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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영국 국교회 "남아가 치마 입을 자유 허하라"

[기타] | 발행시간: 2017.11.18일 09:01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영국 학교~뉴욕 지하철, 뜨거운 성중립 논쟁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방한 첫 메시지는 "소년과 소녀는 똑같이 스포츠를 누릴 권리가 있다"였습니다. 주한 미 대사관이 주최한 '걸스 플레이2' 출범식에서 "스포츠 시설과 장비, 코치에 대한 평등한 접근 기회를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혀 환호를 받았는데요. 여학생의 체육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성평등, 나아가 성중립(gender neutral)이 세계 곳곳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에서는 영국 학교부터 뉴욕 지하철까지, 다양한 성 중립 논쟁을 소개합니다.

영국 국교회 "LGBT 모두 하느님의 자녀"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한 장면.

남자 아이가 튜튜(발레 치마)를 입고 티아라(왕관)를 쓰거나 여아용 구두를 신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영국의 학교에선 이런 행위가 권장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영국 국교회 교육국이 산하 4700개 학교에 배포한 새 지도안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국교회는 3년 전 동성애 차별 이슈와 관련해 '모든 하느님의 자녀를 소중히 여기라'는 제목의 지도안을 배포한 바 있는데요. 이번엔 그 범위를 더 넓혀 제2판을 발행한 겁니다.

새 지도안에 따르면 유치·초등부는 창조적인 탐험을 하는 시기이므로 어린이들은 자유롭게 여러 정체성의 외투를 착용해 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가능성을 남들의 평가나 조롱 없이 탐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칠레 샌티아고의 6살 트랜스젠더 소녀 루나의 티아라. 칠레 법원은 지난 여름 소녀의 이름을 여자 이름으로 개명해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AP=연합뉴스]

지도안에선 그 일례로 남아가 튜튜나 티아라, 굽있는 구두를 착용하는 걸 들었습니다. 교사들 역시 어린이의 행동이 성별 고정관념에 맞지 않는다는 식의 딱지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침은 "기독교 신학의 중심은 우리 모두 하느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다는 진리이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에 의해 무조건 사랑받는다"면서 "우리는 개인의 존엄성을 고정관념에 가두거나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는 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LGBT 학생 45% 학교서 괴롭힘당해

6살 난 트랜스젠더 딸의 머리를 빗겨주는 엄마.[AP=연합뉴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도 머리말에서 "동성애·양성애·트랜스젠더 혐오에서 비롯된 괴롭힘이 피해자의 자해, 우울증 및 자살 위험을 높이는 등 정신 건강에 심각한 해악을 미친다"고 경고했습니다.

2017년 스톤월 스쿨 리포트에 따르면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LGBT) 학생의 45%가 성 정체성을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괴롭힘을 당한 이들의 40%는 학교를 빠졌고, 절반은 미래 설계나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트랜스젠더 학생 10명 중 1명은 학교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교사가 개입한 경우는 29%에 그쳤습니다. 교사 대부분(68%)은 성 정체성과 관련된 혐오 발언을 듣고도 거의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포용적인 학교 환경을 조성하고, 괴롭힘과 놀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분명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프랑스어는 마초 언어… 성 중립 철자법을"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에선 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프랑스어 자체가 논란거리입니다. 성 중립 철자법인 '포괄적 맞춤법(Ecriture inclusive)'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거든요.

일반적으로 프랑스어에선 남성 명사에 특정 어미를 붙여 여성형으로 만드는데, 늘 남성형이 여성형보다 우선합니다. 성별이 섞인 그룹을 설명할 땐 하나만, 즉 남성형 명사만 쓸 수 있죠. 남성이 1명, 여성이 5명인 그룹이어도 남성형으로만 받아야 합니다.

이를 모순이라 생각한 학계와 정치권 일부에서 중립적 철자법이 도입됐습니다. 남성 중심의 프랑스어 문법과 철자법을 바꿔 글쓰기 평등을 이루자는 취지에서죠. 성 중립 철자법에 따르면 가운뎃점을 이용해 남성형과 여성형 어미를 함께 표기합니다.

대표(남성) député

대표(여성) députée

대표들(남성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députés

대표들(여성만 있는 경우) députées

대표들(중립적 철자법) député·e·s

이는 학계와 정치권 일부에서만 사용해왔지만, 최근 어느 초등학교 교과서에 반영됐습니다. 프랑스 교사 314명이 프랑스 문법은 성차별적이라면서 대안적인 표현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요. 이에 순수한 프랑스어를 지켜야 한다는 전통주의자와 페미니스트 간 논쟁이 촉발됐다고 합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성명을 내고 "이 '포괄적 일탈' 앞에서 프랑스어는 치명적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립적 철자법이 읽고 쓰기 어려워 학생과 교사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고도 했죠.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우리로 치면 국립 국어원이랄까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프랑스어 수호 기관입니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샤리엇매더리는 아카데미 구성원 34명 중 30명이 남성이라고 꼬집었습니다. 1635년 창립 이후 아카데미를 거쳐 간 여성 회원은 다 합해야 8명뿐이라고 하네요. 이 칼럼니스트는 영어처럼 명사에서 성별 자체를 아예 없애라고 제안합니다.

뉴욕 지하철, "신사 숙녀" 대신 "승객 여러분"

그 밖에도 성 중립적인 시도는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욕 지하철은 기존에는 "신사 숙녀 여러분(ladies and gentlemen)"이라고 방송했습니다. 하지만 뉴욕 교통 당국은 지하철과 버스 운전사들에게 "승객 여러분(passengers)"과 같은 중립적 표현을 쓰라는 공지를 최근 내렸다고 합니다. 이는 뉴욕 낡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액션 플랜의 하나로 도입된 겁니다.

앞서 런던 지하철도 안내방송을 "신사 숙녀 여러분" 대신 "여러분 안녕하세요(Hello everyone)"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변화를 위해 싸웠던 성소수자 인권 그룹 스톤월은 "언어는 LGBT 커뮤니티에서는 엄청나게 중요하다"면서 "그 사용 방식에 따라 모든 이들이 (구성원으로) 포함됐다고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며 환영했습니다.

알쓸피디아-성 중립 화장실

노스캐롤리나의 한 호텔에 설치된 성중립 화장실 표시. 2016년 사진. (AP Photo/Gerry Broome, File)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트랜스젠더는 양성으로 구분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남자 칸, 여자 칸 어디로 가든 자신이 불편하든 남들이 눈치를 주든 압박을 받는 거죠. 성별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남녀 구분 표지 앞에서 머뭇거리게 됩니다.

그런 소수자를 배려한 공간이 바로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입니다.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족화장실의 이용자 개념을 확장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대개는 기존의 성별 구분 화장실은 그것대로 두되, 일부를 변경하거나 성중립 화장실을 추가 설치해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백악관에 성 중립 화장실을 설치했습니다. 이듬해에는 학생들이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과 라커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에 보수적인 텍사스 주 등이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각 주의 자유를 침범하는 위헌이라면서죠.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오바마 정부의 지침을 철회하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화장실 전쟁은 연방 정부에서 각 지자체로 옮겨갔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해 3월 성전환자가 출생증명서상의 성별과 다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차별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주지사로 바뀐 뒤, 주 의회가 차별법 폐지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뉴욕·워싱턴·필라델피아 같은 도시는 성 중립 화장실을 적극 장려합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모든 1인용 화장실은 성 중립 화장실로 바꿔야 한다는 '평등한 화장실 접근권 법'이 통과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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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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