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출신만 동포?...두 번 우는 고려인 / YTN
[앵커]
올해는 일제강점기, 고려인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지 80년 되는 해입니다.
우리나라로 돌아온 고려인이 4만 명을 넘는 가운데, 서툰 말과 글, 여기에 차별적인 제도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조은지 기자입니다.
[기자]
꼭 80년 전인 1937년, 연해주 등지에 살던 고려인 17만 명은 짐짝처럼 시베리아 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에 강제로 버려졌습니다.
척박한 황무지가 고려인의 땀과 눈물을 만나 옥토가 됐습니다.
냉엄한 시대를 버틴 고려인, 그 후손들이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한국 생활은 고되기만 합니다.
[알렉산 카자랸 / 고려인 : 제 이름은 알렉산 입니다.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왔습니다. 한국은 제 할아버지 나라입니다.]
말과 글은 서툴러도, 정체성은 확실한 고려인 3세 알렉산 씨.
무국적자로 분류된 그는 90일마다 비자를 갱신하러 인근 국가를 다녀와야 합니다.
단란한 이 고려인 가족도, 신분은 제각각.
아내는 재외동포, F4 비자를 받았지만, 남편은 방문취업 비자라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신분입니다.
또, 3세까지만 동포로 규정되다 보니, 고려인 4세인 아들은 만 19세가 되면 한국에 체류할 수 없습니다.
[이 드미트리·전 올가 / 고려인 부부 : 이 애들이 한국사람이에요. 한국사람 됐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한국에 사는 고려인은 약 4만 명, 정착과 취업에 필수인 '재외동포, F4 비자'를 얻는 건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F4 비자'를 받으려면, 4년제 대학의 졸업장 혹은 기능사 이상의 국내 공인 자격증이 있거나, 일정 소득 이상의 전문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단서 조항은, 선진국 출신은 해당하지 않고, 오직 중앙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온 동포에게만 적용됩니다.
[곽재석 / 이주동포연구원장 : 정확하게 대한민국은 동포를 차별하고 등급을 매기고 있습니다. 우리 동포들은 재외동포법이라고 안 하고 '제외' 동포법이라고 얘기하죠. 특정 동포는 제외시킨다고.]
돌아온 고국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인 고려인, 전문가들은 이들을 동포로 품는 건 '역사 바로잡기'의 일환이라고 지적합니다.
YTN 조은지[zone4@ytn.co.k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