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가 세계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0위에 올랐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텐센트는 전날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1.6% 올라 시가총액 2790억 달러(약 315조원)로 장을 마감했다. 텐센트는 이날 미국 웰스파고은행을 제치고 10위권에 진입했다.
텐센트 시가총액 상위 10
세계 상장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는 애플이다. 2~4위는 알파벳ㆍ마이크로소프트ㆍ아마존이 차지했다. 텐센트가 합류함으로써 10위권 내 IT기업은 페이스북(6위)을 포함해 모두 6곳으로 늘었다. 비(非) IT기업은 버크셔해서웨이(5위)·엑손모빌(7위)·존슨앤드존슨(8위)·JP모건(9위) 4곳이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텐센트가 유일하다.
텐센트는 지난해 차이나모바일을 제치고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중국 기업에 올랐다.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도 중국 내 1위다. 텐센트의 도약은 차이나모바일, 페트로차이나 등 국유기업과 기간산업체 위주로 성장하던 중국의 기업 환경이 IT 분야, 1세대 창업 기업, 소비자를 위한 직접 서비스 위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 [출처: 바이두]
텐센트는 세계 최대 사용자를 가진 모바일 메신저 위챗, PC 메신저 QQ,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를 운영하고, 온라인 미디어와 광고, 온라인 결제시스템, 인터넷 은행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1년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미국 게임 회사 라이엇게임즈를, 지난해 ‘클래시 오브 클랜’을 운영하는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의 경영권을 잇달아 인수하며 게임 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국내 기업 다음카카오, 넷마블즈, YG엔터테인먼트에도 투자하는 등 글로벌 벤처투자업계에서도 큰손으로 활약하고 있다.
텐센트는 마화텅(馬化騰ㆍ46)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1998년 중국 선전에서 선전대 동기인 장즈둥 등과 공동창업했다. 대학 때부터 천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이름을 날렸지만 정작 사업 종잣돈은 주식투자로 번 돈이었다.
올해로 19세, 아직 미성년 나이인 텐센트가 글로벌 공룡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힘은 창조적 모방에서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되는 IT 혁신 트렌드를 눈여겨보던 마 회장은 96년 이스라엘 기업이 내놓은 PC 메신저 서비스 ICQ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와 동료들은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중국어를 입힌 메신저 서비스를 유사한 이름(OICQ)로 내놓았는데, 출시 몇 개월만에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훗날 이스라엘 기업을 인수한 미국 AOL이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이름을 QQ로 바꿔야 했지만, 지금도 8억6800만 명이 사용하는 초대형 메신저 서비스다.
마 회장은 2009년 중국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가 작을 때는 성장하기 위해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외부 아이디어를 중국으로 들여올 때 어떻게 창조적 혁신을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성장 비결로 카피캣 전략을 꼽았다.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2016 빅데이터 엑스포에 참석한 마화텅 텐센트 회장.
텐센트의 또 다른 성장 전략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한 내부 경쟁 체제다. 2010년 사내에 두 개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팀을 구성해 신상품 개발 경쟁을 시켰는데, 두 달만에 한 팀이 문자 메시지와 그룹 채팅이 가능한 앱을 들고 나왔다. 2011년 출시한 위챗(8억8900만 명 사용)이다. 위챗, QQ, 웨이보로 중국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장악한 텐센트는 온라인 결제, 택시호출, 음식 배달 등 생활 서비스 모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15년에는 원거리 의료 서비스를 하는 ‘인터넷 병원’ 구축을 새로운 사업 계획으로 공개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박현영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