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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의 문화적 힘의 재발견(1)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03.16일 08:42
  작성자: 박광성

  (흑룡강신문=하얼빈)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힘차게 들려온다. 작년에는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바둑게임에서 세계바둑계 최고선수를 물리쳐 인류를 전율케 하였다. 18세기 계몽주의 운동이 주창한 인간의 이성이 또 한번의 거대한 폭발을 한 것이다.

  근세 이 후에 인류의 역사를 합리성의 확장일로로 파악한 20세기초 사회학의 거장 막스 베버는 인류는 결국 도구적 합리성의 무제한적 확장으로 “철의 감옥”에 갇힐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오늘날 바로 그 어두운 전망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 하다. 인류는 네트워크를 통하여 무한히 상호 연결되어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내심적으로는 점점 고독하기만 하다.

  기계가 자연을 정복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무한히 확장시켜 줄수록, 인간의 행복문제가 인류사적인 관심사로 될 수 밖에 없다. 생산력의 발전으로 물질 결핍의 시대와 고별한 인류는 무엇보다 삶의 의미를 갈망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가?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인간관계는 갈수록 파편화되고 있고, 따뜻한 공동체는 인류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설날에 위챗으로 수백통은 축복메시지를 받았지만, 기쁨은 커냥 쓸쓸하기만 한 것이 오늘날에 우리들이 사는 모습이다. 가상공간에서 오가는 영혼없는 축복보다 오랫만에 만난 친지, 친구의 얼굴이 훨씬 우리를 기쁘게 한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정”, “따뜻한 공동체”, “연대감”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사치품으로 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갈망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왜 외국에서 잘 먹혀들가?주위를 살펴보면 한국에 별로 호감이 없는 친구들도 한국 드라마 앞에서는 오금을 못쓴다. 현실생활에서 못느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넘치는 대가족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의 이야기에 감흥을 느끼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뜨는 한국 드라마의 경우 거의가 가족과 사랑을 소재로 한 것이다. 이로부터 볼 수 있듯이, 생산력이 발전되고, 기술이 인간의 생활을 풍부하고 편리하게 해줄수록, 사람들은 “사랑”과 “온기”를 느낄수 있는 켄텐츠와 상품을 열망한다. 결핍에서 해탈되었으니, “재미있고”, “행복”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과 “삶의 온기”를 전파할 수 있는 집단이 미래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볼 수 있다.

  그런데 “정”과 “공동체”를 말할라 치면 우리 조선족을 따라올 집단이 많지 않다. 근세초부터 뿌리 뽑힌 이주생활을 하면서 조선족은 온갖 세파를겪어야 했고, 역설적이게도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 “情의 문화”와 “공동체 문화”를 꽃피워 왔다.

  생활이 하도 어려우니 너와 나를 떠나서 서로 다듬어주고, 같이 아파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수전을 주요 생업으로 하다보니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같이 살 수 밖에 없었고,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기쁨도 슬픔도 배가 되어 나눌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혈연가족주의를 초월한 “마을 공동체”가 우리 삶의 주요 방식으로 되었고, 그런 마을공동체에서는 잘났든 못났든 서로 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었다. 따라서 조선족은 역사적 과정에서 혈연가족주의와 위계적 계층질서를 강조하는 반도 모체문화와 다소 다른 문화적 특징을 형성하여 왔다. 조선족마을공동체에서는 너무 가족 중심적이면 동네 사람들이 질타를 받기 일쑤였고, 좀 있거나 배웠다고 으시대면 사람들의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혈연가족주의와 위계적 계층질서를 초월한 강건한 “마을공동체문화”가 형성되어 있었기에, 오늘날 조선족은 동네를 떠나서 세계 각지에 퍼져있어도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고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든 국외이든 조선족이 모여있는 곳이면 사람이 많든 적든 각종 협회, 모임이 우후죽순 형성되고, 이러한 협회들은 개인적 영달보다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 한다. 각 도시에 “기업가협회”가 설립되어 민족사회를 엮는 중추역할을 하는가 하면, 유지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발벗고 나서 몇 십개 도시에 “주말우리말학교”를 세워 자녀들에게 민족문화교육을 하고 있다. “여성회”같은 조직도 각지에 설립되어 사랑전달에 앞장서는 가 하면, 각지 “축구팬협회”는 경기마다 다른 팀의 축구장을 연변팀의 홈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연변지역에 홍수가 터지자, 외지에 있는 조선족들이 사처에서 떨쳐나서 모금운동을 하고 지원에 나섰으며, 전국소수민족문예경연 경선 투표가 시작되자 사람마다 선전원이 되여 투표를 독려함으로써 “아리랑꽃”이 1위에 오르기도했다. 세계적인 이동을 하면서도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는다는 것을 조선족은 실천을 통하여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조선족공동체에는 이처럼 “정”이 있고, “나눔”이 있고, “온기”가 있고, “끈끈함”이 있다. 인간이 날로 파편화되고 고독해지는 오늘날에 있어서 이러한 문화적 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물질이 아닌 “의미”의 소비, “정”의 소비, “온기”의 소비가 미래의 대세로 되고 있다.

  조선족이 우리문화속에 잠재되어 있는 “정”과 “온기”라는 “의미의 문화”를 잘 발굴하여, 그것을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켄텐츠(내용), 나아가 가시적인 상품에 접목해간다면 우리는 인류의 파편화와 고독을 막는 역할과 더불어, 행복을 수놓아가는 인류 영혼의 원예사로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길에 우리의 아름다운 미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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