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유럽연합(EU)이 수십년 내 붕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 시나리오를 짜온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독일 국방부 내부문서 ‘전략적 전망(Strategischen Vorausschau) 2040’을 입수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2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사회적 추세와 국가 간 갈등이 독일의 국가안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총 6개의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했다. 지난 2월 과학자들과 연방군 기획실이 함께 작성했다.
보고서는 최악의 경우 EU 회원국들이 2019년 탈퇴가 예정된 영국을 따라 이탈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 중 ‘붕괴된 EU와 대응 태세의 독일’ 시나리오는 “EU의 확장성이 크게 떨어지고 회원국이 떠나면서 유럽은 국제적 영향력을 상실할 것”이라면서 “갈수록 제각각이며 때로는 혼란하고 분쟁이 잦은 세계가 독일과 유럽의 안보환경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 ‘서에서 동으로’에서는 동유럽 EU 회원국들이 따로 ‘동구 블록’을 형성하는 경우를 상정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구권 동맹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 뒤 동유럽에서 차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유럽은 동서로 갈린 채 분열이 심화되면서 제2의 냉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2개의 시나리오에서는 러시아식 국가 자본주의(국가가 정책을 통해 직접 관리·통제하는 자본주의적 경제 제도)를 채택하는 국가가 나오고, 세계화가 뒷걸음질치는 경우가 거론됐다. ‘다극 경쟁’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나리오에서는 극단주의가 부상하면서 EU 회원국 중 일부가 러시아의 정치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반면 다른 2개 시나리오는 더욱 평화적인 안보 환경이 조성되는 긍정적인 전망도 내놨다.
보도 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5일 “해당 보고서가 근거 있는 예측을 했지만 아직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보안상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외신
출처: 료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