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앱 | | 모바일버전
뉴스 > 사회 > 국제사회
  • 작게
  • 원본
  • 크게

체포한 왕자 너무 많아… 호텔 하나로 모자라 옆 호텔도 '교도소'로

[조글로미디어] | 발행시간: 2017.12.09일 10:34
['왕자의 난' 이후 사우디 - 노석조 기자 현지 르포]

'왕족 교도소' 리츠칼튼 호텔… 자정에도 객실 대부분 불 켜져

강도 높은 조사 당한 왕자들, 외국 의료진이 메리어트서 진료

사우디 국민들은 빈살만 지지

"부패 왕자들에게 걷은 돈으로 서민 위한 사업 펼칠거라 기대"

노석조 기자

"여기는 호텔이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

5일(현지 시각)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특급호텔 '리츠칼튼'. 호텔 진입로로 차를 몰고 들어가려 하자 무장 군인들이 길을 막았다. 뒤따라온 차량의 외국 관광객들이 "호텔인데 왜 그러느냐"고 묻자 경찰들은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며 "자세한 건 보안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왕족과 고위 관료들이 부패 혐의로 구금돼 있는 이 호텔은 경비가 삼엄했다. 시위 진압용 장갑차까지 보였다.

'왕족의 교도소'가 된 이 호텔 490여개 객실 대분분은 이날 자정이 넘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부패 혐의로 체포된 왕자들과 전·현직 관료들에 대한 조사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며 "500여 명의 체포자 중 300여 명이 혐의를 인정하고 사면 조건으로 재산의 70% 정도를 내놓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압둘라(2015년 사망) 전 국왕의 아들인 무타입(65) 국가보위부 장관은 지난달 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내기로 합의하고 풀려났다. 지금은 약 200명이 리츠칼튼에서 숙식을 하며 조사를 받고 있다.

리츠칼튼에서 500m 떨어져 있는 메리어트 호텔은 왕족보다 낮은 직급인 관료들의 '임시 교도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자가 500명을 훌쩍 넘기면서 리츠칼튼만으로는 수용이 어려워져 별도 감옥을 마련한 것이다. 강도 높은 조사로 건강이 악화된 50대 이상 왕자들을 진료하는 병동도 이곳에 설치돼 있다. 메리어트호텔 측은 투숙이 언제부터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이번 달은 방이 꽉 찼다"며 "내년 1~2월은 돼야 예약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들이 수도 리야드 특급 호텔 리츠칼튼 호텔 귀빈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은 지난 11월 4일 반부패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뒤 부패 혐의로 유력 왕자와 장관 등 500여 명을 체포해 리츠칼튼과 메리어트 호텔에 구금했다. /트위터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메리어트가 갑자기 '사정이 생겼다'며 투숙객에게 퇴실을 요청했다"면서 "현재 인도 등지에서 온 외국 의료진이 호텔에서 수감된 왕자와 고위 관료들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일부 왕자와 전·현직 관료들이 조사 과정에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아랍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사우디 최고 갑부 알왈리드 빈탈랄(62) 킹덤 홀딩스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해 집중적으로 고문을 당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국제 용병업체 '아카데미(Academi)' 직원들을 고용해 빈탈랄 왕자를 거꾸로 매달고 구타했다"며 "반(反)부패 수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빈탈랄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고 했다. '알아흐드 알자디드'란 필명의 사우디 저명 언론인은 "반부패 운동이 개시되기 수개월 전부터 외국 용병 150여명이 입국해 왕실과 관련된 문제의 뒤처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반부패 운동을 이끄는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32)은 왕자와 고위 관료들로부터 받은 합의금을 신도시 건설 등 국가 개혁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최소 1000억달러(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면 합의금으로 서울 면적의 44배에 이르는 신도시 '네옴(NEOM)' 건설 등 각종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수감된 빈탈랄 왕자는 공개 재산만 180억달러(약 20조원)이고 스위스 등 유럽은행 비밀 계좌에도 거액의 예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에서는 반부패 운동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를 척결하려는 빈살만의 개혁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수감자가 가족에게 간신히 전화 통화만 할 정도로 외부와 차단되고 변호사 선임도 제대로 못하는 등 부패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사우디 국내 여론은 호의적이다. 택시 운전사 이브라힘은 "사우디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고위층의 부패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며 "정부가 부패 왕자들로부터 걷은 돈으로 전철 건설 등 서민층을 위한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킹파이살 연구소의 무함마드 알 수다이리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사우디는 유력 왕자들이 군·경제계 등 분야별로 권력을 쥐고 있어 국왕도 이들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며 "빈살만이 이번에 별다른 반발 없이 주요 왕자·장관들을 대거 잡아들여 강한 장악력을 발휘하는 건 그가 전례 없이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뉴스조회 이용자 (연령)비율 표시 값 회원 정보를 정확하게 입력해 주시면 통계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 71%
10대 0%
20대 0%
30대 43%
40대 29%
50대 0%
60대 0%
70대 0%
여성 29%
10대 0%
20대 0%
30대 29%
40대 0%
50대 0%
60대 0%
70대 0%

네티즌 의견

첫 의견을 남겨주세요. 0 / 300 자

- 관련 태그 기사

관심 많은 뉴스

관심 필요 뉴스

습근평 총서기는 새 라운드 과학기술혁명과 산업변혁에 직면해 혁신강도를 높이고 신흥산업을 육성하며 미래산업을 앞당겨 포진시키고 현대화 산업체계를 완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1분기 규모 이상 첨단기술 제조업의 증가치가 동기 대비 7.
1/3
모이자114

추천 많은 뉴스

댓글 많은 뉴스

1/3
'삼국을 한눈에 바라보며 문화산책'... 자연풍경 지역문화가 어우러진  '방천풍경구'

'삼국을 한눈에 바라보며 문화산책'... 자연풍경 지역문화가 어우러진 '방천풍경구'

훈춘시방천풍경구에서 고리형 나무잔도를 새로 건설해 잔도 끝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삼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전에 없던 새로운 시야를 선사한다. 훈춘방천풍경구는 삼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데다 우리 나라 변강의 력사, 인문, 민속, 미식 등 다양

"전신 굳어가고 있다" 셀린디옹, 충격적인 '희소병 투병' 대체 뭐길래

"전신 굳어가고 있다" 셀린디옹, 충격적인 '희소병 투병' 대체 뭐길래

셀린디옹 전신 굳어가지만…"어떤것도 날 멈출 수 없단 걸 알아"[연합뉴스] 전신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희소병을 앓는 가수 셀린 디옹(56)이 투병과 관련한 근황을 전하면서 "그 어떤 것도 나를 멈추지 못할 것"이라며 꺾이지 않는 의지를 내보였다.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이브, 민희진 고발…'뉴진스 데리고 나간다' 대화록 확보

하이브, 민희진 고발…'뉴진스 데리고 나간다' 대화록 확보

하이브, 민희진 고발…'뉴진스 데리고 나간다' 대화록 확보[연합뉴스] 하이브가 자회사이며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25일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22일부터 어도어에

모이자 소개|모이자 모바일|운영원칙|개인정보 보호정책|모이자 연혁|광고안내|제휴안내|제휴사 소개
기사송고: news@moyiza.kr
Copyright © Moyiza.kr 2000~2024 All Rights Reserved.
모이자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끄기
광고 차단 기능을 사용하면 모이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모이자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 차단 기능을 꺼 두세요.
광고 차단 해지방법을 참조하시거나 서비스 센터에 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