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등 ‘트럼프 취임뒤 더 악화’ 경고
보호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세계에서 보호주의 조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무역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2년 연속 감소세인 상황에 트럼프 당선자 취임(20일)은 세계 무역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트럼프의 보호주의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 늘어나는 보호주의와 감소하는 세계무역 = 13일 보호무역을 감시하는 민간기구인 글로벌 트레이드 얼럿(GT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각국 보호무역 정책 중 반덤핑과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보호 조치를 취한 경우는 34건으로 조사됐다. 반덤핑과 상계관세 등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수입품에 관세와 수입금지를 취하는 것으로 가장 강력한 보복 수단이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2분기 31건에서 3분기 29건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트럼프 당선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세계무역기구(WTO)도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우려할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WTO는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가장 불필요한 것이 무역 규제 조치”라며 “무역 규제 조치는 세계 무역 흐름을 막고, 세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WTO는 특히 “최근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반세계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어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되는 보호주의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러한 우려는 세계 무역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커지고 있다. WTO에 따르면 세계 무역액(주요 71개 무역국 기준)은 지난해 10월까지 전년동기에 비해 4.1% 줄어든 24조49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무역액은 2015년에도 전년대비 11.8% 급감했었다. 세계 무역액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없었던 일이다. 세계 무역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2009년에 전년대비 22.5% 급감했으나 2010년 상승세로 돌아선 뒤 2014년까지 5년 연속 올랐다.
지난해 71개국 중에서는 58개국의 무역액이 줄어드는 등 대부분 국가들이 무역액 감소에 시달렸다. 러시아와 브라질 등 자원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유가 하락 등으로 무역액이 급감하는 피해를 입었다. 세계 경제 엔진으로 불리던 중국도 지난해 10월까지 무역액이 전년동기대비 7.9% 감소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무역액이 가장 많이 줄었다. 한국의 10월까지 무역액은 7355억 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8.9% 감소했다.
◇ 보호주의, 올해 세계 경제 최대 위협요인 = 세계 경제 둔화로 감소세인 세계 무역액은 올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더욱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차량에 35%의 고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놔 자국 기업인 포드와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물론, 일본 토요타로부터 미국 투자 계획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기업들도 보호주의에 따른 무역 둔화가 올해 세계 경제의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지난해 12월 세계 경영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세계 무역 둔화가 올해 세계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무역 둔화를 위협요인으로 본 응답은 지난해 2분기 31%에서 3분기에 28%로 하락했다가 4분기에 크게 뛰었다. 이는 보호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당선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기업들도 날로 확산되는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서 올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93.6까지 떨어졌다. 특히 올 1분기 주요 수출애로 요인 조사에서 수출대상국의 수입규제에 대한 우려가 전기대비 2.8%포인트 올랐다. 이는 원재료 가격 상승 우려(6.2%포인트)에 이어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보호주의 기조가 확산됨에 따라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수입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실제로 한국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트럼프가 공약대로 중국산 제품에 45%의 징벌적 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 제품도 관세가 평균 20%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해 한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출처: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