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 중인 수단 출신 화가 이브라힘 엘 살라히의 <모스크>
“미술관 5층에 있던 피카소와 마티스의 작품은 어디 갔지?”
미국 뉴욕 맨하탄에 있는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흔히 MoMA로 불리며, 현대 미술계와 건축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작품만 15만점. 후기인상주의부터 큐비즘과 다다이즘, 그 이후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이 같은 MoMA의 전시 전통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전시실 5층을 이슬람 국가 출신 작가들의 작품 7점으로 꾸민 것이다. 이슬람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을 막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하기 위한 것으로, 전시된 작품들의 작가들은 모두 이슬람 7개국 출신이다.
5층에는 수단 출신 화가 이브라힘 엘 살라히, 이란 출신 비디오 아티스트 탈라 마다니 등의 작품이 설치됐다. 또 이라크 출신으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하기도 했던 여성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도 전시됐다. 아울러 1층 로비에도 이란 출신 조각가 시아 아르마자니의 거대한 강철 조각 작품이 세워졌다.
이들 작품들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 프란시스 피카비아, 오스카 코코슈카 등 서구 작가들의 작품은 다른 공간으로 옮겨졌다.
작품이 걸린 벽에 붙은 설명에는 미술관 측의 의도가 분명하게 적혀 있다. “이 작품들을 5층에 전시한 것은 환영과 자유의 이상들이 미술관만큼이나 미국에도 필수적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MoMA는 트럼프타워로부터 두 블럭 떨어져 있다.
수석 큐레이터인 크리스토프 체릭스는 “모든 큐레이터들이 이번 행동에 참여했다”면서 “우리는 예술이 전 세계로부터 온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재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술관 측은 이들 7개국 출신 작가들의 작품들을 더 전시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에는 7개국 출신 감독들이 만든 영화도 상영할 예정이다.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