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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 조선족이 모두 장첸은 아닌데... 영화에선 왜 그럴까

[기타] | 발행시간: 2017.12.11일 15:58
[주장] 불쌍하거나, 폭력적이거나? 혐오를 낳는 영화 속 조선족 이분법

[오마이뉴스 글:김봉주, 편집:곽우신]

조선족은 일제강점기 때 중국으로 이주한 한민족을 나타내는 말이다. 우리 정부는 이들을 한국계 중국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조선족은 대략 70만 명. 그들을 그저 부정적으로, 타인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대림동에 다녀왔다. 실제 영화 <청년경찰>의 촬영지인 대림동은, 영화 속 묘사와는 참 달랐다. 영화 속에서의 대림동은 난자 공장, 칼부림이 나는 동네, 경찰도 손을 놓은 동네로 묘사하지만, 실제 대림동에 방문한 결과, 한자로 된 간판이 많고 간간히 중국어가 들린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동네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저녁 시간에 방문해 꽤 어두웠지만,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어른들은 번화가인 12번 출구 주변을 즐겁게 걸어 다녔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들어간 후어궈 식당에서는, 추우니까 들어와서 기다리라며 견과류를 나눠주는 친절한 조선족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동네를 그렇게 무섭게 묘사하게 했을까?

'조선족 범죄 누아르'의 문제

한국영화에서 조선족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최근에 상영한 범죄도시를 비롯해 <청년경찰> <황해> <신세계> 등 '조선족 액션 누아르'라는 장르가 따로 생길 정도로 조선족들이 범죄자로 나오는 영화가 유행하고 있다. 이들 영화의 문제점은 단순히 악역을 맡은 캐릭터가 조선족이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선족 개개인을 악당으로 그리는 것을 넘어, 조선족 자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조선족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는 가리봉동, 대림동의 모습은 항상 싸움이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살인, 인육 유통, 장기매매 등을 업으로 삼는 조선족들의 범죄 조직이 상당히 체계화되어있는 것으로 나온다. 또한, 영화 속의 조선족들은 살인 행위를 죄책감 없이 저지를 수 있는 살인귀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도시>의 장첸, <황해>의 '면사장(김윤석)'과 '구남(하정우)', <신세계>에 등장하는 '연변 거지들'이 이에 해당한다.

조선족들을 가난하고 불우하게 그린 경우도 많다. 영화에서 대부분의 조선족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씽: 사라진 여자>에서는 주인공 한매(공효진)는 중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으로 조선족이라는 차별을 받고 생활고에 시달린다. <황해>에서는 자기 건물에 들어와 있는 조선족에게 "조선족이야, 조선족. 춥다고 여기 들어와 있지 마. 잘 데 없으면 요 앞에 사우나 가서 자"라며 만 원짜리 몇 장을 건네는 김교수(곽도원)의 모습이 나온다. 이러한 장면들은 조선족이 우리보다 가난하고 후진적인 존재라는 편견을 만들어 낸다.

영화 속 조선족 악당들의 모습은 조선족들에 대한 편견을 일으키고 사람들의 혐오감을 심화시킨다. 조선족 범죄 영화들의 관람평에서는 조선족들에 대한 혐오가 드러난 댓글이 넘쳐난다. 그 사람 중 조선족과 실제로 만나서 교류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영화 속의 모습만 보고 조선족을 이미 악당으로 확정 지어버린 것이다. 물론 실제로 오원춘이나 박춘풍 사건처럼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범죄가 조선족들에 의해 자행된 사실이 있다. 그러나 이들 몇몇을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70만 조선족 동포로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접근이다.

현실과의 괴리

2016년 경찰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조선족 범죄율은 외국인 중에서도 평균 수준이며, 오히려 내국인 범죄율이 외국인 범죄율의 두 배에 달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취사선택된 매체의 내용을 보며 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키워나갔다. 실제로 방송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 예술 영역은 파급력이 크고, 한 번 제작되면 향후 반복적으로 소비되기 쉬운 만큼 편견과 적대가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고 영화 제작 자체를 비난하거나 금지할 수는 없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란 무시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이다. 영화 제작자들이 누구를 악역으로 선정할지는 그들의 자유이다. 그들이 조선족을 악역으로 선정한 데에는 분명히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나 흥행을 위한 하나의 극적 장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관객에게 영화는 세상을 보는 창이며 동시대인들의 소통 거리이다. 계속해서 이러한 영화가 제작되는 것은 우리나라 사회에서 소수자의 입장에 있는 조선족에게 엄연한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영화가 조선족 혐오 현상을 가속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율규제가 아닐까 싶다. 언론 관련법은 성문화된 법 조항뿐만 아니라 미디어 윤리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대중에게 세상을 보는 틀을 제공하는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은 그에 걸맞은 책임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영화가 추구하는 표현의 자유로 인해 누군가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그들의 상처를 보듬는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앞서야 할 것이다. 조선족을 영화적 모티브로 활용하고 싶다면 먼저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교류하고 소통해봐야 할 것이다. 조선족들이 미디어의 재현으로 피해를 보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영화는 영화다", "영화적 장치이다"라는 말은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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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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现在在中国 说韩国人一样被藐视
답글 (0)
ㅎㅎ 대림동에 가계하는 사장들은 왼간한 한국인보다 훨씬 잘산다 . .
답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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