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 부임 이후 사실상 위기라고 할 만한 상황이 없었다. 세계 최고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서 탁월한 리더십을 통한 팀 장악, 효율적 로테이션, 용병술 등으로 숱한 위기를 헤쳐 나갔다. 그런 지단 감독에게 사실상 첫 번째 위기가 왔다.
레알 마드리드가 21일 오전 5시(한국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7-201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5라운드 홈경기에서 레알 베티스에 0-1로 패했다. 이번 시즌 리그 첫 패를 당한 레알 마드리드의 연속 득점 행진은 73경기에서 마감됐다. 브라질 명문 산투스와 타이 기록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경기 종료 직전 안토니오 사나브리아에게 헤더 골을 내주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회생할 시간은 없었다. 이로써 지난 1997-1998 스페인 라 리가에서 0-1로 패한 뒤로 무려 20시즌 동안 레알 베티스전 패가 없던 레알 마드리드의 연속 무패 기록도 깨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복귀 무대는 쓸쓸했다. 가레스 베일과 투 톱으로 나선 호날두는 소속 팀이 시도한 전체 슛 중 절반 가까이 되는 12개의 슛을 때렸지만 득점으로 연결하진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때린 27개 슛은 안토니오 아단 골키퍼에게 막히거나 무위로 끝났다.
이날 패배로 지단호의 초반 행보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개막 후 다섯 경기에서 승점 8을 얻는데 그쳤다. 2승 2무 1패로 레알 마드리드답지 못한 행보다. 개막 후 5전 전승을 기록 중인 선두 바르셀로나(승점 15)와 승점 차가 두 배 가까이 된다. 아직 초반에 불과하지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사이에는 세비야(승점 13)-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 11)-발렌시아-레알 소시에다드-레알 베티스(이하 승점 9) 등 다섯 팀이나 존재한다.
지단 감독은 경기 후 “그렇게 나쁜 경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경기도 아니었다. 기회는 많이 만들어 냈지만 공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았고, 그런 까닭에 결정을 짓지도 못했다. 득점만이 명확한 문제였다. 라커룸 분위기도 좋지 못했는데, 그런 게 축구가 아닐까 싶다. 시즌이 많이 남았음을 기억하고 차분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홈에서 충격패를 당한 소감을 밝혔다.
데뷔 시즌부터 임팩트 있는 행보를 보인 지단호에 찾아온 첫 번째 위기다. 지단 감독은 그동안 초짜 감독에 걸맞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데뷔 시즌부터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고, 그것도 모자라 2연패까지 달성했다. 그리고 시즌 도중에 지휘봉을 잡아 준우승에 그쳤던 설움을 2년 차에 리그에서 털어냈다. 선수로서 모든 걸 다 가졌던 남자는 감독으로서도 단 2년 만에 모든 걸 다 가졌다. 남들은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든 타이틀을 쓸어 담았다.
그런 지단 감독에게 가장 큰 시련이 닥쳤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 홈에서 열린 세 경기 연속 승리가 없다. 홈 개막전에서 발렌시아와 2-2로 비겼고, 레반테에도 1-1 무승부를 거뒀다. 그리고 레알 베티스전에서 사단이 났다. 이날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까지 드레싱 룸을 찾아 선수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즌 홈에서도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 여러 군데서 속출하고 있다. 위기임의 분명하다. 그리고 그 위기를 타개할 가장 큰 동력은 리더가 가진 힘에 있다. 지단 감독이 그의 가장 큰 장점인 냉정한 현실 인식과 위기관리 능력으로 돌파해야 한다. 초반부에 보이는 삐걱임에서 벗어나 빠르게 궤도로 돌아와야 리그 2연패를 향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외신
출처: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