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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하게, 그러나 고고하게' 자연을 다듬는 나무조각가 황호림

[흑룡강신문] | 발행시간: 2017.10.26일 08:08

(흑룡강신문=하얼빈)류설화 연변특파원=연길시 의란진 춘흥촌 ‘호림석고헌’, 시간의 켜를 그대로 담은 나무골조사이로 눈부신 가을이 빛처럼 쏟아졌다. 키가 작은 낡은 담벽을 지나면 돌담 건너 장독대가 아기자기 놓여있고 시선을 돌리니 운치있는 정자가 보인다. 정자에 올라앉아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긴 락엽풍경과 방안의 샘물이 다시 낮은데로 흘러 한장면을 연출해 락원이 되는 ‘못’을 본다. 그리고 팔이 겨우 닿는 정원의 버드나무는 굳건히 이 오복재를 지키고있다. 나무뿌리조각가 황호림씨(50)는 아침저녁으로 떨어진 잎을 쓸고 언제봐도 반갑고 사랑스럽다는 저 투박한 나무를 만지고 또 만진다.

목(木)과 몸, 모두 자연의 선물이니

  열살도 안되여 부모를 떠나보낸 황호림씨는 어릴적부터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살아온것 같다. 가난한 생활을 이겨보고자 그가 어렸을적부터 아버지는 논물관리원, 철공기술원으로 온가족을 거닐고 흑룡강성에 떠났단다. 9살에 어머니를, 17살적에는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그에게는 아버지가 남긴 양 70마리가 어쩌면 전부의 재산이였다. 알심들여 키웠지만 한겨울을 지나면 절반넘어 죽어나가는 양들, 어린시절부터 매일 산자락을 헤매도는건 그리 놀랄일도 아니였다. 방목하다가는 뿌리를 캐다가 코끼리, 다람쥐, 원숭이들도 만들었단다. 늙고 지쳐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을 나무들이 그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였고 연구의 대상이 돼버렸다.

  ‘썩고 아픈 나무는 왜 저리 되였고, 저 나무는 왜서 몇년밖에 못살았으며, 또 왜 어떤 나무는 거의 죽어가는것일가?’

  그렇게 수십년, 죽어가고 병든 나무를 보고 만지며 생각해낸 결과 그것은 여러가지 리유들이 있겠지만 특히는 그들을 키우는 부적절한 수분, 척박한 땅이 초래한것이라 판단했다. 바로 고르지 못한 수분으로 나무는 갈라터졌고 땅과의 접촉이 멀어짐으로 탈리고 탈리여 저들만의 멋스런 자태를 잃어간것.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라고 믿은 그는 수십권의 ‘인체’, ‘혈’에 관한 책을 자습하였단다. 그는 혈이라는건 기계를 작동시키는 전기회로, 논밭에 흘러 벼를 튼튼히 키우는 강과도 같은것이라고 말한다.

  어찌됬건 그의 건강한 몸에 대한 동경과 애착은 영원한 작품으로 남을 나무뿌리조각만큼이나마 굳건한것이였다. 주말마다 그의 집을 찾는다는 연길 사는 김아주머니는 그의 덕분에 고질병이 조금은 나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단다.

  ‘휘고 구불어 힘들어보이는 나무와 적잖은 풍파를 거친 사람은 서로 참 많이 닮지 않았나요?!’

  황호림씨의 두손은 그렇게 혈로써 사람몸을 편안하게 하는 약손이였다.

  삶에 대한 욕망은 그를 생활의 우공으로 되게...

  일찍 2000년도에 안해가 갑상선암으로 임신불가능이라는 진단을 받은후 시내안의 스트레스, 사람의 욕심과 거리를 두려는 마음에서 이들 부부는 함께 지금 사는 곳을 찾아나섰다고 한다. 거기에 나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그여서 그런지 이곳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단다. 삶에 대한 욕망은 돌우에도 꽃을 피우나보다. 깨끗한 청정자연속에서 서로 다독이면서 열심히 살았더니 안해의 암은 신비롭게 사라졌고 2002년에는 딸애가 태여났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온 세상을 다준대도 바꿀수가 없던 딸이 태여나자마자 죽을 고비를 맞이한것이였다. 고작 3근 6냥밖에 안되던 무게, 아버지는 속이 갈마터졌다. 조금이나마 모아뒀던 돈은 전부 병원비로 나갔고 3전 리자돈을 빌려 겨우겨우 살려냈단다.

‘애만 괜찮으면 나는 어찌되여도 좋다’ 간신히 살아난 딸은 축복이였다. 허나 하루하루 늘어만 가는 리자돈을 갚으려고 또다시 산자락을 한없이 헤매면서 뿌리조각에 전념하였다. 나무뿌리조각은 그의 가난했던 동년과 어려운 시절에, 그의 곁을 동반한 유일한 작업이였고 락이기도 하였던것이다. 못쓰는 뿌리, 죽어가는 뿌리, 재료도 안되는 뿌리를 캐서는 그자리에 나무씨앗을 심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그의 두손은 그 투박하고도 흙으로 덮인 나무뿌리를 놓지 않았다. 아니, 그가 결코 놓지 않았던것은 삶에 대한 욕망이였고 암흑의 땅밑에서도 여전히 주어진 길을 가는 한가정기둥의 발악과도 같은것이였다. 남편의 고달픔을 리해했던 안해는 힘을 합쳐 가정을 일궈보고자 2003년에 사이판 외국길에 올랐다.

  ‘가서 빚만 물고 돌아오라. 나는 우리 가족이 살 집 한채를 멋지게 짓고 딸을 잘 키울게!’

불철주야 나무를 찾아 뿌리를 찾아 안파헤친 산자락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며 지금의 한옥을 지을 준비를 한 황호림씨, 가여운 딸을 고생시키는것만 같아 차 한대를 구입해 딸을 싣고 다니며 ‘행복한 뿌리찾기’ 하기를 2년반, 고생끝에 락이 온다고 했던가. 끝내 온가족의 노력으로 빚에서 벗어난 그들, 2005년 돌아온 안해는 한옥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기획과 짓는데에 각각 1년 넘는 시간을 들인 한옥채, 못 하나, 나무 하나, 기둥 하나, 벽돌 하나에 황호림씨의 손길이 닿았고 눈빛이 닿았다. 이 한옥채에는 가족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쌓아갈 그런 미래가 있었으며 더 잘 살아갈 신심도 있었을것이다. 아니나다를가, 바로 이 집에서 올해 9살나는 아들까지 얻었으니 남부러울것 없는 한가족 아닌가?!

고되게 마련한 사랑스런 보금자리, 그는 생활의 우공이였다. 어디 나가면 돌하나라도 꼭 주어와야 하는 황호림씨, 쓰레기장, 농촌골안을 다니면서 하나하나 모아온 궤짝만 하여도 몇개. 닦음질과 깎음질을 거치면 다시 새로운 작품이 탄생된단다. 후에 돈주고 산것도 있다지만 정겨운 우리 민속품을 왜서 버리냐며 그는 화를 내기도 하였다. 그속에는 조상들의 정감과 삶의 궤적들이 잔잔히 녹아있는 법인데 실로 요즘 그 멋을 닮으려 하는 사람들은 결코 많지 않다. 한옥에 들어서면 보이는 민속놀이를 담은 벽화에서, 전통가옥의 정자살창호에서, 방안의 쌀함박이며 장롱들에서 그의 마음을 읽을수 있었고 산바위사이에서 흐르는 샘물을 방안에까지 옮겨다 지은 한옥에서 자연을 닮아가려는 한 우공의 우직함과 근면함도 느낄수 있었다.

  가족을 지켜내려는 신념, 희망의 보금자리를 만든 손, 남편은 삶을 사랑하고 생활을 열애하는 사람이라고 아내는 자랑스레 말한다.

순수함과 수수함은 초연함과 고고함이 된다

  산을 지키는 못난 나무로 그는 ‘꿈의 혼’, ‘늙은 독수리’ 등 나무뿌리 조각작품들을 완성해냈는데 이로 시급과 주급의 20여차례 상장을 수여받았다. 그밖에도 ‘연변조선족전통가옥민간장인’ 칭호를 거머쥐고 ‘조선족전통가옥건축기예’에서 대표적인 전승인으로 명명되기도 하였는가 하면 성급 무형문화재 조선족전통가옥 건축기예로 선정되였다.

거친 나무뿌리, 그것을 만지며 얼마나 많이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날리는 톱밥을 들이키기도 하였을가? 나이테를 늘려가는 늙은 나무를 앞에 놓고 수십년 혹은 수백년의 풍상속에 녹아든 그 자연의 뜻을 읽어내면서 수백번, 수천번의 깍고다듬기를 얼마나 많이 반복하였을가? 한점 또 한점의 크고작은 작품들을 완성할 때면 최상의 그 한조각에 남모를 희열을 느낀다는 황호림씨, 민속공예품이거나 민속장식의 주문요구가 들어올적마다 설계도를 그리는 일마저도 설레인다고 한다. 그의 앞뜰은 지금도 가을날의 나무열병식이 한창이다. 하나하나의 조각이 모두 그의 섬세한 두손을 거쳐 약동하는 생명이 부여된다. 또 그러한 조각들이 모여 30년 동안 투박한 욋길을 걸은 한 조각가의 인생과 그에 숨겨진 예술이 완성되기도 한다. 순수함과 수수함은 이렇듯 초연함과 고고함이 된다. 그간 총 1000건 넘는 나무뿌리조각품을 만든 그는 이젠 혼자가 아닌 민속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서로 배워주면서 함께 하고 싶단다.

  ‘옆에 놓고 자주 들여다보고, 자주 애용하고, 자주 애착을 갖는것이 우리것을 사랑하는 첫 시작이라 보아져요.’

  최근에는 연변대학 박물관에 전시할 작품에 정력을 쏟고있다. 꽃가마와 량반상, 쌍 장롱, 쌀두지, 쪽지게… 그렇게 장인의 손은 고고한 예술조형을 만들기에 쉴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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