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의 4기 집권 레이스 대항마가 출발선에 서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1)의 내년 대선 후보 등록 신청을 12명 만장일치로 거 부했다.

거부 이유는 나발니가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 때문이다. 나발니는 올해 반정부 시위로 3차례 구금됐다가 풀려났으며 지난 2월 횡령사건으로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러시아 중앙선관위는 “그의 범죄는 심각한 것”이라며 “대선 출마 권리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선거당국은나발니가 과거 지방정부 고문 재직 시절 횡령 사건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그에게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후보등록 서류를 제출하는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그럼에도 전날인 24일 나발니는 중앙선관위에 대선 후보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러시아 선거법상 무소속 출마 후보자는 500명 이상 유권자들의 추대를 받아야 하는데 나발니는 전국 집회에서 1만5000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냈다.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전국 20개 도시에서는 나발니를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에 모인 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들.

나발니는 유죄 판결이 정략적이었으며 헌법상 징역형을 사는 사람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고 자신은 집행유예 상태여서 입후보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왔다.

러시아 중앙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나발니는 대선 보이콧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대선 보이콧을 촉구할 것이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중앙선관의 결정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출신 반부패 운동가에서 대표적 야권 정치지도자로 변신한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한 내년 대선에서 그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는다. 나발니는 정부의 견제와 언론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4기 집권을 위한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가 대선에서 승리해 2024년까지 통치하면 30년 이상 권좌를 누린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이어 러시아 현대사의 두 번째 장기 집권자가 된다. 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