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영국 참전 용사 렌 할리(오른쪽)씨가 74년 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탈리아 여성 로지나 스피노자(왼쪽 사진의 왼쪽 여성)씨와 인터넷 영상 통화를 하고 있다.
"내가 죽기 전에 당신을 볼 수 있게 되다니…. 그때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100세를 바라보는 2차 대전 영국 참전 용사 렌 할리(98)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인터넷 영상 통화로 만난 93세 이탈리아 여성도 이 노병(老兵)의 얼굴을 자세히 봐야겠다는 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아, 당신이군요. 이렇게 다시 보게 돼서 행복하네요."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1일(현지 시각) "2차 대전 때 독일군에 포로가 됐던 예비역 병장 할리가 최근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당시 10대 이탈리아 소녀에게 74년 만에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2차 대전 때 북아프리카 사막 전선에서 독일군에 붙잡힌 할리는 2년 동안 이탈리아 포로수용소에 갇혀있다가 1943년 이탈리아가 항복했을 때 수용소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장악한 독일군이 연합군 포로 체포에 나서자, 체포를 피해 이탈리아 중부 산악 지역에 있는 한 농장에 숨어들었다. 농장 주인은 "독일군이 알면 우리도 사형감"이라며 거절했지만, 딸 스피노자는 아버지를 설득해 5개월 동안 할리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했다. 더타임스는 "독일군이 이 농장을 급습했을 때, 스피노자는 할리를 다락방에 숨겨주기도 했다"고 했다.
전쟁이 끝난 후 영국에 돌아온 할리는 이후 두 번이나 이탈리아를 찾아갔지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스피노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영국 공영방송 채널 4의 '2차 세계대전 대탈출' 시리즈 제작팀 덕분에 최근 인터넷 영상 통화를 하게 됐다. 제작팀이 그 '소녀'를 찾아내 두 사람을 연결해준 것이다.
할리는 영상 통화를 하면서 옆에 있던 71세 딸 크리스를 소개했다. 그는 스크린 속 스피노자에게 "당신 때문에 내가 살았고, 이렇게 자녀와 손주들도 봤다"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스크린 속 스피노자에게 "당신은 참 아름답네요"라고도 했다.
출처: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