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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된 3色 신호등, 프랑스에선 퇴출되는 중

[기타] | 발행시간: 2017.03.03일 09:18
[교통신호체계 고치는 프랑스 - 최연진 특파원 르포]

신호등을 회전 교차로로 바꾸니 MIT 연구결과 사고 25% 감소

노란색 등 때 무리한 진입이나 "신호변경 못봐" 거짓말도 줄어

파리 등 佛 전역서 신호 교체 중… 교차로 신호대기 긴 줄 사라져

최연진 기자

프랑스 파리 외곽에 사는 공무원 로이(55)씨는 올 초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출장을 다녀오면서 낯선 경험을 했다. 교통 정체를 피하기 위해 주로 국도를 이용했는데, 달리는 4~5시간 동안 교차로에서 '3색 신호등'을 거의 보지 못한 것이다. 3색 신호등이 철거된 교차로는 회전 교차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로이씨는 "회전 교차로가 나올 때마다 주위를 살피느라 속도를 줄여야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신호등 앞에 길게 줄을 서는 대신 회전 교차로를 천천히 지난다고 보면 크게 손해는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파리·리옹·낭트·보르도 같은 대도시는 물론, 프랑스 전역의 중·소도시 교차로에서 3색 신호등을 철거하고, 회전 교차로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3색 신호등이 고질적 차량 정체와 교통사고 유발의 주범 중 하나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3색 신호등을 철거한 도시에서는 "회전 교차로 덕분에 출퇴근 시간에 수백m씩 늘어선 차량 행렬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운전자들도 "회전 교차로마다 속도를 줄이는 불편이 따르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조심히 운전하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1868년 영국 런던에서 발명된 3색 신호등 체계는 많은 나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3만여 개 교차로에 설치돼 있다. 이 신호등 체계는 운전자들이 멀리서도 빨강·노랑·초록색 불빛을 보고 다음 행동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신호등이 오히려 교통 흐름을 원활하지 못하게 한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차량이 적을 때는 신호와 상관없이 빨리 주행하고, 차량이 많을 때는 회전 교차로를 크게 회전·서행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서부 보르도시(市)의 한 교차로가 3색 신호등 대신 회전 교차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르도시는 교차로 교통사고를 줄이고 차량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3색 신호등을 철거하고 회전 교차로 방식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교차로 25곳의 3색 신호등이 철거됐고 5년 내에 나머지 300여 곳에서도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인터넷 캡처

회전 교차로는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신호가 없으면 운전자가 속력을 낮춘 뒤 좌우를 살피며 교차로에 진입하게 되고,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도 한 번 더 좌우를 살피게 되기 때문에 사고 확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3색 신호등 체제에서는 노란색 등이 켜졌을 때 운전자들이 미리 출발하거나 속력을 줄이지 않고 질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전 교차로에서는 이럴 일이 없어진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빨간 불인지 몰랐다" "신호 체계가 이상했다" 등의 거짓말도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프랑스에선 최근 2~3년 사이 3색 신호등을 아예 퇴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 프랑스판 등에 따르면 루앙, 보르도 등은 2015년 말부터 시내에서 3색 신호등을 순차적으로 없애기로 결정했다. 파리시청도 올 초 '보행자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파리 시내 시범 구역을 지정해 3색 신호등을 철거하고 (회전 교차로를 도입할 수 있는지) 교통 상황을 시험해보겠다"고 밝혔다. 리옹·낭트시는 이미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인구가 2만6000명가량인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브빌은 3색 신호등을 거의 다 없애고 회전 교차로를 설치해 좋은 성과를 거둔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현재 아브빌에 3색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는 단 한 곳뿐이다. 시청 관계자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아브빌 시내 중심부는 매일 6만4000여 대의 차량이 오가기 때문에 교차로마다 수백m씩 차량이 늘어서기 일쑤였는데, 회전 교차로로 바꾼 뒤 교통 흐름이 크게 좋아졌다"고 했다.

보르도도 올해부터 시내에 있는 300여 개의 3색 신호등을 철거할 계획이다. 이 도시의 도시계획 담당 부의장인 미셸 뒤센씨는 "신호등이 없으면 운전자가 훨씬 더 주의를 기울이고 속력을 늦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MIT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필라델피아는 71개 교차로에 있는 3색 신호등을 없앤 이후 교통사고가 기존보다 4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은 "프랑스에서는 3색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 매해 1만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해마다 150명이 사망한다"며 "3색 신호등을 없애면 도로 환경이 바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존 3색 신호등을 모두 회전 교차로로 교체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회전 교차로를 운영하려면 차량이 한꺼번에 회전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한 도로 재정비 등도 필요하다.

[최연진 기자 now@chosun.com]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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