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댓글·다스 등 수사… 검찰은 "아직"이라지만 소환 시간문제]
사이버사 관련 靑협조문건 확보, 김관진 前장관에 지시했다 판단
민간인 댓글 배후로도 의심… BBK 투자금 관련 고발 수사중
일각선 "통치행위 일환이다"
검찰이 8일 군(軍)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사건과 관련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바짝 다가서고 있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사이버사령부에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활동을 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사이버사 활동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여당도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불법 댓글 공작의 몸통"이라며 소환 조사를 요구했다. 검찰에서도 시기의 문제일 뿐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검찰은 공식적으론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시작 단계여서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장관에게 사이버사의 불법 댓글 활동을 지시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 구속영장에 이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 관련 내용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단서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3월 10일 사이버사가 작성하고 김 전 장관이 서명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문건이 그것이다.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작성된 이 문건에는 '사이버사 군무원 증편은 대통령 지시'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관련 내용이 청와대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고 결국 사건 중심에 이 전 대통령이 있을 수 있다고 검찰은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장관도 검찰에서 그 문건에 자신이 사인한 것은 인정했다고 한다. 검찰은 사이버사가 작성한 댓글이 정치 댓글이며 이는 군이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군 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군무원 증원 지시도 이 전 대통령이 그런 불법적인 사이버사 활동에 관여한 증거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검찰은 여러 수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 지시로 민간인 댓글팀을 운영한 사건의 배후에도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수시로 대통령을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관련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여론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 2009년부터 민간인 댓글팀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미 원 전 원장을 소환 조사했고, 민간인 댓글팀을 운영한 국정원 심리전단 유성옥·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구속했다.
또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대기업을 압박해 보수 단체를 지원하게 압력을 넣은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전 대통령 개입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들과 관련해 국정원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 등 관련자들을 구속했다. 자동차 부품 회사인 다스가 BBK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데 이 전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고발된 사건도 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여서 검찰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사법 처리를 할 경우 나올 수 있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사이버사 활동과 군무원 증원을 보고받고 지시한 것이 대통령 통치 행위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여기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검찰이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 1호로 내세우는 현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는 현 정권의 의지가 강해 결국은 검찰이 그렇게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정권 핵심 인사 중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을 이 전 대통령 탓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며 "그런 기류가 검찰에 전달될 테고 결국엔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