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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경영] 직접 치킨 튀겨 1억 벌어···비결은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02.12일 09:38
치킨집 자리, 아파트는 피해라 … 홍보 효과 전단 붙이는 게 최고

‘창업 수기’ 펴낸 전직 의원 비서관


‘치킨집 공화국에서 살아남기’는 30대인 박희채씨에게도 벅찬 일이었다. “비서관 월급보다는 많이 벌겠다”는 생각으로 가게에 매달렸다. [사진 김성룡 기자]

2015년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 서울 신촌에 33㎡(약 10평)짜리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개업했다. 사장은 전직 국회의원 비서관 박희채(35)씨. 그는 이미 ‘레드오션’이 된 치킨집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접 치킨을 튀기고 배달도 하며 인건비를 아꼈다. 주문 전화가 안 오면 전단을 들고 주택가를 돌면서 1년 동안 1억원을 벌었다. 대한민국 치킨 시장에서 살아남은 박씨는 최근 『치킨공화국의 치킨 게임』이란 책을 냈다. 스스로 ‘치킨게임’이라고 부른 사업을 힘겹게 이겨낸 그를 지난 7일 신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씨는 자신의 책을 치킨 창업 ‘합격 수기’라고 칭했다.


질의 :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택했나.

응답 :“치킨집을 열기 전까지 6년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다. 적지 않은 월급을 받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보좌하던 검사 출신 국회의원에게 이유 없이 정강이를 걷어차이고 국회에 정을 뗐다. 막상 국회를 떠나고 보니 갈 곳이 없었다.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형과 함께 살던 집 전세금 1억원이 전부였다. 종잣돈이 적어 치킨집이 제일 낫겠다 싶었다. 장사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프랜차이즈가 수월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홍보의 수고도 덜하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주문한 물건을 본사 물류센터에서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신제품 개발 고민도 본사가 대신 덜어 준다. 경험이 없으니 프랜차이즈가 답이었다.”

질의 :가게 자리는 어떻게 구해야 하나.

응답 :“가게를 얻기까지 두 달 동안 걸어 다녔다. 지도로는 계단이나 가파른 경사 등 배달에 장애가 될 부분까지 확인할 수 없다. 가게를 볼 때는 건축물대장을 통해 시설 용도와 가스·전기용량까지 확인해야 헛수고를 안 한다. 근처에 같은 업종의 가게가 얼마나 많은지 등 장사 정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의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서 조회하면 된다. 아파트는 피하라. 배달 장사의 블랙홀이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지상으로 차나 오토바이가 못 다닌다.”

질의 :어차피 테이블 없이 장사하는데 가게 위치가 중요한가.

응답 :“배달 장사라도 위치는 중요하다. 비슷한 경로는 묶어서 배달을 보내야 주문이 많아도 한번에 다 처리할 수 있고 매출도 오른다. 가장 좋은 위치는 비유하자면 대전역 같은 곳이다. 위로는 서울, 아래는 대구·부산으로 갈 수 있는 위치다. 반대로 가게가 서울역이라면 대전·대구·부산에서 주문이 들어왔을 때 대전 따로, 대구 따로, 부산 따로 가야 하는 위치다. 노래 가사처럼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배달을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좋다. 몇 달 발품을 팔다 계약한 가게터가 그런 곳이었다. 신촌 일대부터 홍대, 연희동, 아현동까지도 금방 갈 수 있는 위치였다.”

질의 :배달 장사가 최고라고 한 이유는.

응답 :“우리 가게에서는 매장에 손님을 받지 않고 배달 주문과 포장 손님만 받았다. 홀 장사를 하려면 공간도 더 넓어야 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구해야 해서 임대료가 더 나가는 데다 ‘회전율’도 떨어진다. 매출 대비 수익을 따져 보면 배달 장사가 갑이다.”

질의 :배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응답 :“주문받을 때 몇 가지만 정확히 확인하면 편해진다. 첫째로 건물 주소와 이름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둘 중 하나만 알면 찾아가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둘째로 고객 동의하에 입구 비밀번호를 미리 받아 두면 좋고, 셋째는 배달직원에게 주문자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미리 찍고 출발하게 하는 것이다. 밤에는 배달 전표도 잘 안 보이고, 번호를 확인하며 전화기에 찍는 데 드는 몇 분이 배달에서는 긴 시간이다. 현금으로 할지, 카드로 할지도 미리 체크해 잔돈을 준비해 두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박씨는 책에서 다른 프랜차이즈와 매출을 파악하고 싶다면 폐식용유 수거업자한테 귀띔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업자들은 서울과 일산, 분당까지도 브랜드를 불문하고 폐식용유를 수거하러 다닌다. 장사가 잘되면 폐유 수거량도 늘고, 안 되면 줄어든다. 다른 곳도 죽 쑤고 있다면 무리할 필요가 없지만 내 가게만 매출이 떨어졌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임대료 줄이려 배달·포장 판매만

사통팔달 가게터, 발품 팔아 구해

배달·주방 사람 관리가 가장 힘들어

1억 투자해 1년 만에 1억원 벌어

단품보다 세트 메뉴가 수익 좋아

배달앱에 가게 이름 바꿔 많이 등록

배달하다 사고, 건강 나빠져 그만둬

오토바이 타야 해 50~60대는 버거워

매출 목표 정하고 욕심내지 말아야


질의 :치킨집에서 홍보 차원에서 일부러 치킨을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사실인가.

응답 :“들어봤다. 그런데 냄새 풍겨서 먹고 싶어졌다고 우리 가게에 시킨다는 보장이 없다. 누군가 이렇게까지 해봤다는 이야기 아닐까. 전단이야말로 효과가 바로바로 나타나는 홍보다. 나는 주문 전화가 안 올 때는 무조건 전단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동네 방방곡곡 전단을 붙이고 대학교에서 전단을 나눠 줬다. 배달 앱에 가게 위치를 어떻게 올리느냐도 매출을 좌우한다. 전단 작업은 사람도 많이 쓰는데 제대로 붙였는지 사장이 열심히 확인해야 한다.”

질의 :요즘은 모바일 배달 앱으로도 많이 주문하는 것 같다.

응답 :“앱에 들어가면 고객 접속 위치에서 제일 가까운 집부터 광고가 노출된다. 매달 구역을 넓히기 위해서는 광고를 여러 지점에 올리는 게 좋다. 일명 ‘깃발 꽂기’라 하는데, 대부분 잘 모르거나 귀찮아서 하지 않는 일이지만 중요하다. 진짜 가게 위치에 하나, 지점 이름을 살짝 바꿔 가게 동서남북 방향에 하나씩 더 등록하는 거다. 메뉴를 단품 말고 세트로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전화로 주문을 받을 때 ‘더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라고 묻는 것과 흡사한 전략이다.”

그는 장사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사람 관리’라고 했다. 배달이든 주방일이든 일단 구하기가 어렵다. 하루 12시간, 주 6일 근무에 폭염이나 혹한에는 일하기가 더 힘들다. 배달직원이 오토바이 사고라도 당하면 비상이다. 일이 힘드니 월급도 240만원 이상은 줬다. 주방 이모가 준비한 반찬으로 직원들 점심·저녁을 꼬박꼬박 챙겨 먹인 것도 직원 복지였다.


질의 :장사가 잘되는데 왜 1년 만에 손을 털었나.

응답 :“빗길에 배달을 나가다 택시에 치여 오토바이를 탄 채로 넘어졌다. 팔을 다쳐 깁스를 했는데, 장사해야겠단 생각에 깁스도 풀어버리고 방치하다 상태가 악화됐고 1년간 피로감이 쌓이는 등 여러모로 건강이 악화됐다. 가게를 연 지 딱 1년 되던 날 가게를 넘기고 나왔다. 치킨집 하는 동안에는 일주일에 하루 화요일에만 쉬고 종일 가게에 매달려 있으니 부모님이나 형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가게 비우고 잘 놀러다니는데 선택의 문제다. 돈을 벌고 싶으면 다 포기하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질의 :30대인 본인도 건강이 나빠져 손 털고 나온 건데, 50~60대가 할 만한 장사일까.

응답 :“쉽지 않은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직 30대니까, 젊으니까 해 보자’ 했는데 낮과 밤이 바뀐 생활에 급할 때는 직접 오토바이도 타야 했다. 그냥 넥타이 매고 출근하던 나이 있으신 분들은 순발력도 부족할 수 있고 체력적으로도 버거울 수 있다. 은퇴하고 생활비 정도만 벌겠다고 하는 분들은 차라리 일정 정도 목표 매출을 정하고 그 이상으로는 무리하지 않겠다, 욕심내지 않겠다고 마음먹는 게 좋을 것 같다.”

박희채씨의 새 직업은 ‘출판사 대표’다. 거창한 직함이지만 사무실도 없이 집주소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지인 몇과 꾸려 가는 소규모 출판사다.


[S BOX] 중·장년 창업 1순위 치킨집 4만여 곳 …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아

특별한 날에만 먹던 치킨은 이제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됐다. 2016년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3.6kg으로 1970년의 10배가 됐다. 치킨용 닭 한 마리(1kg)로 계산하면 1년에 14마리 정도다. 치킨전문점은 최근 10여 년간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2만2968개에서 2014년 3만1529개가 됐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치킨집은 1만8000여 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13년 국내 치킨전문점 수가 10년간 연평균 9.5% 늘어나 약 3만6000개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3만5429개·2013년)보다 많은 숫자다. 성장세를 감안하면 2년 동안 대한민국 치킨집은 4만 개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실업자가 대량 생산되면서 치킨집은 은퇴 후 생계 유지를 위해 창업으로 내몰린 중·장년층의 상징이 됐다. 2015년 국내 자영업자 수는 479만 명.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혼자 버는 단독 사업자, 일명 ‘사장이라 쓰고 노동자라 읽어야 하는’ 경우는 82%에 달한다. 자영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다 보니 최근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2년 23.2%에서 2015년 21.4%로 낮아졌다. 하지만 창업에 뛰어드는 연령대는 높아지는 추세다. 2007년 40대가 31.2%로 가장 많았지만 2015년에는 50대가 30.8%로 가장 많았다.

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연매출이 4600만원이 안 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창업자의 40.2%가 1년 안에 폐업하고, 2년째가 되면 53.7%가 문을 닫는다.

DA 300


글=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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