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진흙더미가 수도를 덮친 시에라리온 산사태의 구체적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현지 영안실 관계자는 지금껏 집계된 산사태 희생자 300여명 가운데 105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무려 3분의 1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개별 장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다. 너무 많은 주민들이 숨진 데다가 시신 신원 확인까지 어렵기 때문이다.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집단 장례'(mass burial)를 예고했다.
수도 프리타운에서 진행 중인 수색 작업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600여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어 작업은 분초를 다투지만, 장비 부족과 폭우 재발 위험성이 구조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
이날 구호 단체들은 우기가 끝나지 않은 탓에 홍수가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가 잠깐 멈춘 지금을 틈타 작업을 마무리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현지 병원 영안실 관계자인 모하메드 시네 카마라는 "장갑과 개인보호장비(PPE), 장화가 부족한 상황을 포함해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막막해진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대통령은 시에라리온이 "대응하기 벅찬(overwhelming)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흙더미에서 시신은 계속해서 꺼내지고 있지만, 신원 확인은 더디기만 하다.
프리타운의 코넛병원 영안실을 찾은 아디자 콘다는 이번 산사태로 인해 친인척 7명을 잃었음에도 "시신 확인이 도무지 안 된다"면서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집단 매장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마빈티 세세이는 실종된 가족 13명 중 "2명만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세세이의 가족들은 산사태 당일 교회에서 철야 기도를 하고 있었다. 폭우에 휩쓸린 진흙더미가 교회를 덮친 것은 바로 그때다.
AFP는 영안실에 시신이 쌓이고 있다며 "살이 썩는 지독한 악취가 난다"고 묘사했다.
혹시 모를 질병 창궐 우려 때문에라도 장례가 절실한 시점이다. 시에라리온 정부는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여전히 안치소에 있는 희생자 시신을 오는 17일이나 18일 집단 매장할 계획이다. 적십자사는 시신에서 떨어져 나온 부위를 한데 모아 이미 매장 절차를 진행했다.
희생자 시신이 수습됐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영안실로 몰리면서 병원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한 여성은 시신들 사이에서 숨진 남편을 발견하고 정신을 잃었다.
무사히 살아남은 사람들도 고통받기는 매한가지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3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이들을 위한 구호 물자는 부족하다.
구호단체 '콘선 월드와이드'의 시에라리온 보건 담당자인 아델 폭스는 수색 작업이 중요하다면서도 생존자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음식과 식수, 위생용품,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 아직 우기이기 때문에 홍수가 다시 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콜레라 창궐 가능성도 있다. 구호 지역에 사람들이 과도하게 몰리고 우기까지 겹치는 등 수인성 질병이 퍼지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옥스팜은 이를 막고자 깨끗한 식수와 위생용품 키트를 2000여가구에 배포했지만 "산사태 발생 지역은 프리타운에서도 가장 낙후한 곳"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외신
출처: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