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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셔야만 효자?'… 효도란 부모와 자녀의 행복한 상생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10.10일 07:58
(흑룡강신문=하얼빈)렴청화 연변 특파원 = 동네할머니 A를 마지막으로 뵌 건 석달 전이다. 아침마다 종종걸음으로 어딜 가는 건지 궁금했는데 누군가가 '체험관'이라고 귀띔해줬다.

  시부모를 봉양하고 남편을 내조하며 자녀 셋을 키워온 꽤 바람직했던 A의 삶은 체험관 출입을 시작으로 삐걱대기 시작했다. 설득이 통하지 않는 A의 태도에 자녀들은 흥분했다. 가족 간의 모순은 A가 돌연 사망하면서 마무리됐다. 몇 달간 공격모드였던 자녀들이 이에 충격 받았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부모에게 남은 날이 얼마일까를 고민하는 이유는 이때문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반추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A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효도'를 자주 찾아뵙거나, 모시고 사는 것쯤으로 인지했을 것이다. 현대말로는 익숙한 것에 속아 소중한 것을 놓치는 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기존의 효사상을 보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섬겨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다만 가족공동체가 핵가족화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옛것을 그대로 답습하려니 답답할 때가 많다.

  그렇다고 젊은 세대의 가벼워진 효관념을 탓할 것인가. 분투해봐야 물가에 비해선 박봉이고 40대를 전후로 해선 도태될까 전전긍긍하며 주거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외동일 경우, 한쌍의 부부가 노인 네 명을 봉양해야 하니 더 딱하다. '부모만큼만 살아라'는 말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삶의 조건이 이렇게 변했는데 가족 간의 가시적인 유대만 고집한다면 더 많은 불효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하여 '자주 찾아뵈어라'는 훈시는 솔직히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린다.

  세태와 매치되는 맥락에서 효 정신을 살리는, '편하고 자연스러운' 효심을 강구할 때가 온 것이다. 보다 나은 미래와 현실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입장정리가 필요해보인다.

  효도란 부모를 정성껏 잘 섬기는 걸 의미한다. 핵가족화는 계속 심화될 게 뻔한데 노년생활의 초점을 자녀에게 맞춘다면 서로가 힘들어진다.

  섬김의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실제로 모 사이트에서 이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가운데 '늙는다는 건 열정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부모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잘 정비해주는 것이 이 시대의 효도이지 않을까. 일상을 재미있게 보낼만한 시스템과 조건이 마련된다면 노년은 덜 따분할 것이다. 기성세대의 고질병이기도 한 자발적 희생모드에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것 역시 실질적인 효행이다.

  "네 자녀가 해주기 바라는 것과 똑같이 네 부모에게 행하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따라 그려본 내 기대속 자녀상은 이랬다.

  하루 두 번의 안부가 부담스럽지 않고 가깝게라도 좋으니 함께 여행을 다녀올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적적할 때 노래교실에 데려다주는 효심이면 행복하겠다. 부모의 지원 없이도 알아서 잘 사는 자녀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시간의 폭정은 계속된다. 부모의 흰 머리는 많아지고 자녀들의 삶은 치열해진다. 부모를 잃지 않았지만 잊고 사는 이들이 많다. 자주 찾아 뵐 수 없어서 마음 아파한다. 허나 절치부심해봐야 모두를 위한 완벽한 답안은 없다. 그저 차선책을 택하고 간극을 메워가는 과정에 의미를 둘 뿐이다. 상생의 하모니에서 시작되는 것, 서로가 행복한 것- 그것이 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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