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 필리핀에서 피랍된 한국인 사업가가 현지 경찰관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작년에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피살사건으로만 9번째인데요.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평가입니다.

조성혜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필리핀에서 납치된 뒤 행방불명이 된 50대 한국인 사업가 지 모 씨가 사건 당일 범인들에게 목이 졸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작년 한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인 피살 사건 중 9번째로, 범인 중 4명이 전·현직 현지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사와 경장급에 해당하는 이들은 피해자 지 씨에게 "마약 혐의로 수사하러 왔다" 며 가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지 씨를 차에 태워 끌고 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행 약 2주 후에는 피해자의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해 500만 페소, 약 1억 2천만원을 받아냈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장을 통해 시신을 소각했습니다.

현직 경찰이 범인이라는 특수성과 증거인멸로 묻힐 뻔한 이들의 범행은 공범 중 한명인 경찰관의 자백과 이웃 주민이 찍은 범행 차량 사진 등을 통해 3개월만에 전말을 드러냈습니다.

최근 몇년새 필리핀내 한인 살인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현직 경찰이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사건의 엄중성이 큰 만큼,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부 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유감을 표명했고, 김재신 주 필리핀 대사도 야사이 장관을 만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연합뉴스TV 조성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