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1)
◇최홍련(연길)
송이송이 하얀 눈꽃송이 대지를 덮는다. 떡가루 같이 날리는 눈은 삽시에 두꺼운 이불이 되여 온 대지를 덮어버렸다.
사막의 모래를 방불케도 하는 눈은 휘몰아치는 바람에 아스팔트길을 휘저으며 거치른 바람을 일으키면서 녀인네 가리마를 지웠다 말았다를 반복한다.
이러한 광경은 나로 하여금 어제날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저도 몰래 떠올리게 한다.
나는 눈 오는 날을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 아들애와 딸애는 눈 오는 날을 더욱 좋아한다.
화원아빠트에 이사온 게 2001년도였으니 그 때가 바로 아들 우성이 나이가 겨우 일곱살이고 딸 은성은 네살이였을 때 일이다.
해마다 겨울이 되고 눈 오는 날이면 나는 애들을 데리고 공원에 있는 눈썰매장으로 간다. 애들이 어릴 때 내가 많이 데리고 놀면서 뜻깊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남이 거의 다 보내는 학원도 별로 안 보냈다. 어릴 때는 잘 노는 게 더 지력발달에 좋다고 들었다. 노는 중에서 창의력도 좋아진단다. 이런 나의 생각으로 우리 애들은 유년시절을 즐겁게 보낸 것 같다.
2001년 겨울 눈이 엄청 왔었지.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눈이 오면 애 둘을 동원해서 공원 썰매장으로 간다.
아들은 항상 파란색 등산복에 핑크색 골덴바지 입고 밤색 목수건까지 꽁꽁 싸매고 딸은 하얀 토끼모자 달린 흰 털옷을 입고 노랑 솜바지에 빨간 목수건 두르기 좋아했다. 밖에 나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나는 아이들에게 밝은 색 입히기를 좋아했다.
그 때 사진도 엄청 찍어서 남겼었지. 한국에서 갖고 온 필림 넣고 찍는 삼성사진기였는데 꼭 사진까지 빼서 사진첩에 넣어 기념으로 남기곤 했다.
매번 썰매장 갈 때면 우리 집에서 오래동안 같이 지내온 최이옥아줌마(가사도우미)랑 같이 동행하군 했다. 내가 애 둘 키울 때 그 분은 우리를 자기 친자식처럼 잘 보살펴주고 돌봐줬다. 우리 아줌마는 나한테 엄마와도 같이 다정한 분이셨고 나한테 친구 같이 친한 분이셨으니 언제나 우리 넷이 같이 동행하군 했다.
공원 썰매장은 사람도 많았지만 거의 애들 위주로 가정적인 분위기여서 나는 자주 애들을 데리고 갔다. 위험하지도 않았고 애 둘이 썰매 타기 안성맞춤이였다.
우리 어른 둘도 썰매를 빌려서 애들에 뒤질세라 같이 타면서 동심으로 돌아가군 했다. 꼭대기까지 미끄는 눈길을 한발작 한발작 겨우 올라가서는 미끄럼 썰매에 몸을 싣고 신나게 날아내려온다.
항상 애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집에 갈 생각도 잊은 채 애들은 얼굴이 빨갛게 얼어가면서도 신나게 놀아준다. 연길공원에서 노는 것도 성에 안 차 도문에 있는 썰매장, 모아산에 썰매장도 우리의 일행은 찾아다니면서 즐겼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눈이 오는 날을 항상 기다리고 눈이 오면 혼자서라도 눈길을 하염없이 걷기를 즐긴다.
하얀 눈은 나를 항상 추억 속으로 이끌어 나를 환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고 10년이 넘은 지금도 애들 키울 때 생각만 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나는 눈을 사랑한다. 눈 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나는 아들딸 부자이기도 하면서 온 세상을 가진 행복한 맘부자이다.
눈을 보면 나는 우리 애들 생각만 나는것이 아니라 나도 10년, 20년 전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동년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오늘 온통 대지를 뒤덮는 눈을 보니 즐거운 추억이 저절로 떠올라 못난 글을 또 쓰게 만든다.
아름다운 추억은 나를 더욱더 행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