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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뉴스]미셸 오바마의 패션, 그 안에 담긴 정치의 마술

[기타] | 발행시간: 2017.01.17일 07:00

지난해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미셸 오바마는 푸른색 드레스를 입었다. 푸른색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관용과 다양성, 여성인권의 의미까지 이 드레스에 담겼다. GettyImages/이매진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지난 8년 동안 패션 아이콘으로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과감하고 화려한 드레스를 즐겨 입어 시선을 모았고, 옷차림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데도 능숙했다. 역대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가운데 패션 하면 재클린 케네디가 첫손에 꼽히지만 미셸은 그보다도 한 수 위라는 평가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미셸에 대해 “패션 역사상 최고의 레인메이커”라고 했다. 레인메이커는 ‘행운을 부르는 사람’, ‘특정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가디언은 “미셸이 패션으로 정치적 마술을 부릴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면서 “용감한 매력과 현대적인 우아함을 보여주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지난 8년에 걸친 미셸의 옷차림을 다시 살폈다.

미셸의 패션이 처음 화제가 된 건 2008년이었다.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이 시절 미셸은 제이 레노가 진행하는 ‘투나잇쇼’에 출연했다. 사라 페일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선거 운동기간 의상비용으로 15만 달러를 지출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던 때였다. “당신 옷장에 들어간 옷들은 얼마쯤 되느냐? 6만불? 7만불?” 레노의 다분히 의도적인 물음에 미셸은 “우리 여자들은 J.크루를 안다. 온라인에서 좋은 옷들을 싸게 살 수 있다”면서 재치있게 답했다. J.크루는 미국의 중저가 아웃렛 브랜드다.

미셸은 백악관에 들어간 이후 여느 퍼스트레이디들처럼 구치와 베르사체, 지방시, 랑방 등 고급 브랜드를 즐겨 입었다. 하지만 J.크루와 H&M, 갭 같은 대중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많았고, 때로는 고급 드레스 위에 중저가 카디건을 겹쳐있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셸이 누구나 따라입을 수 있는 패션을 선보일 때마다 소셜미디어 상에서 그의 옷차림은 큰 화제가 됐다. 뉴욕대 데이비드 예맥 교수는 미셸이 패션 브랜드에 끼친 영향을 주제로 삼은 논문에서 그 경제적 가치가 50억 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2009년 영국을 방문해 고든 브라운 총리의 아내 사라와 만난 자리에서 미셸은 미국 중저가 브랜드 J.크루의 카디건을 입었다. GettyImages/이매진스

대통령의 연설은 귀담아듣지 않아도,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한번쯤 살펴보는 시대. 미셸은 역대 퍼스트레이디 누구보다도 패션의 역할을 잘 이해한 사람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셸은 재클린 케네디나 낸시 레이건처럼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이 정부의 정체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나아가 미셸은 그들 이상으로 패션에 자신만의 개성을 담을 줄 알았고, 남편 버락이 추구하는 가치까지 선보일 줄 알았다.

미셸은 퍼스트레이디로서 그의 마지막 연설에서 “종교와 인종, 신념의 다양성이 우리를 만든다”고 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미셸은 패션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했다. 옷 잘 입기로 소문났던 다른 퍼스트레이디들이 몇몇 소수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고집한 것과 비교되는 미셸만의 특징이다. 미셸은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의상을 입으면서 거기에 시기적절한 정치적 의미까지 담았다.

지난해 1월 신년 연설에서 미셸은 쿠바계 이민자이자 동성 연인과 결혼한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스가 만든 노란색 드레스를 입었다. 전세계적으로 반이민 정서가 분출하고 미국 안에서는 동성애 논쟁이 계속해서 불거지던 때였다. 미셸은 옷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해 1월 신년연설에서 미셸은 쿠바계 동성애 디자이너 나르시소 로드리게스의 노란색 드레스를 입었다. 반이민, 반동성애에 맞선 정치적 메시지를 옷에 담았다. GettyImages/이매진스

지난해 7월 민주당 전당대회 때 입은 파란색 드레스도 마찬가지다. 파란색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이라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뿐 아니다. 미셸의 드레스를 만든 크리스티안 시리아노는 로드리게스처럼 동성애 디자이너다. 여성에게 마른 체형을 강조하는 편견에 맞서 패션쇼에서도 평균보다 큰 체형의 여성 모델을 기용하는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도널드 트럼프에 맞서 관용과 다양성, 여성의 권리를 강조한 것이다.

미셸은 디자이너들의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쿠바계인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같은 쿠바계인 이사벨 톨레도, 대만계인 제이슨 우, 인도계 나임 칸, 태국계 타쿤 같은 디자이너들의 옷을 즐겨 입었다.

미셸의 다국적 의상은 외교 무대에서 특히 빛났다. 인도 방문 때 만찬장에서 나임 칸이 만든 인도풍 드레스를 입었고, 버킹엄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런던에서 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톰 포드의 옷을 입었다. 이탈리아에서 개헌안 국민투표가 열렸던 지난달 5일,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구치의 드레스를 입고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셸은 퍼스트레이디의 패션은 나라와 대통령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자기 취향을 만족시키려 옷장을 채우지 않았다. 디자이너들에게 따로 옷을 요구하지 않았다. 미셸이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입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사전에 나간 적도 없었다. 패션에서 철저히 공과 사를 가렸다는 이야기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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