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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비용, 왜 ‘사랑의 수류탄’이 되었나

[기타] | 발행시간: 2017.04.22일 06:34
[연애비용의 정치학] 데이트 비용 인식 조사

디저트, 데이트 비용 갈등의 상징으로

여자는 1순위… 남자에겐 후순위 밀려

“남녀 적정 비용 분담 6 대 4” 많아

와인과 파스타 그리고 사랑이 곁들여진 테이블. 그런데 오늘의 데이트 비용은 누가 낼까? 계산서를 사이에 둔 연인들은 항상 고민에 빠진다.

‘여자들은 뉴욕 치즈 케이크 안 먹으면 큰일나나요?’ ‘남자들은 술값, 게임비는 그렇게 펑펑 쓰면서 왜 여자친구 앞에서만 알뜰해지는 거죠?’

사랑한다면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을 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 성숙한 두 인격이 만나 서로 진심으로 배려하고 사랑한다면 데이트 비용 따위 무슨 문제랴. 그러나 ‘사랑 만능론’으로 귀결되기엔 청년들의 주머니는 빈약하고, 남녀 간 소비 패턴의 차이는 크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오해가 오해를 부르고, 끝내 파국을 부를 수 있다.

데이트 비용 갈등의 상징은 뉴욕 치즈 케이크로 표상되는 디저트다. 남성들은 저 작고 비싼 걸 왜 꼭 먹어야 하는지 당최 이해가 안 간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해 10월 1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 비용 관련 인식 조사’에서, 여성은 데이트 비용에 포함되는 항목으로 ‘커피 또는 디저트 값’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남성은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관람 비용’을 1순위 데이트 비용 항목으로 선택했다. <표 참조>

여성의 삶에서 디저트가 차지하는 높은 위상은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지난해 8월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ㆍ30대 미혼남녀 4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중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여성의 30.7%가 ‘디저트를 포함한 외식비’를 1순위로 꼽았다. 반면 남성은 ‘IT, 전자제품 구입비’(24.2%)를 1순위에 올렸다. 디저트를 포함한 외식비는 남성의 15.1%만 꼽아 3위에 그쳤다. 데이트의 형식 구조 안에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디저트 등 외식’은 포함되는 반면 ‘IT 제품’을 향한 남성의 욕망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셈이다.


“남녀 반반 내야” 17→32% 늘었지만

“남자가 더 내야”도 19→26%로 증가

‘남자 화폐-여자 매력’ 등가교환 인식 여전

남녀의 적정 데이트 비용 분담률은 대체로 ‘6 대 4’라는 응답이 많았다. 10대는 ’55 대 45’, 20대는 ’58 대 42’, 30대는 ’60 대 40’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남자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웠다. 현재 애인이 있는 남녀(228명)로 설문 대상을 추린 조사에서는 2년 사이 큰 의식 변화가 나타났다. ‘성별에 상관없이 더 여유 있는 사람이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가 2014년에는 55.9%나 됐지만 지난해에는 36.8%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남녀 모두 똑같이 내야 한다’는 17.3%에서 32.5%로 크게 늘었다. ‘남자가 여자보다 좀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의견도 19.6%에서 26.8%로 증가했다. 여혐 사건 등 젠더 갈등이 사회적으로 부상하면서 남녀가 균등 부담하자는 인식이 높아진 동시에 평등의식의 퇴행도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트 더치페이에 대한 남녀 간 합의는 가능할까. ‘적어도 데이트에서만큼은 더치페이 활성화가 필요하다’라는 견해가 남성 73%, 여성 64.8%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남성 화폐자본과 여성 매력자본의 등가교환이라는 데이트 시장의 성 차별적 인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외모가 준수한 애인을 만나려면 데이트 비용을 좀 더 많이 부담해야 할 것 같다’는 응답이 여성은 14.6%인 반면 남성은 27.8%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여성은 ‘애인이 나를 위해 데이트 비용을 쓰면 왠지 대접받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다’는 견해가 63.4%로, 남성(50%)보다 많았다. 데이트 비용을 자신이 받는 사랑과 매력의 척도로 환산하는 경향이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훨씬 더 강한 것이다.

수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의 각종 게시판을 휩쓸었던 ‘공평하게 결혼한 여자의 최후’라는 제목의 글은 남녀간 ‘반반 논쟁’이 나올 때마다 소환되는 ‘성지 글’이다. 직장동료로 만나 데이트통장에 정확히 반반씩 돈을 넣고 연애하다, 집값과 혼수도 칼같이 반반으로 나눠 결혼했으나, 정작 결혼 후에는 신랑의 강요 아래 신부만 시댁 대소사와 명절 독박 노동 등 불평등의 수렁에 빠졌다는 내용이다. 성 평등주의자였던 남편에게 돌변한 이유를 따져 묻자 남편이 했다는 말은 데이트 비용 반반에 선뜻 동참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피해의식을 보여준다. “솔직히 결혼 전에 내가 돈 더 쓰면 아까워서 평등, 공평 외쳤다. 그땐 너랑 결혼할 확신도 안 섰고, 내가 돈 더 쓰다 헤어지면 너무 손해일 것 같아서 그랬다!” 성 차별이라는 거대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데이트 비용을 둘러싼 갈등을 말끔하게 해결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출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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