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출신의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레일라 데 리마(57) 상원의원이 24일(현지시간) 마닐라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미약 거래 혐의로 체포됐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여성 의원이 마약 거래 혐의로 체포됐다. 이 의원은 자신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며, 초법적 살인에 대한 반대 운동을 계속 펼치겠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자신의 사무실에서 밤새 농성을 벌인 레일라 데 리마(57) 상원의원은 24일(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되기 전 취재진에,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마약 거래 혐의에 대해 자신은 결백하다고 말했다.
데 리마 의원은 "내가 싸우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을 살게 되는 것은 영광이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항상 말해왔듯이, 나는 결백하다. 마약 거래로 내가 이득을 봤고 마약 범죄자들 뒤를 봐줬다는 혐의는 진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데 리마 의원은 "때가 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들은 나를 침묵시킬 수도, 두테르테 정권의 압제와 일상적 살인에 반대하고 진실과 정의를 위해 벌이는 나의 싸움을 중단시킬 수도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해온 레일라 데 리마(57) 상원의원이 24일(현지시간) 마닐라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체포되자 한 지지자가 데 리마 의원 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AFP=뉴스1
데 리마 의원은 앞서 지난 21일에는 마닐라 상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대통령이 살인자이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내각엔 대통령이 부적격이라고 선언하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대통령에 반대 목소리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필리핀 인권위원회 위원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데 리마 의원은 지난 10년간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보오 시장으로 일했을 때부터 그가 마약용의자들을 살해해온 자경단(自警團)의 우두머리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데 리마 의원이 이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낼 때 수감돼 있는 범죄자들과 함께 마약 거래 조직을 운영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데 리마 의원 그리고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밤을 보냈던 로버트 레이에스 신부는 데 리마 의원 체포 뒤 "시민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그녀와 같은 강한 사람을 체포할 수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떻겠는가. 이것이 이번 체포의 함축된 메시지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치안 정책에 힘입어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공약으로 취임 시 6개월 이내에 경찰에 사살 명령을 내려 범죄를 소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10만명을 처형한 뒤 마닐라만에 던져 "물고기가 살찌게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 이후 마약사범 2555명이 재판도 받지 못하고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또 다른 4000명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살해됐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마약과의 전쟁'에서 경찰의 행위는 인간성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기는 높다. 마약과 부패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한 지도자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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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