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문신을 새긴 일본 폭력조직(야쿠자) 단원(자료사진) © AFP=뉴스1
경찰청 "'이윤 많은' 마약 관련 범죄 급증"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내 폭력단(야쿠자) 조직원 수가 사상 처음으로 2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NHK·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은 작년 말 현재 일본 전국의 폭력단 조직원 수가 약 1만8100명으로 2015년에 비해 약 10% 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일본 경찰청이 지난 195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일본 내 폭력단 조직원 수가 2만명을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력단원 수가 가장 많았던 1963년(약 10만2600명)과 비교할 땐 5분의1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조직별로는 일본 최대 폭력조직인 야마구치(山口)파 조직원이 1만18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6% 감소했다.
또 야마구치파 내분 과정에서 새롭게 결성된 고베야마구치(神戶山口)파는 작년 말 현재 조직원 수가 5500명 정도로 역시 전년보다 10% 가량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같은 폭력단 조직원 감소에 대해 2007년 '반(反)사회적 세력과의 관계 차단에 대한 기업지침' 공표, 그리고 2011년 폭력단에 대한 이익 제공을 금지한 '폭력단 배제 조례'의 전국적 실시 등에 따라 "자금 획득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일본 인구의 급속한 저출산·노령화 현상도 폭력단 감소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 총무성 및 후생노동성 통계를 보면 2015년 1억2711만명 수준인 일본의 총인구가 오는 2053년 이후엔 1억명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 내에선 폭력단이 유흥업소 등의 뒤를 봐주며 받는 '자릿세'나 용역 제공의 대가만으론 조직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마약 밀매 등에 관여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일본 경찰청이 밝혔다.
경찰청은 작년 한 해 동안 검거된 폭력단원 1000명당 6.5명 정도가 마약 등 각성제 관련 영리 목적의 사건에 연루돼 있다며 "이는 10년 전보다 1.8배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작년 5월엔 야마구치파와 고베야마구치파, 구도(工藤)회 등 6개 폭력단이 연합해 일본 전역 현금자동입출금(ATM) 기기에서 18억엔(약 179억원) 상당의 현금을 무단 인출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생활이 어려워져 상납금을 내기 어려운 조직원들이 이윤이 많이 남는 각성제 거래에 뛰어들거나 서로 협력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흔히 '야쿠자'로 불리는 일본 폭력단의 역사는 에도(江戶)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 의미의 '야쿠자'가 등장한 시점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로 보는 견해가 많다.
전후(戰後) 치안 악화, 그리고 물자 부족에 따른 암시장 번성 등의 경제·사회상황과 맞물려 전국 각지에서 폭력단이 결성됐고, 1980년대 일본의 경제성장기엔 이들이 회사를 차려 외견상 '합법적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경찰 등 공권력만으론 폭력단의 불법행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1992년 '폭력단원에 의한 부당한 행위의 방지 등에 관한 법률'(폭력단방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일정 요건을 갖춘 폭력단에 '지정(指定)폭력단'이란 법률상 지위를 부여, 이들을 집중 감시하는 방법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정폭력단'으로 지정한 폭력단체는 작년 4월 현재 모두 2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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