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지난해 10% 추락 새해 첫날 3개월 저점…ECB 긴축 등 달러 약세 부추길 듯]
사진=블룸버그
달러 약세가 올해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 달 새 의장을 맞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인 이날 전장대비 0.3% 떨어져 3개월 저점으로 밀렸다. 반면 주요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11개월 고점으로 치솟았다. 달러로 매기는 국제 원자재 가격은 달러 가격이 내리거나 하락 기대감이 크면 오르는 게 보통이다.
달러지수는 지난해 10% 가까이 떨어졌다. 연간 기준으로 2004년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시장에선 올해도 반전이 쉽지 않을 거로 본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움직임이 올해 달러 약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예상했다. ECB는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월간 600억 유로 수준이던 양적완화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는 테이퍼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는 최근 중국 경제지 차이신과의 회견에서 ECB의 양적완화가 오는 9월에 끝날 수 있는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CB의 통화긴축 움직임에 유로 대비 달러 가치는 지난해 14%가량 떨어졌다. 달러 가격은 이날도 유로화에 대해 4개월 저점으로 하락했다.
달러지수 추이/자료=블룸버그
자일스 키팅 워스슈타인인스티튜트 이사는 이날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올해 시장이 달러 약세를 놓고 FRB를 시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롬 파월 FRB 이사가 다음 달 FRB 의장에 취임하자마자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키팅 이사는 달러가 특히 유로화에 대해서는 계속 가치를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ECB가 오는 9월에 양적완화를 끝낼 수 있다고 한 데다, 심지어 금리인상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한 시점에 미국에서 금리를 3~4차례 올리는 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FRB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금리를 세 차례 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 성장 정책 여파로 금리인상 횟수가 한 차례 정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키팅 이사는 "ECB가 점점 더 (통화긴축에) 공세를 취할 태세지만 FRB는 늑장을 부리는 것 같다"며 "유로가 강세를 보일 게 뻔하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 정책을 둘러싼 실망감이 달러 약세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 대규모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혁에 성공하면서 고조됐던 성장 기대감이 한풀 꺾였다는 것이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외환 투자전략가는 이날 CNN머니에 "사람들이 감세가 단기 성장을 북돋을 뿐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잠재 성장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출처: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