 되었다. 일종의 숙달이다. 혼자이길 꿈꾸는 내 친구에게 “불량엄마백서”라는 좋은 교과서를 추천해준 것도 그 연유에서다.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산다는 것은 그동안 “누군가의 딸”이었던 삶에서 탈피해나와 진정 책임지는 어른으로 거듭나는 거룩한 의식이며, 그 과정 또한 마냥 나쁘지만은 않더라고 말해주고 싶어서다.

고단한 하루의 끝에서 “불량엄마백서”를 보며 가볍게 잠을 청해본다. 2013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놀랍게도 이렇게 다르다. (글/ 렴청화)

원문 출처:신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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