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이 4일 마닐라 카지노 방화·총격 사건의 용의자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 AFP=뉴스1
두테르테 "인생의 모든것 잃어 미친 도박 중독자"
자녀 셋둔 가장…가톨릭 신자로 밝혀져 IS 아닌듯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 호텔에 불을 질러 37명을 숨지게 한 용의자는 테러범이 아닌 거액의 빚을 진 도박 중독자라고 필리핀 정부가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4일 기자들에게 "나는 그를 습관적 도박 중독자로 부르겠다"면서 "그는 인생의 모든 것을 잃어 미쳤다. 분노를 (총격 및 방화를 통해) 표출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사건은 테러가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가 전직 재무부 직원인 제시 자비에 카를로스(43)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며 이슬람국가(IS) 소속이라는 추측과 달리 가톨릭 신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박 중독이 심해 지난 4월3일 가족의 요청으로 모든 카지노 출입이 금지됐다. 이로 인해 아내 및 부모와 불화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를로스는 조사 결과 최소 400만페소(약 9000만원)의 은행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무부에서 세무 전문가로 활동해 왔지만 2014년 공직자 재산을 부정직하게 신고해 해고됐다.
IS는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으나 필리핀 정부는 지속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이번에도 경찰은 "테러가 아니라는 우리의 기존 성명을 재차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IS의 소행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없으며 폐쇄회로(CC)TV 조사 결과 카를로스는 천장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는 게 그 근거다. 카를로스는 오히려 곧장 저장고로 직행해 1억1300만페소(약 25억5000만원) 상당의 카지노 칩을 훔치려 했다.
카를로스는 지난 2일 새벽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리조트 월드 마닐라'의 카지노에 들어가 총기를 발사하고 게임 테이블에 불을 질렀다.
이로 인해 37명이 질식사했으며, 한국인도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카를로스는 범행 후 분신자살했다.
카를로스의 범행 당시 폐쇄회로(CC)TV 모습.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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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