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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신년 특별인터뷰]"착한 미국은 없다…게임의 법칙이 변하고 있다"

[기타] | 발행시간: 2018.01.01일 03:30

“게임의 법칙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착한 헤게모니'를 앞세워 세계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고,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하고, 세계 시장의 마지막 소비자 역할을 하던 시대는 끝났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글로벌의 폴 쉬어드 수석경제학자(부사장)는 2018년 미국의 변화를 중심으로 세계질서의 재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기업도 이런 변화 기조를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맨해튼 월가에 위치한 S&P글로벌 본사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신년인터뷰에서다.

쉬어드 수석경제학자는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재협상 등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공세와 관련, “반무역주의라고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공정한'(fair)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시장의 투명함, 숨겨져 있는 비관세장벽 철폐 등 공정한 시장 접근성으로 해석해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쉬어드 수석경제학자는 한국경제가 2018년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내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있지만 한국정부와 한국은행이 잘 대응하고 있어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호황을 보일 경우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2018년 미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트럼프의 세제개편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나.

▶미국 경제가 2016년 성장이 둔화됐지만, 2017년은 2.2% 상승세로 돌아섰다. 2018년은 2.6% 성장을 예상한다. 세제개편은 정확한 수치로 말하긴 어렵지만 약 0.2%포인트의 경제성장 기여가 있을 것으로 본다. 세제 개편은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장기적 효과로서 미국 세제를 개혁,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두 번째는 단기적인 경제부양 효과로, 향후 1~2년 내 경제를 자극, 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다.

-2018년 미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은.

▶미국 경제는 세계 1위 경제이기 때문에 대외 리스크에는 강한 면모를 갖고 있다. 하지만 외부적으로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경착륙할 경우 미국 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경제정책 운영상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무역정책 리스크가 있다. NAFTA가 폐기될 경우 미국 경제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중국과의 무역갈등의 경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가 괜찮지만, 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경우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슈퍼301조 발동 등으로 미중 무역관계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증시가 2018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나.

▶주식시장은 등락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봐야한다.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완화정책을 통해 부양에 나섰고, 미국 경제는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여왔다. 내년에도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지만 디플레이션 압박은 없다. 연준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금리는 1.25~1.5%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경제가 확장하면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주식시장에도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다.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져 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현 주식시장이 버블이라고 말할 순 없다고 본다. 급격한 조정이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제롬 파월이 이끌 연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는 연준 이사로 활동해왔고, 그동안 옐런 의장과 유사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초점을 맞춘 연준의 정책기조가 파월의 리더십 아래에서 몇 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3명의 새로운 연준 이사가 선임됐고, 추가로 3명의 새로운 연준 이사가 선임될 예정으로 2018년 중반에 완전히 새로운 진용의 연준 이사회가 구성된다. 현재 연준이 보고 있는 불확실성은 고용시장과 관련돼 있다. 미국이 완전고용상태인지 잠재적으로 더 성장할 여유가 있는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아직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노동시장이 더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경제활동참가율을 더 높여 강한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한다. 연준과 행정부 간 이 같은 이견으로 인해 향후 임명될 연준 이사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파월의 임명은 그동안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연준 의장으로 대부분 임명했는데 이제는 시장 경험이 많은 실용적인 인물들로 연준의 리더십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연준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내년 중반 이후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ECB가 내년 중반 이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ECB가 금리인상에 신중할 것이다. ECB는 현재 양적완화를 진행 중이고, 비록 채권매입프로그램 규모는 줄이더라도 이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ECB가 금리를 인상한다면 2가지가 선행될 것이다. 우선 양적완화를 중단하는 신호가 있을 것이다. 이후 5~6개월간 시장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경제학자로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좋은 소식이라고 본다. 2~3년전 미국 통화긴축에 따른 긴축발작 우려가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ECB가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긴축정책이 필요해졌다는 신호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경제학적으로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졌고, 경제가 강하다는 의미로 좋은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은행이 최근 금리인상을 잘했다고 본다.

-실업률은 낮지만, 물가는 살아나지 않는 ‘인플레이션 미스터리’의 이유는 무엇인가.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우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높아졌다. 실업률이 높을 때 낮은 인플레이션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경제에 낮은 인플레이션이 관성화된다. 빠져나오기 어렵다. 극단적인 경우가 바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두 번째는 실업률은 4.1%이지만 U6실업률(비자발적 파트타임근로자를 실업자로 간주)은 8.0%다. 개인적으로 U6실업률을 7% 수준으로 보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2.7%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활동참가율을 3~6%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향후 논쟁거리이지만, 행정부의 말대로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진다면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세 번째는 기술혁신이다. AI(인공지능), 머신러닝, 로봇 등 급격한 기술변화는 자동화 등으로 제조업분야에 노동 및 자본 대체효과를 불러왔다. 필립스곡선에 따르면 노동시장이 호조를 보이면 노동자 위주의 시장에서는 임금협상력이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다. 이제는 기술이 서비스업과 화이트칼라 일자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사람과 사람 간 경쟁이 아니라 기술 및 알고리듬과 사람 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기술혁신이 노동시장에서 임금협상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무역전쟁, 무역보복, 보호무역주의는 누구도 원치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복잡하고 논쟁적이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왜 트럼프가 당선됐는지 그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 '팍스 아메리카시대'는 끝났다. 지금까지 미국은 착한 헤게모니로서 세계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역할을 했고,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국을 주둔시키는 등 세계 경찰 역할을 수행했고, 경제적으로는 열린 자유무역주의를 취해왔다. 미국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의 마지막 소비자 역할을 해왔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질서였다. 그러나 트럼프의 당선은 세계 질서의 재조정을 미국 시민들이 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중국의 부상도 영향이 있다. 더 이상 미국만이 세계 패권 경제가 아니다. 1인당 명목 GDP는 미국이 여전히 높지만,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는 중국이 높다. 중국 경제가 6.5%로, 미국 경제가 2.5%로 성장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급격한 중국 경제의 부상이 지속될 것이다.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총과 버터의 비유가 나온다. 총을 원하면 버터를 덜 가지게 되고, 버터를 가지면 총을 들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즉 경제와 안보 간에 비용의 교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 우선주의’라는 구호가 나온 것이다.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이러한 보호무역정책을 원하고 있다.

-한국도 한미FTA 재협상을 시작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트럼프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란 구호를 외치며 자유무역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더 공정해야 한다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트럼프는 무역이 상호호혜적이고, 미국이 시장을 개방한 만큼 상대 국가도 동등하게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력하게 무역협상에 나설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공정한 무역은 비교우위를 고려하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반무역주의라고 보는 것은 상황을 너무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것이다. 팍스 아메리카라는 오래된 세계 질서의 재조정이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 이런 미국의 변화 기조를 읽고 한국정부나 기업들이 대응에 나서야 한다. 미국 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대응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트럼프의 공정한(fair)이라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보다는 시장의 투명함, 숨겨진 비관세 장벽 철폐 등 공정한 시장접근성으로 해석, 대응하면 된다.

-2018년 한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경제는 수출 위주이기 때문에 세계시장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2.5%로 예상된다.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기 때문에 중국과 같이 잠재성장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비교적 긍정적으로 한국경제를 보고 있으며,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호황을 보일 경우 한국 경제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리스크와 내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있어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비트코인을 어떻게 평가하나.

▶비트코인은 기술적 혁신과 경제적 영향 측면에서 구분해서 봐야 한다.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널리 쓰일 수 있고, 경제효율성을 높여줄 새로운 기술이며,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금융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달러나 원화와 달리 중앙은행과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경제학 교과서에 보면 통화는 가치척도의 수단, 가치 저장의 수단, 교환의 매개 기능 등 3가지 특성을 갖춰야 한다. 비트코인을 갖고 있다면 기쁘겠지만, 비트코인은 이러한 기본적인 화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예컨대 원/달러 환율은 한국경제와 미국경제의 상황에 따라 교환가치가 결정된다. 하지만 비트코인 달러거래의 경우 비트코인 경제가 없기 때문에 교환가치를 정하는 것은 투기적인 수요뿐이다.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근본적인 시험을 통과하기 어렵다.

▶폴 쉬어드는 누구

폴 쉬어드 S&P글로벌 부사장 겸 수석경제학자는 월가의 베테랑 경제학자이자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을 대표하는 간판 경제학자다.

쉬어드 수석경제학자가 이끄는 팀은 S&P글로벌 신용평가부문인 'S&P글로벌 레이팅스'가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거시경제 전망 등을 담당한다. S&P글로벌 운영위원회, S&P글로벌 레이팅스 운영위원회 등의 멤버로 핵심 경영진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호주 출신이지만 일본경제에 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는 등 월가의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중국어 명함을 들고 다닐 정도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 전반에 관심이 높고, 정통한 경제학자다.

S&P글로벌 합류 전에는 노무라증권, 리만 브라더스의 수석경제학자를 역임했다.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의제위원회와 브레튼우즈위원회 멤버로도 활동했다.

호주국립대학(ANU)와 일본 오사카대학 교수를 지냈고, 스탠포드대학과 일본은행 방문연구원을 역임했다. ANU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song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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