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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떳떳했던 “할배”

[연변일보] | 발행시간: 2017.03.13일 15:40
□신연희

1997년 출판한 소설을 마지막으로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던 커트 보네거트의 마지막 책이다. 《나라 없는 사람》, 이 책은 에세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그의 삶 그리고 이 책이 나왔던 시기를 놓고 볼때면 회고록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산전수전 다 겪었기때문일가? 아니면 독일계 미국인의 피를 이어받아 리성적으로 모든것을 빈틈없이 생각하고 오차없이 선악을 구별할줄 아는 능력을 지닌 리유일수도 있겠지만 이만큼 시니컬하면서도 구수하게 이야기를 펼쳐내는 작가를 찾아보기도 힘들다고 감히 생각해본다.

커트 보네거트, 물론 이 할배는 돌아갔다. 이 할배의 특징은 미국인으로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풍자와 유머로 비판 폭격탄을 날리는 흔치않는 “미국인”이라는것이다. 이 할배는 휴머니스트이다. 13편의 짧은 글이 담긴 에세이집인데 그 문장마다, 그 행마다 읽는 사람을 “풉”하게 만드는 블랙유머가 숨어있다. 그의 블랙유머는 참 웃기기도 하고 그속에 날카로운 할배의 눈썰미가 보이는것 같아 무릎을 탁치며 웃는 멋진 유머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살아온 세상에 대한 소견을 가감없이 밝히는 글들이 담백하고 풍자가로서 여전한 각이 서있음을 확인하면서 폭넓은 세상을 향한 로작가의 깊은 내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의 블랙유머에 결코 마냥 즐거울수만은 없다. 그 묵직하고 답답한 작가의 고민과 관심은 마지막에 웃음을 잃게 한다. 책에서 작가가 언급한 세상을 안전하게 바라볼수 있는 그리고 조금은 무겁고 힘든 마음을 가볍게 덜어낼수 있는 유머가 요즘처럼 아픈 세상을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수 있다 생각해본다.

세상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가는 걸가? 우리가 이상하게 변해가는걸가?

큰 의문으로 남는다.

“유머는 인생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한발 물러서서 안전하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그러다 결국 마음이 지치고 뉴스가 너무 끔찍하면 유머는 효력을 잃게 된다.”

커트 보네거트는 이 문장의 다음에 이런 말을 적어둔다.

“너무 많은 충격과 실망을 겪은 탓에 이제 나는 더이상 유머로 방어할수가 없다.”

한시간, 아니 30분이면 후딱 읽고 말 분량의 책이지만 이 책이 독자에게 주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책 전체를 뒤덮고 있는 차가운 랭소, 그러면서 끝끝내 무릎을 꿇지 않는 그 무엇, 읽으면서 내내 “이 할배 한번만 딱 직접 봤으면 얼마나 좋을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 할배는 따뜻한 세상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말하는것이 아니라 참담하고 우울한 현실을 이야기한 후에 “그러니 어떻게든 현명한 사람이 되여달라”고 말한다. 이제 세상을 떠난 이 로소설가의 부탁을 받아들여 현명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삶이 행복할때 행복하다고 느낄줄 알며 멍청한 질문에 현명하게 답할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여야 할것 같다

주옥같은 삶의 성찰을 통해 동시대의 문제를 위트있게 표현한 커트 보네거트를 읽으면서 20대 시절과 조금 달라진 30대의 나를 기대하게 되였다. 조금 더 유연하고 위트를 가질것,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않을거 같은 30대를 기대하게 만드는 할배의 통큰 유머였다.

책속에 담겼던, 할배의 생각들을 함께 엿본다.

“책과 관련하여 한마디 더 하자면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매체인 신문과 TV는 오늘날 나라 국민을 대표하기에 너무나 부실하고 너무나 무책임하고 너무나 비겁하다.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있는지 알수있는 매체는 책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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