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비크버그(45·여)와 팀 레이놀즈(44)는 각각 10살, 12살 난 두 자녀와 최근 디즈니랜드에 다녀왔다. 저녁식사도 훌륭했다. 이들은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집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 파티도 즐겼다.
일러주는 걸 깜빡했다. 이들은 이혼한 사이다.
귀를 의심할 사람을 위해 다시 말하면 두 사람은 몇 년 전 이혼했다. 그런데도 왜 같이 사느냐고? 이들은 서로 앙심을 품고 이혼한 게 아니라 단지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친구 혹은 남매와 같은 사이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애나 데 아르큐레타와도 같이 산다. 아르큐레타는 레이놀즈의 새로운 애인이다. 레이놀즈는 한 집에서 두 여자와 같이 살면서 사춘기를 앞둔 자녀들도 키우는 셈이다.
미국 뉴저지주의 한 주택에 사는 수잔 비크버그(왼쪽), 팀 레이놀즈(가운데) 그리고 애나 데 아르큐레타(오른쪽). 비크버그와 레이놀즈는 이혼한 사이며, 아르큐레타는 레이놀즈의 새로운 애인이다. 아래에는 비크버그와 레이놀즈의 두 자녀로 추정. 미국 뉴욕포스트 캡처.
이혼 후에도 같은 집에서 사는 남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같이 살고, 밤마다 연락하며, 떨어져 있을 때는 문자메시지도 주고받는 등 부부 사이가 아니라는 것만 빼면 전혀 이상할 거 없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미국에서 이혼녀를 위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어느 단체 관계자는 “사이가 틀어지고 앙심을 품는 윗세대 이혼 결말을 접한 젊은 층이 새로운 방법으로 둘 사이 관계를 정립해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사로만 소개된 51세 여성은 전남편이 이혼 후에도 3년째 매일 집에 와서 13살 딸을 학교에 데려다준다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다.
리사는 “이혼으로 우리 사이는 끝났지만 가족 휴가도 같이 가고, 이따금 나를 안아주기도 한다”며 “우리 딸은 나와 남편의 이혼이 ‘서로 남자친구, 여자친구로서의 관계’가 끝난 정도로만 인식한다”고 말했다.
뉴욕의 42세 홍보전문가 스테파니는 이혼 후에도 각각 2살, 5살 난 두 아이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아이들은 전남편이 키운다. 남편과의 연락도 유지한다던 그는 “우리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며 “아이들은 우리를 많이 의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소개한 세 커플의 이혼정리법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전 배우자에게 집중하느라 새롭게 인연을 맺으려던 이와의 관계가 엉망이 되고, 결국 또 다른 이혼으로 끝난 경우도 있어서다.
이들을 만났던 사람들은 전 배우자와 ‘동거’하는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 등 돌려 떠났으니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맞겠다.
그럼에도 이들은 전 배우자를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한 방법일 뿐, 이 같은 삶의 체제를 유지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나중에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거라고 이혼 전문 중재인으로 일해온 조앤은 뉴욕포스트에 말했다.
레이놀즈는 “세 사람 모두 같은 생각이 아니었다면 우리 관계는 진작에 끝났을 것”이라며 “서로를 좋은 친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혼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뉴저지주의 한 주택에 사는 팀 레이놀즈(왼쪽), 애나 데 아르큐레타(왼쪽에서 두 번째) 그리고 수잔 비크버그(오른쪽). 레이놀즈와 비크버그는 이혼한 사이다. 레이놀즈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혼남이라고 말한다. 미국 뉴욕포스트 캡처.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