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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벤처 ‘CES 굴기’… 中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2020년 1100억달러 성장

[기타] | 발행시간: 2018.01.13일 03:05
[동아일보]

[약진하는 중국 벤처/상]2018 라스베이거스 점령하다

중국 드론 업체 ‘파워비전’이 개발한 달걀형 드론 ‘파워 에그(PowerEgg)’. 평소엔 달걀 모양(작은 사진)이었다가 비행할 때 날개를 편다. 리모컨에 손가락을 댄 상태에서 손을 움직이면 드론이 동작을 감지해 손의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기술도 적용됐다. 오른쪽 사진은 중국 헬스케어 업체 관계자가 CES 현장에 전시된 스마트 밴드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라스베이거스=김지현 jhk85@donga.com·김재희 기자

‘차이나 벤처’가 ‘CES 2018’을 점령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전시회 ‘CES 2018’이 개막한 9일(현지 시간). 로봇과 드론,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부스들이 밀집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사우스홀에 세계의 눈이 쏠렸다. 사우스홀은 통상 규모가 작은 업체의 부스가 설치된다. 규모가 작은 대신 도전적이고 성장세가 높은 벤처와 스타트업이 많아 CES에서 혁신 기업의 집결지로 꼽힌다.

특히 드론존에는 예년보다 많은 148개 업체가 참여해 요즘 가장 ‘핫’한 업계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중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단연 주목받았다. 세계 1위 드론 업체인 DJI를 비롯해 중국에서만 43개 드론 업체가 참가해 부스를 차렸다. 이는 53곳인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며 5곳인 일본, 3곳인 독일을 크게 앞선다. 반면 한국에서는 ‘바이로봇’과 ‘유비파이’ 등 11곳만 참여했다. 특히 한국 업체들의 제품군이 레크리에이션용 드론으로 한정돼 있는 것과 달리 중국 업체들은 개인용과 산업용을 넘나드는 다양한 드론을 앞다퉈 선보였다.

드론뿐 아니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로보틱스,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요 산업군에서 중국 업체들은 한국보다 평균 두 배씩 많게 부스를 차렸다. ‘로보틱스존’도 중국 업체만 72곳이 참가했다. 한국은 18개뿐이었다.

이 같은 차이나 벤처를 가능케 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이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업체 관계자들은 특히 선전(深(수,천))시 차원의 집중적인 육성 정책 덕에 드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선전은 DJI가 처음 드론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선전시는 DJI의 성공을 경험하면서 본격적으로 드론 부품 및 제조업체들을 키워 왔다. 현재 선전시에서는 경찰, 소방서 등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방재, 보안 등 민간 영역에서도 드론을 상용화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상용 드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0억 원대 규모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해 이미 100억 위안(약 1조7000억 원) 규모를 돌파한 중국 상용 드론 시장은 2020년이면 6배로 늘어나 60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CES에 참여한 국내 드론 업체 바이로봇의 지상기 대표는 “중국은 선전시 지원 덕에 센서와 모터, 배터리 등 각종 부품 제조사들까지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드론 서플라이 체인’이 만들어졌다”며 “한국에서 드론 한 대를 만들려면 부품 조달에만 3개월 이상 걸리는데 중국에서는 일주일 이내에 가능하다”고 했다. 부품을 싸고 빠르게 조달할 수 있다 보니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졌다.

한국 국토교통부도 부랴부랴 지난해 12월 ‘드론산업 발전 기본 계획’을 내놓고 드론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규제 개혁 등 민간 산업 발전 계획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진정회 엑스드론 대표는 “일단 드론을 자주 띄워야 산업이 커질 텐데 여전히 공역 규제가 많다”며 “정부가 지정한 테스트베드 7개 공역 외에는 아예 비행이 금지됐거나 복잡한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다 보니 산업이나 서비스 용도의 공역으로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접으면 계란 모양이 되는 접이식 드론을 개발해 1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파워비전’의 후버 후 유럽지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산업용 드론뿐만 아니라 개인용 드론도 널리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드론 스타트업들도 사업을 시작하면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들이 모여 있는 샌즈 테크 웨스트 전시장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심장박동과 혈압 등을 모니터링해 주는 스마트 헬스케어 관련 부스는 대부분 중국 업체들이었다. 스마트 웨어러블 업체인 ‘두 인텔리전트’의 판매 담당자는 “올해가 두 번째 CES 참가”라며 “2012년에 세워진 신생 회사지만 30개국에 수출 중”이라고 했다.

중국 전자업체인 창훙은 전시장에 ‘헬스케어존’을 별도로 설치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해 쓸 수 있는 ‘스마트 청진기’와 ‘스마트 약통’ 등을 공개했다. 창훙 관계자는 “심장박동 체크부터 내용 분석까지 의사 대신 해준다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선 이 같은 원격 서비스가 어렵다.

중국은 정부의 의료산업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중국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4년 30억 달러에서 2020년 1100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 속에 중국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는 검색 및 전자상거래 분야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발 빠르게 진출 중이다. 바이두는 의사의 진단을 돕는 AI 챗봇 ‘멜로디’를 출시했고, 알리바바는 온라인 약국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확장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국 업체 관계자는 “헬스케어존에 중국 업체가 너무 많아 우리도 놀랐다”며 “건강정보를 측정해 전송하는 스마트밴드 시장은 이미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한국 업체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료기기 전문 업체가 되겠다며 사업을 시작했는데 신제품을 만들 때마다 건당 3000만 원씩, 길게는 3개월씩 걸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이 발목을 잡는다”며 “지금은 체중계나 만드는 소형가전 업체에 가깝지만 의료기기 업체로서의 꿈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라스베이거스=김지현 jhk85@donga.com·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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