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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첫 승리, 우리가 보았던 것들

[길림신문] | 발행시간: 2017.11.13일 11:12
그날 승리의 함성 속에서 우리는 보았다. 내가 흘린 눈물이 네 마음을 적시고 네가 흘린 눈물이 내 마음을 적시며, 그렇게 뜨거운 눈물 속에 날로 더 끈끈한 하나가 되는 우리의 모습을. 하나된 우리 앞에 불가능이란 없음을! - 2016년 4월

사랑과 신앙은 늘 꿈이라는 아름다운 것을 갖고 온다. 세상이 뭐라든 상관 없이 오롯이 내 자신에게만 속하는, 내 안에 스며들어 나를 채워주는 꿈. 그 꿈을 소유하는 것 만으로도 삶의 리유가 되는 것이 사랑이고 신앙이다.


언제부터였을가. 연변축구는 나에게 사랑이 되고 신앙이 되였다. 그런 연변축구가 나에게 준 꿈이라면 바로 그와 함께 하는 시간 속에 내가 보았던 것들을 글로 남기는 것이다. 철없던 어린 시절에도 그랬고, 철들었다고 할 수 없는 지금도 그렇다. 연변축구가 준 감동의 쪼각들을 모아 삶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 그 꿈은 올해 들어 더욱 간절해졌다. 16년 만에 다시 현실로 다가온 최고 리그 첫 승리의 그 감동을, 첫 승리의 그날에 우리가 보았던 그 아름다운 것들을 오늘도 글로 기록하려고 한다.

다시 타오른, 꺼지지 않은 불씨


16년 만에 돌아온 슈퍼리그의 홈장! 우리 용사들이 정든 고향에서, 가족의 따뜻한 품에서 처음으로 슈퍼리그의 잔디를 누비는 시간이 드디여 왔다. 발매일 첫날에 티켓이 매진되였다는 뉴스며, 홈장 경기를 보기 위해 연변으로 간다는 친구들의 위챗 모멘트며… 벌렁거리는 가슴을 도저히 다잡을 수가 없다.


홈장은 과연 어떤 모습일가?! 붉은 파도, 승리의 함성 속에서 3만명이 하나로 되는 정경. 상상만 해도 두눈이 뜨겁다. 아아, 너무 가고 싶다, 내 고향 연변! 설레는 가슴은 그리움으로 애탄다. 련애시절,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이토록 절절하지는 않았으리라.


연길,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더니 점심에는 급기야 진눈깨비로 번지고 기온은 겨우 영상을 웃돈다고 한다. 이쯤 날씨가 뭔 대수랴. 팬들의 연변축구를 향한 뜨거운 사랑, 경기장을 향한 발걸음은 막을 수가 없다. 상해, 역시 우중충한 날씨다. 바람이 나무가지를 마구 흔들어대더니 점심부터는 비가 쏟아진다. 다른 때 같았으면 기분도 날씨의 영향을 받았을 법한데 그날만큼은 례외다. 아무리 날씨가 안좋더라도 우리의 용사들이 잘 싸워주리라 믿는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무조건 믿는다. 지난 두차례 경기를 통해 우린 이미 커다란 희망과 가능성을 보아냈으니까.


그날의 날씨와도 같은 렬악한 환경이 우리에게 처음인 것도 아니다. 단지 하루이틀도 아니다. 장장 15년, 그 기나긴 시간을 우린 모진 비바람 속에서 부딪치고 찢어지고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서며 그렇게 버텨왔다. 힘들게 간간히 타오르던 작은 불씨를 그 어떤 비바람도 꺼버리지는 못했다. 박태하 감독이 지난해 한국의 어느 한 인터뷰에서 얘기했듯이 “연변은 남여로소 불문하고 모두 축구를 좋아한다. 단 한마디로 축구에 미쳤다”는 그 “미친 정신”이 위태롭고 렬악한 환경에서도 그 불씨를 지켜냈다. 고난의 시기에도 변함없이 연변축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선수와 팬을 포함한 모든 이들, 그 작은 불씨가 되여줬던 매 한사람이 고맙기만 하다.


그날 승리의 함성 속에서 우리 모두는 보았다, 그 작은 불씨가 슈퍼리그의 무대에서 이미 다시 거대한 불길로 부활하였음을. 붉게 타오르는 그 불길을 이제 그 어느 누구도 쉬이 걷잡을 수 없음을.


기적이 아닙니다, 실력입니다


북경팀과의 대결을 앞두고 외부의 예측은 북경팀의 승리로 치우쳤으나 우리는 일제히 승리를 믿었다. 앞서 치른 첫 두라운드의 경기에서 우리 용사들이 보여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이 승리의 믿음을 확고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갈마든던 “16년 만에 돌아온 최고 리그의 무대에서 과연 잘 적응해낼 수가 있을가”라는 우리 팬들의 불안과 의심을 용사들은 탄탄한 실력과 멋진 경기력으로 깨끗이 가셔줬다.


이길 수도 있었던 대 신화전에 빅고 빅을 수도 있었던 대 소녕전에 졌던 결과에 운이 따라주지 않은 리유도 있었다면 이제 이번 경기는 60여년의 축구의 뿌리를 갖고 있는, 축구에 열광하는 문화가 곳곳에 침투된 우리의 홈장이다. “홈장에서 팬들이 원하는 경기를 할 것”이라는 세상 끝까지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남자-박태하 감독님의 기분 좋은 예언도 있잖은가. “우리가 원하는 것”, 그 기세충천한 홈장의 기운을 빌어 용사들의 투지는 더 격앙되였고 경기는 우리가 바라던 이상으로 더 멋들어졌다.


잠잠하게 흐르던 첫 십분 동안의 경기흐름을 깨면서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우리 팀의 진공은 점차 날이 서기 시작했다. 일단 탄력을 받으면 일사천리 내달리는 맹호의 유전자의 위력이 17분 하신의 꼴, 그 천지를 뒤흔드는 포효로부터 남김없이 발산되였다. 딱하고 맞아떨어지는 침착하고 정확한 패스, 상대방을 우왕좌왕 헤매게 만들던 몇차례의 쾌속역습, 스코어를 얼마든지 더 변화할 수 있었던 문전 슛 세례… “과연 갑급리그에서 올라온 팀이 맞나… 어떻게 이렇게 잘 찰 수가 있지”라는 감탄이 자동련발되는 순간들의 련속이였다. 다져진 실력은 물론, 경기마지막 순간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그 불굴의 투혼 앞에 우리만이 아니 국내 수많은 팬들이 엄지를 내흔들었다.


그날 승리의 함성 속에서 우리 모두는 보았다, 지난해 슈퍼리그 승격은, 오늘의 승리는 기적이 아니였음을, 그건 우리의 실력이였음을. 굳이 기적이라고 해야 한다면, 그건 반세기 넘는 긴긴 시간을 거쳐 다져온 우리 연변축구의 저력에 대한 신의 응답이였음을, 신의 그런 응답은 앞으로도 수없이 가능한 것임을!

우리의 눈물이 서로의 마음을 적시면


심판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며 1대0으로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우리가 웨친 승리의 함성은 천지를 메웠다. 많은 이들이 억제하지 못하고 급기야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쟝저후축구팬그룹의 스크린 응원 현장인 “7080바”는 20대의 한 대학생이 목놓아 엉엉 울던 그 모습에 다같이 눈물바다가 되였다. 무엇이 이토록 우리를 울게 만드는가, 승리의 결과 앞에서 가장 좋은 표달이 뜨거운 눈물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가!


강등했던 그 아픔이 없었더라면, 매각되였던 그 슬픔이 없었더라면, 재정문제로 무릎을 꿇어야 했던 그 상처가 없었더라면, 아직도 슈퍼리그에서 몸값 최하위라는 그 씁쓸한 현실이 아니라면, 우리 모두에게 연변축구가 사랑과 신앙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력사와 현실이 아닌 그 어떤 거짓말 같은 가정이라면… 우리의 눈물은 이토록 뜨겁고 무겁지는 않았으리라. 연변축구에 대한 애틋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감정들이 뒤엉켜 거대한 감동이 될 때, 그 감동을 우리의 가슴에 차마 다 안을 수가 없을 때, 그것은 뜨거운 눈물이 되여 흐른다. 그렇게 우리가 흘린 눈물은 바다가 되여 민족의 얼과 넋을 싣고 다시 또 우리 가슴에 굽이쳐 흐른다.


이렇게 울어도 좋다. 우리를 어린 아이처럼 자꾸만 울어버리게 만드는 박태하 감독이 고맙기만 하다. 먼먼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진하디진한 피줄을 따라가면 박태하 감독도, 하태균 선수도, 김승대 선수도, 윤빛가람 선수도 결국엔 썩 오래전부터 우리는 하나라는, 그래서 오늘의 다시 하나됨이 그토록 값지고 눈물겨운 것임을 축구라는 둥근 세상을 통해 멋지게 들려주는 박태하 감독이 고맙고 또 고맙다.


그날 승리의 함성 속에서 우리는 보았다, 내가 흘린 눈물이 네 마음을 적시고 네가 흘린 눈물이 내 마음을 적시며 그렇게 뜨거운 눈물 속에 날로 더 끈끈한 하나가 되는 우리의 모습을. 하나된 우리 앞에 불가능이란 없음을!


모두의 사랑이자 신앙인 연변축구 안에서 우리의 축제는 계속된다. 그리고 각자의 꿈도 날로 영글어간다. 우리 모두의 작은 꿈들이 하나둘 모여 사랑과 신앙을 이룰 때,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힘이 된다. 그 힘으로 우리는 연변축구라는 이 세상 어디서도 복제불가능한 력사를 오늘도 뜨거운 가슴으로 써가고 있다.


출처: 글이 숨쉬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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