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작년 11월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쿠릴 4개 섬 중 이투룹과 쿠나시르에 배치한 신형 지대함 미사일 '바스티온' (러시아 육군 제공) © News1
내달 '공동 경제활동' 협상 등에도 영향 미칠 듯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연내 사단급 병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일본 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2일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쿠릴 열도를 포함한 국경 지역 방어대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린 섬들을 방어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1개 사단 병력을 이 지역에 신규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릴 4개 섬이란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쿠릴 열도 남단의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擇捉)과 쿠나시르(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섬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러시아 측은 이들 섬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결과에 따라 자국에 합법적으로 귀속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 측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러·일 통호조약' 등을 근거로 이들 섬이 일본 고유의 영토에 해당한다며 '반환'을 요구, 이들 섬을 둘러싼 양국 간 영유권 갈등은 2차 대전 종전 뒤 7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러·일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못한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측은 쿠릴 4개 섬에 대한 자국의 실효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에토로후와 쿠나시르 등 2곳에서 군부대 막사 등 시설 정비 작업을 진행했고, 작년 11월엔 해안 방어용 신형 지대함 미사일 '바스티온'과 '발'의 배치 또한 완료한 상태다.
현재 에토로후와 쿠나시르엔 3500명 규모의 러시아군 병력이 주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쇼이구 장관의 말대로 연내 사단급 병력이 새로 배치될 경우 전체 주둔 규모는 5000~2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들 지역에 신규 배치될 러시아군의 사단급 병력이 육군 기계화보병·포병부대나 해군 함대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고쓰키 도요히사(上月豊久) 러시아 주재 일본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쇼이구 장관의 발언은 "북방영토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기본적 입장과 배치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일본 외무성도 쇼이구 장관의 발언과 관련,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이번 (병력) 배치가 북방영토에 대한 러시아군의 군비 강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입장과 상충된다"고 러시아 외교부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러·일 양국은 작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 정상회담 당시 합의사항에 따라 내달부터 쿠릴 4개 섬 지역에서의 '공동 경제활동'을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
일본 정부는 이를 해 궁극적으로 쿠릴 4개 섬 영유권 갈등 해결와 평화조약 체결까지 이끌어낸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으나, 러시아 측은 이 같은 대화와 별개로 병력 배치 등을 통해 이 지역을 군사 거점화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어 양국 간 협상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ys4174@
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