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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도시락 좋아서 먹겠냐…혼자 식당가면 눈칫밥 먹잖아요'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6.10.30일 16:37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몇 분이세요?” “혼잔데요… 순댓국 하나 주세요.”

27일 오후 12시께, 명동 한복판 순댓국집에서 혼밥을 했다.

유통업체 출입 기자라서 항상 명동에 머무른다. 하지만 식당에 들어가서 혼밥을 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평소 약속이 없을땐 끼니를 굶었고 정 배가 고프면 삼각김밥과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의 본점이 있고 많은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오고가는 명동에서의 혼밥은 부끄럽다고 생각해온 터였다. 하지만 이날은 순댓국이 몹시 당겼다.

매장 안은 ‘나빼고 모두’, 혼자가 아닌 ‘무리들’로 가득했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 부대,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들고 큼지막한 베낭을 맨 요우커들도 모두 일행과 함께였다.

혼밥은 20분도 안 돼서 끝났다. 갑자기 중국인 단체 관광객과 직장인 부대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4인석에 혼자 앉아서 먹자니 눈치가 보였고, 주인장에게도 미안했다. (사진=김성우 기자)

주문을 마치고 5분여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혼자서 앉아있고 순댓국을 하나만 시켰는데도 종업원은 밥을 두 공기 갖고 왔다. 다시금 “저 혼자에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종업원은 “혼자 온 경우는 처음이라서…”라며 밥 한 공기를 치웠다. 다행히도 순댓국은 ‘한그릇’만 나왔다. 다시 한 번 ‘저 혼자에요’라고 말하지 않아도 됐다. 명동에서의 첫번째 ‘식당혼밥’은 밥을 받은지 20분도 안돼 끝났다. 갑자기 중국인 단체관광객과 직장인부대가 몰려왔기 때문이다. 4인석에 혼자 앉아서 먹자니 눈치가 보였고, 주인장에게도 미안했다.

매장 안은 ‘나빼고 모두’, 혼자가 아닌 ‘무리들’로 가득했다. 넥타이를 맨 직장인 부대,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들고 큼지막한 베낭을 맨 요우커들도 모두 일행과 함께였다. (사진=김성우 기자)

▶ “좋아서 도시락 먹겠어요? 렌지에 돌리면 전자파 나오는데.” = 최근 ‘혼밥’과 ‘혼술’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 식당가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혼자 식당에 방문하면 ‘혼자오셨냐’며 핀잔을 주거나 입장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식당은 가게 입구에 ‘2인 이상’이라는 문구를 붙여 혼밥족들을 원천봉쇄 하기도 한다. 식당에 방문하면 혼자 먹을 수 있는 백반메뉴를 찾아보기 힘들다. 학교 앞이나 고시촌 등 혼밥 수요가 많은 곳은 상황이 낫지만, 시내 중심부에선 혼밥을 위한 장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집에서 혼자 음식을 해먹으려고 해도, 편의점과 대형마트에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식재료가 없다. 버터와 치즈, 스파게티 면, 잼과 채소류는 모두 4인 가족용 묶음 상품으로 큼지막하게 나온다. (사진=김성우 기자)

혼밥족 하면 편의점 도시락과 김밥, 가정간편식(HRM)을 흔히 생각한다. 편의점 도시락의 성장과 엮어 ‘한국사회의 트렌드가 변화한다’는 주제로만 막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먼저 우리 사회가 편의점 도시락으로 그들을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혼밥족들은 식당에서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식사를 박탈당했다.

매일 편의점에서 점심을 때우는 공시생 이평수(28ㆍ서울 동대문구) 씨는 “편의점 도시락이 좋아서 먹는 게 아니다”라면서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전자파 나오는데 좋아서 먹겠냐?”고 했다. 이 씨가 뽑은 식당에서 혼밥 못하는 이유는 사회적 시선이다. 이 씨는 “부끄러운 게 아닌 걸 알면서도 쉽게 식당에 갈 수 없다”며 “식당 주인이 혼자왔냐며 핀잔아닌 핀잔을 줄 때면 위축되곤 한다”고 밝혔다.

▶ 자취생의 주식은 라면이랍니다. = 이는 식당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집에서 혼자 음식을 해먹으려고 해도, 편의점과 대형마트에는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식재료가 없다. 버터와 치즈, 스파게티 면, 잼과 채소류는 모두 4인 가족용 묶음 상품으로 큼지막하게 나온다.

27일 방문한 서울 주택가 인근의 한 대형마트도 그랬다. 식용유와 참기름, 장류 등 소량 품목의 수요가 많은 제품들은 작은 용량도 판매했지만 대부분 제품들은 그렇지 않았다. 사과는 6개 들이 한 봉, 유자차는 2kg, 스파게티 면도 최소 4인용으로 판매했다. 식료품 코너에는 가족과 함께 마트를 찾은 주부들이 둘, 셋 보였고 마트를 혼자 찾은 2030 젊은 세대는 라면 매대 앞, 즉석식품 앞에서 많이 보였다.

이처럼 1인가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부족하다 보니, 이들이 찾게 되는 것은 즉석조리나 한 끼에 맞게 요리되서 나오는 ‘가정간편식’과 ‘자취생의 주식’ 라면이다. 묶음 제품을 사두면 집에는 보관할 공간이 없고 쓰레기만 만들 뿐이다. 피코크를 비롯한 편의점 자체(PB) 가정간편식이 등장으로 상황이 나아졌다는 게 세간의 평가지만, 여전히 조미료가 들어간 가공식품이다.

▶ 휴지, 등 생필품도 … 모두 4인가족 중심 = 식료품 아닌 생활필수품도 마찬가지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1인가구가 자주 찾는 유통업체에서는 큼지막한 대용량 상품들만을 판매한다. 해당 대형마트에서는 휴지는 최소 6매 묶음, 많게는 45매 묶음 상품이 판매되고, 표백제와 세제는 집에 들고가기도 힘들 정도로 무거운 양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주택가 인근의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은 1인 가구가 많이 찾는 유통 채널이지만, 휴지는 6면 묶음, 락스와 세제도 2kg 들이가 판매되고 있었다.



이들 제품은 사두고 오래 쓰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한 번 사두면 쓰다 지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이 많다. 가뜩이나 좁은 1인가구의 가정에는 큰 짐이 되곤 한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총 520만3000가구로 전체 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가장 수가 많았다.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1000가구(9%)였던 데 비춰봤을 때 25년 새 5배 성장한 수치다. 또 오는 2020년에는 29.6%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인가구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오는 2020년에는 29.6%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자료=BC카드 빅데이터 센터)


여기에 대해 소비자들은 “정말 1인 가구에 맞게, ‘쓸만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이 뭘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인 이은정(37ㆍ여ㆍ서울 용산구)씨는 “대형마트에 가면 살 수 있는 물건이 없어서 잘 안가게 된다”면서 “나 뿐만 아니라 내 주위사람들도 같은 얘기들을 많이한다. 그러다보니 식사를 때우기 위해 가정간편식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직장인 마혜지(25ㆍ여ㆍ서울 마포구)씨도 “자취한 지 7년이 다되는데 지금까지 식료품을 다 먹는 경우가 없다”며 “워낙 대용량이기때문에 썩어 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과나 채소를 사도 절반은 버려야한다는 생각으로 산다. 아깝지만 선택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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