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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어른도 없다... 포켓몬 고 위험천만 순간들

[기타] | 발행시간: 2017.02.06일 10:17
[동행 취재] 전주 한옥마을 단속 나섰더니... 차도로 내려가고 무단횡단까지

[오마이뉴스 글:주현웅, 편집:박순옥]

최근 위치기반(LBS)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 고는 야외에서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방 안에만 갇혀 지내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의 양산을 줄일 수 있고 한다. 포켓몬을 획득 혹은 진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들을 얻으려면 최소 1km에서 10km 이상을 걸어야 된다고 하니 이용자들은 본의 아니게 바깥 운동을 겸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사고의 우려'다. 포켓몬을 색출하겠다고 휴대폰만 바라보며 걷다보니 자연히 각종 사고에 노출된다. 심할 경우 범죄와 교통사고 우려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게임에 집중하다 보면 간과하기 쉽다.

이 때문에 경찰까지 나선 상태다. 경찰은 최근부터 포켓몬 고 이용자들의 범죄·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운전 중에 포켓몬 고를 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고, 포켓몬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범죄와 안전예방 순찰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기자는 지난 4일 저녁 전북 전주시 남문지구대(완산구 대동로 95) 측에 협조를 구해 사고예방 순찰에 함께 나섰다. 이곳 경찰들과 동행해 포켓몬 고 이용자들이 실제로 얼마나, 어떠한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는지를 지켜보았다.

'포켓몬 고 성지' 전주 한옥마을에 갔더니...

▲ 관광명소인 한옥마을이 최근부터 포켓몬고 이용자들로부터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포켓몬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

ⓒ 주현웅

오후 7시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한옥마을. 연간 1천만 명 가량의 관광객이 몰린다는 이곳은 최근 '포켓몬 다량 출몰지역'으로 소문나면서 포켓몬 고 이용자들로부터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기자와 동행한 경찰은 "실제로 포켓몬 고를 하는 사람들이 최근 한옥마을에 많이 몰리고 있다"면서 "안전수칙이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며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찰을 시작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2장의 전단지가 나갔다. 나란히 포켓몬 고를 즐기며 걷던 커플 2명이 돌로 된 화단에 정강이를 부딪쳤다. 경찰이 전단지를 전해주며 조심하라고 당부하자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알겠다고 대답한 남성.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어딘가에 부딪친 적이 있다면서 스스로 "교통사고 안 난 걸 항상 다행으로 여긴다"고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어깨에 부딪치는 일은 워낙 많아요. 아무래도 휴대폰만 쳐다보면서 걸으니까 전방주시가 제대로 안 돼죠. 그래도 재밌어서 계속 하는데 위험할 수도 있단 생각이 항상 들긴 해요. 제 경험상 비추어 봐도...."

▲ 나란히 포켓몬고를 하던 어느 커플이 경찰로부터 안전에 유의하라는 당부를 받고 있다.

ⓒ 주현웅

같이 게임하다 아이도 신경 못 써 "민망하네요...."

순찰 20분째. '경찰이 이런 걸로 할 일이 많긴 할까' 하며 초반에 가졌던 의문이 금세 무색해졌다. 몇 분에 몇 명꼴로 포켓몬 고 이용자들을 발견하게 될지, 그들 중 몇 명이나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을지 세어 보려던 시도는 애초에 물거품이 됐다. 포켓몬 고 이용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차치하고 실제 위험이 우려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사고였다. 아이들끼리만 몰려다닐 때도 걱정이지만, 부모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젊은 부부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때 부모가 게임에 집중하느라 자녀들을 신경 쓰지 못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관광 겸 포켓몬 고를 즐기기 위해 왔다는 한 가족은 이날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다 같이 게임을 하던 이 가족은 함께 걸으면서도 각자의 휴대폰만 주시했다. 그러던 중 아이가 먼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홀로 서서히 발길을 옮기다 급기야 차도에까지 내려갔다. 자신의 게임 화면만 응시하던 부모는 그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다. 인파가 많은 한옥마을 특성상 차들이 서행을 했으니 망정이지, 일반 도로였다면 정말이지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다.

경찰로부터 즉각 주의를 받은 부모는 "민망하다"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위험하단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고 했다.

"위험... 하긴 한 것 같아요. 일례로 겨울이라 길이 얼면 제가 먼저 아이에게 '조심하라'고 해야 되는데 같이 넘어진 적이 있어요. 아이랑 같이 놀아주려고 시작했는데 신기하긴 하더라고요. 게임에 실제 길 모양이 그대로 나있는 것도 그렇고. 여튼 민망하니까 빨리 삭제해야겠어요.(웃음)"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처럼 느껴지는 모습들도 있었다. 너무 어려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자녀를 두고 부모만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그러했다. 한 엄마는 혼자 게임을 하다 홀로 서 있던 자녀가 덩치 큰 성인과 부딪친 것도 보지 못했다. 경찰이 전단지를 전달하며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무심하게 "네" 하고만 대답하며 전단지를 챙겼다.

▲ 포켓몬고에 집중하고 있는 한 여성

ⓒ 주현웅

"아이템 때문에 무단횡단, 차 오는 소리 못 들어"

"하아... 오래 걸리나요?"

친구와 둘이 포켓몬 고를 즐기던 어느 여학생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대뜸 오래 걸리는지를 되물었다. 단지 기자가 말을 걸었다는 데에서 오는 불쾌함(?) 때문은 아니었다. 이들은 맞은편에 포켓 스탑이 있어 다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포켓 스탑'은 포켓몬을 잡는 데에 필요한 몬스터볼을 무료로 획득할 수 있는 창구다. 원래 몬스터볼은 유료인데, 포켓 스탑에서는 이를 공짜로 얻을 수 있어 이용자들에겐 꽤 중요한 요소다.

결국 여학생들 중 한 명이 친구를 남겨둔 채 포켓 스탑을 향해 뛰어갔다. 남은 친구 한 명은 "그나마 경찰들이 있어서 무단횡단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포켓 스탑이 화면에 떠도 길 건너에 있으면 거리가 멀어서 안 잡혀요. 그래서 건너가야 하는데 급하니까 무단횡단도 하고 그러는 친구들이 많아요. (웃음) 저희는 그런 적 없고요! 그런데 그러는 모습을 보면 위험하겠죠 당연히. 근데 돈을 쓸 순 없으니까..."

가족들과 여행을 왔다는 최재관(43)씨는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돼 게임을 금지시킬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함께 여행에 나선 5명의 아이들은 일제히 "안 돼요" 하고 소리쳤지만 최씨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최씨는 직접 포켓몬 고 관련 사고를 목격한 후에 이런 고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지인 중 한 명이 포켓몬 고를 하다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는데, 과도한 몰입과 이어폰 착용이 사고의 커다란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 한옥마을에서 포켓몬고를 하고 있는 한 아이.

ⓒ 주현웅

아버지의 걱정을 조금도 모르는 건지, 옆에 서 있던 아들 최진율(13)군은 재기발랄한 목소리로 "저는 방금도 넘어졌어요" 하고 외쳤다. 그는 "한옥마을에서 크랩만 잡혀서 짜증나던 찰나에 푸린과 파이리가 나타나 잡으려다가 넘어졌다"고 했다.

최재관씨는 한숨을 내쉬며 "이러니 못하게 해야겠죠?" 하며 기자에게 되물었는데, 아이들은 여전히 "넘어져도 괜찮아요"라면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은 "그 대신 이어폰은 안 낄게요"라고도 덧붙였다.

1시간 조금 넘게 돈 순찰, 이때에 경찰로부터 포켓몬 고 안전사고 관련 주의를 받은 시민은 총 9명으로 약 7분마다 한 명 꼴이었다. 이들은 전부 "안전 위험요소들이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걷거나 운전 시에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다든지, 소리를 못 듣는다든지, 아이템 등을 획득하려 갑자기 어딘가에 뛰어든다든지 그 이유도 다양하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사고뿐만 아니라 아이템 등으로 누군가를 외진 곳으로 유인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면서 다방면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경찰은 앞으로도 이같은 예방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스스로 주의하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주변을 돌아보며 사고에 유의해야 하겠다. 게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안전과 맞바꾼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포켓몬고를 즐기고 있는 한 커플. 차도로 살짝 내려온 터에 되려 차들이 비켜가고 있다.

ⓒ 주현웅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덧붙이는 글 | 해당 취재는 전북 전주시 남문지구대(완산구 대동로 95)의 협조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순찰에는 이 지구대 소속 김진곤 경위, 최재경 경사와 함께 했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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